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는 복음의 핵심이고, 고난은 복음의 방식입니다. 십자가를 무시하는 복음은 가짜 복음이고, 고난을 무시하는 삶은 복음적인 삶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복음’의 핵심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명혁 목사(한복협 회장)는 본지에 소개된 3월 29일 설교 ‘십자가와 고난의 복음’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김 목사는 2001년 1월부터 ‘십자가와 나’를 주제로 15차례 설교하고 동명의 책을 낸 일도 있는데, “사실 십자가에 대한 설교는 10번을 하고 100번을 해도 모자란다”고 강조했다. 십자가와 부활을 묵상할 수 있는 ‘독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십자가 영성을 찾아, 십자가와 함께하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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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한 주간
김영봉 | IVP  | 324쪽 | 14,000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면서부터 십자가 고난을 당하시고 죽으신 후 부활하시기까지 1주일간의 행적을 40일간 묵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저자는 스테디셀러 <사귐의 기도>를 비롯해 요한복음 13장과 20-21장 설교집 <대야와 수건>, <잡혀야 산다>와 가상칠언 각 주제를 7주간 묵상할 수 있는 <가상칠언 묵상> 등 십자가와 부활에 대한 내용들을 자주 언급해 왔다.

책은 마태복음 21-28장의 내용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한 주간에 일어난 일들을 면밀히 살핀다. 읽다 보면, 예수님의 마지막 1주일이 과연 책 제목처럼 “역사상 가장 긴 주간이며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뒤바꿔 놓은 주간”임을 깨달을 수 있다. 최후의 만찬과 겟세마네 기도, 심문 받으시고 십자가에 달리시기까지의 긴박했던 하루 이전에도, 예루살렘 입성 후 많은 비유와 가르침을 전하셨음을 새삼 기억할 수 있다.

각 장마다 본문에 대한 꼼꼼한 주석을 통해 독자들을 2천년 전 예루살렘의 한 지점으로 안내하는데, 말미에는 “이 말씀에 우리 자신을 비추어 봅니다”, “이 말씀을 묵상하며 오늘날의 교회를 돌아봅니다” 라는 말과 함께 ‘지금 여기’로 다시 온다. 말씀의 은혜에 젖어 있기만 해서는 안 되고, 오늘 우리의 삶에 그 은혜가 흐르고 변화해야 한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예수님을 배반한 가룟 유다의 행동은 자기 스스로 택한 죄인 반면, 예수님을 부인한 베드로의 행동은 인간의 본성으로 인해 당한 실패입니다”, “가룟 유다는 악했고, 베드로는 약했습니다”, “십자가의 보혈은 의지할 때마다 우리에게 씻는 물이 되고 생명수가 됩니다”, “주님의 일생은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부활을 믿느냐 마느냐는 단순한 지식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이고, 새로운 삶을 사는 것입니다” 등, 통찰력 있는 언어들로 우리에게 묵상거리들을 제공한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일종의 주석이며 묵상이자 강해 설교로, 본문 묵상에 초점을 두지만 중요한 역사적·신학적 주석 정보를 담으려 노력했고, 살아 있는 회중을 위해 현장감 있는 설교가 되도록 썼다”며 “무엇보다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본문 말씀을 저 자신에게 적용하기 위해 애썼고, 학문적 연구 결과 위에 든든히 서되 오늘을 사는 신앙인들에게 울리는 메시지를 찾으려 노력했다”고 소개한다. 부제 ‘십자가 영성을 찾아 떠나는 40일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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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하도균 | 예수전도단 | 308쪽 | 15,000원

‘예수의 심장을 되살리는 십자가의 능력과 비밀’을 부제로 십자가의 필요성과 그 예표, 의미와 십자가를 지기 위한 준비, 승리와 변화, 목적지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십자가의 목적지는 ‘십자가를 통해 이루는 하나님나라’이다.

서울신대 전도학 교수인 저자는 “타락한 인간을 회복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궁극적으로 주신 선물이 예수님의 십자가이지만, 자신의 회복과 신앙 성장을 위하여 십자가를 의지하거나 그 앞에 나오는 사람들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며 “은사도 능력도 중요하지만, 기독교의 가장 분명한 본질인 십자가는 외면한 채 비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라고 전한다.

책은 창세기 1장부터 시작된다. ‘십자가로 회복될 원형의 모습’이 바로 창조 질서 안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십자가가 필요해진 이유도 바로 창세기 3장에 나오는 ‘인류의 타락’으로 말미암음이다. “십자가를 깊이 이해하려면, 먼저 죄에 대해, 죄의 영향력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구약에 나타난 ‘십자가의 모형들’도 여럿 소개한다.

이후 심판과 사랑이라는 ‘십자가의 이중적 성격’을 강조한다. 그리고 누구를 위한 십자가인지와 함께, 죄 사함을 받은 우리가 예수님처럼 십자가를 지기 위한 실제적 준비, 십자가로 누리게 될 우리 삶에서의 승리 등에 대해 설명하고, 궁극적 목적인 ‘하나님 나라’로까지 나아간다. 전도학 교수답게 ‘사영리’를 펼쳐놓은 듯한 순서이다.

개정판인 이 책 마지막 부분에는 책 내용을 토대로 실천편 ‘십자가와 함께하는 30일 여정’을 추가했다. 십자가의 의미와 능력을 우리의 삶에 더 쉽고 분명하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엮었다. 책을 통해 느끼고 경험한 부분들을 요약 정리하고, 주어진 질문을 묵상하면서 답을 찾으며,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과 기도의 내용들을 적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십자가를 본받아, 부활을 살아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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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 담아내는 십자가
마이클 고먼 | 새물결플러스 | 680쪽 | 35,000원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독특한 단어 ‘cruciformity’로 붙였다. ‘cruciform(십자가의, 십자가 형상을 지닌)’과 ‘conformity(본받음, 따름)’의 합성어로, 원제는 ‘십자가를 본받음 또는 본받는 삶(cruci+formity)’이 된다. 저자는 바울 신학과 윤리학의 중심 개념이라 믿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conformity to the crucified Christ)’을 자신의 말로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바울의 십자가 영성’이라 바꿔도 무방하다.

이러한 제목이 나온 것은 저자가 바울 신앙의 핵심을 ‘이신칭의’도 ‘그리스도와의 연합’도 아닌, ‘십자가를 본받는 것’이라고 책에서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에서 바울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을 무엇이라 말하는지 밝혀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체험하는 첫 번째 방편이지만 기이한 이야기인,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사건에 일상의 삶을 역동적으로 일치시켜 가는 것임을 역설한다.

책은 바울이 경험한 하나님과 예수님, 성령님, 그리고 삼위일체로서의 하나님 체험을 첫 네 장에서 분석하고, 바울이 편지에 적었던 십자가 관련 말씀들을 열거하고 의미를 찾은 후, 그의 십자가 체험을 믿음과 사랑, 능력과 소망, 그리고 교회 공동체 측면에서 살피고 있다. 저자는 바울의 십자가 영성이 그의 시대 종교 현상 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 현상에도 도전을 던진 것이고, 그가 쓴 서신의 수신자인 공동체 내부에서 ‘다른 영성’을 주장하며 십자가를 덜 진지하게 받아들이거나 다르게 이해하던 이들에게 도전을 던진 것이었다고 평가한다.

특히 마지막 장에서는 오늘날 속죄나 폭력, 자기희생 등 ‘십자가를 본받는 삶’에 대한 (주로) 신학적 도전들에 응답하고, 십자가를 본받는 삶은 포괄적이고 상상력을 요구하며, 카리스마 영성이요 선지자의 영성이며, 공동체 영성이자 내러티브 영성이며, 무엇보다 값진 영성이라고 주장한다.

‘시민 종교’를 비판하면서 ‘어린 양을 따라 지금 여기서 참된 예배를 드리고 신실한 증인이 되자’는 내용을 담아 지난해 나왔던 <요한계시록 바르게 읽기>의 저자가 쓴 책으로, 한국에서는 지난 2010년 출간됐다. ‘성경 본문’이 생략 없이 들어가 있어, 말씀과 함께 저자의 주장을 접할 수 있는 것이 장점. 특히 빌립보서 2장 6-11절에 주목한다. 각 장의 결론 부분만 읽어도 저자가 말하려는 바를 대충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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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부활을 살다
유진 피터슨 | 복있는사람 | 160쪽 | 10,000원

저자는 그리스도인들이 ‘부활’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에 대해, “부활이란 어떤 목적에 이용하거나, 통제하거나, 주무르거나, 개선해 볼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다못해 ‘계란’을 제외하면 크리스마스처럼 돈벌이의 기회나 팔아먹을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소위 ‘어떻게 해보거나’ ‘써먹을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금방 흥미를 잃어버린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역사적 사실임을 믿는 것 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부활이라는 중심을 회복하고 이 부활의 터전에서 자라나는 영성 형성의 전통을 받아들여야 한다”. 책 전체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도 ‘영성 형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과학기술에 빼앗긴 ‘경이와 신비’, ‘초월과 다름’의 체험을 회복해야 한다.

그렇다 해서 부활을 지나치게 비밀스럽거나 황홀하며 에로틱한 것으로 만들려 해서도 안 된다. 저자는 이 논거를 예수님께서 부활 후 제자들과 가장 ‘일상적인 장소’인 식사 자리에서 두 차례나(눅 24장, 요 21장) 함께하셨다는 데서 찾고 있다. 그리고 부활의 실천은 ‘스페셜리스트’들이 아닌, 우리 모두가 ‘부활의 친구들’로서 해 나가야 함을 마지막으로 지적한다. 기독교 영성이란 애초부터 ‘부활에 뿌리 박은 영성’이고, 저자의 일관된 관심도 우리의 일상과 평범함을 조건으로 포괄적 의미의 기독교적 삶을 회복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개정판인 이 책에서 역자인 권연경 교수(숭실대)는 “구원 역사의 미래가 그리스도의 부활에 달려 있었던 것처럼, 우리 한국교회의 미래 역시 부활 복음의 부활 여부에 달려 있다”며 “사도 바울의 기도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역사했던 그 능력이 우리 믿는 자들 속에서도 역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 그 능력의 움직임 속에 우리의 삶을 맡기는 헌신의 행보, 바로 거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밝혔다.

부록으로 저자가 쓴 ‘메시지 성경’으로 읽는 부활 이야기(마 28장, 눅 24장, 요 20-21장)가 들어 있다. 원제 ‘Living the Resurr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