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즈미 에토 박사가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전국신학대학협의회(KAATS) 제50차 총회 및 한국신학교육연구원 연구협의회 2부에서는 일본 루터대학교 총장인 나오즈미 에토 박사가 ‘디트리히 본회퍼와 신학교육: 21세기 동아시아에 사는 우리에게 본회퍼의 신학이 가지는 함의’를 주제강연했다. 이번 주제는 본회퍼 서거 70주년을 맞아 기획됐다.

나오즈미 총장은 발표에 앞서 “존경하는 KAATS 회장님과 총회 대의원 여러분께 일본신학교육협의회(JATE) 의장인 류조 시마 회장님의 인사와 함께, 제가 총장으로 섬기고 있는 동경 루터대의 인사를 전한다”고 인사했다.

그는 “올해는 36년의 식민통치 후 광복 70주년을 맞는 해이고, 이제 일본이 잘못된 과거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 한국의 너그러운 용서,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공동의 목표를 토대로 중요한 화해의 새로운 장을 여는 해”라며 “제가 총회에 초청받은 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그는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서도 유석성 총장이 아베 총리의 잘못된 역사인식에 대한 입장을 묻자, “NCCJ를 비롯한 일본 기독교인들은 그의 잘못된 역사인식에 유감을 표명하고 항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일본은 20년 전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과거 침략을 사과했고, 10년 전 고이즈미 총리가 이를 계승했다. 종전 70년을 맞는 올해에도 일본의 이러한 태도는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오즈미 에토 총장은 “저는 마르틴 루터 킹과 아울러 디트리히 본회퍼가 20세기의 중요한 순교자 중 한 사람이라 배웠다”며 “본회퍼의 저서에는 칼 바르트의 신학을 보충하는 성격의 연장선상에서, 독일교회의 상황에서 경험한 그의 분투와 고백이 담겨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높이 평가되었고 연구되었으며 읽힌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나오즈미 총장은 “본회퍼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신학적 영감을 주는 원천으로서, 이를테면 그리스도의 교회를 세우기 위한 방법과 기초를 배우기 위해 혹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삶을 사는 모델로서 그를 연구하고자 했다”며 “이런 관심의 연장선에서, 그의 저서들은 1970년대 한국의 민주화를 위한 투쟁 가운데 옥중에 들어간 많은 사람들에게 영적인 지지와 위로를 줬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후에는 본회퍼 신학이 21세기 동아시아 신학교육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폈다. 그는 “본회퍼는 1933년 강좌에서 그리스도론이 이때까지 가진 방법론적 물음인 ‘그리스도가 무엇이냐(what)’, ‘예수가 어떻게(how) 그리스도가 되었느냐’ 하는 질문을 ‘그리스도가 누구인가(who)’로 바꿔 놓았다”며 “그는 초월자인 말씀이 어떤 개념이 아닌 인격이라 주장했고, 인간은 그리스도께 부르심을 받고 여기에 응답했을 때만이 그리스도를 알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인간이 존재론적으로 하나님을 만나고 그의 계시를 알 수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나오즈미 총장은 “본회퍼는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곧 육화되었고 십자가에 달리신, 다시 사신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삶이며 의인론의 메시지가 주듯 오직 은혜의 말씀과 자신의 삶을 통전적으로 마주하는 삶’으로 결론내리고 있다”며 “그러나 그의 신학이 갖는 장점은 사회선교나 ‘하나님의 왼손’의 대가로 구속과 속죄의 가르침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성육신과 십자가, 부활 사건이 서로 결합돼 우리에게 하나님이 어디에 계시며 무엇을 하시는지, 그리스도인들이 어디에 서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오즈미 에토 총장은 “본회퍼는 ‘신도의 공동생활’을 강조하는 독일 고백교회에 헌신하겠다고 서원한 예비 목회자들을 위한 의미 있고 다양한 신학교육에 헌신했다”며 “그의 학생들은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삶의 경험을 통해 함께 배웠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목회자 양성을 위한 신학교육을 담당하면서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적이고 살아 있는 영성훈련이 없다면, 신학생들이 본회퍼가 <나를 따르라>에서 언급한 ‘값싼 은혜’와 ‘값비싼 은혜’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며 “우리는 반드시 신학교육의 현장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공동의 삶을 나누고 경험하는 중요성을 되찾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오즈미 총장은 “근래 한국이나 일본, 중국 연안지역 도시들이 눈부신 경제 성장과 고도의 정보기술 발전을 이뤘지만, 국제적 경제 발전의 배후에는 장점과 함께 많은 취약점도 드러나고 있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이 세상에서의 삶(세속적 삶)을 살라고 도전하고 격려하는 본회퍼는, 이제 우리가 사는 동시대에 우리들이 마주하는 어려운 이슈들을 정면으로 맞설 것을 격려하고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또 “본회퍼는 신음하는 민중들 편에 섰던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우리에게 역설하고, 우리가 이 고통당하시는 하나님에게 순종하고 참여하기를 요청한다”며 “본회퍼가 첫 단추를 꿴 ‘독일교회의 죄와 사죄선언문’은, 1967년 일본그리스도교연합교단(UCCJ)과 다른 교단들이 전쟁에 대한 책임과 죄의 고백을 하는 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웃나라 국민에 대한 진정성 있는 죄의 고백과 사과 없이는 진정한 화해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하고, 평화와 정의의 사도였던 본회퍼에게서 배울 점이 아직도 많다”며 “고통받는 자들과 함께 선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에 자신의 삶을 헌신하고 이 일을 신학교육 안에서 역설한 본회퍼의 삶과 신학에 담긴 뜻을 재평가하는 것이, 바로 동아시아에 있는 우리의 공동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