▲기자회견에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한교연 김춘규 사무총장과 양병희 대표회장, NCCK 황용대 회장,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 협의회 김영진 상임회장, 한기총 이강평 명예회장, 기하성여의도순복음 엄진용 총무. ⓒ이대웅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양병희 목사), NCCK(회장 황용대 목사)가 공동으로 ‘일제 징용지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4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영훈·양병희 대표회장과 황용대 회장 모두와, 한기총 이강평 명예회장과 한교연 김춘규 사무총장, 기하성여의도 엄진용 총무 등도 참석했다. 이 3곳의 연합기관이 함께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선언문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기자회견은 한국교계-국회 평신도5단체협의회와 공동 개최했으며, 협의회에서는 김영진 상임대표와 전용태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총재 등이 자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장에서 발표한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최근 위안부 할머니들과 조선인 강제징용자들의 한이 서린 일본 내 지역과 시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를 접하고, 깊은 충격과 함께 치솟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메이지시대 근대화산업시설물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오는 6월 28일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문화유산으로 등재가 유력하다는 소식이 이날 전해졌다.

이들은 “일본이 신청한 등재 대상 시설 28곳 중 40%에 달하는 11곳이 일제강점기에 강제로 징집된 억울한 피해자들의 절규와 피눈물과 통한이 서린 곳”이라며 “특히 등재 가능성이 높은 시설 중 하나인 ‘하시마섬’은 한 번 발을 들이면 살아나올 수 없다는 ‘지옥섬’으로 불리던, 악명 높은 강제수용시설”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아베 총리를 향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이 성노예임을 완전히 부인한 것은 물론,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다며 강제성과 국가의 책임을 거듭 부정해 왔고, 최근에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인신매매로 희생된 분들’이라고 말해 큰 분노를 사고 있다”며 “이 같은 일본 정부의 태도에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정부와 의회의 강한 비판에 직면해 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라고 했다.

비슷한 시설인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지난 197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과 관련해서는 “독일은 ‘나치 정권이 저지른 전쟁과 대량학살을 상기할 의무’가 현행 헌법에 포함돼 있고, 총리가 ‘나치 시대와 그 범죄를 기억하는 것은 도덕적 의무’라고 공개 연설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아우슈비츠 대량학살에 깊이 사과했다”며 “국제사회가 이로부터 전쟁의 공포와 참혹함에 대해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나 일본의 경우 과거 식민지 시절 책임에 대한 통감과 반성은커녕, 오히려 범죄의 본질과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며 “이러한 가운데 일제 징용시설의 유네스코 등재 유력 소식을 접하니, 다시 한 번 치밀어오는 분노와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일본의 이런 반역사적·반인권적 행위에 대해, 지난 2일 미국 국무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성을 목적으로 한 일본의 여성매매 행위는 끔찍하고도 극악무도한 반인권적 탄압행위’라고 규탄하는 등 국제사회의 공분은 날로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인정하고 사죄와 배상 등 가해국으로서 해야 할 당연한 조치들을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전제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징용지의 유네스코 등재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일본은 지난 2011년부터 해당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치밀한 사전준비 작업을 해 왔던 반면, 우리 정부는 수수방관만 하다 등재가 유력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권고대로 모두 채택되는 것은 아니다’고 하는 등 한심한 외교력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이제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세계유산위원회 21개 회원국을 상대로 치밀한 외교력을 발휘해, 일제 징용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일이 결코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일본 정부를 향해 “지난날의 잘못을 진솔하게 인정하고, 더 이상 역사를 왜곡하면서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파렴치한 시도를 당장 멈추라”며 “그것이 광복 70주년과 한일 수교 50주년의 오랜 역사적 갈등을 푸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우리는 앞으로도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우리 인간의 소중한 인권과 정의가 더 이상 짓밟히는 일이 없도록 올곧게 자리매김되는 일에 더욱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선언문을 국회의장 등에게 전달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캠페인을 벌여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