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양병희 목사)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한교연 회의실에서 ‘봉은사역명 철폐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는 김춘규 사무총장의 사회, 김훈 홍보실장의 경과보고, 양병희 대표회장의 인사말, 이병대 목사(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박명수 교수(서울신대)의 발제, 질의·응답 등으로 진행됐다.

양병희 대표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역명을 ‘봉은사역’으로 한 것은 시민의 정서를 무시한 것일 뿐 아니라 공공성을 상실한 잘못된 결정”이라며 “과연 역사성과 객관성을 가진, 시민을 위한 행정인지 의문스럽다. 한교연은 이 문제에 대해 법적 대응 등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이병대 목사는 “왜 많은 이름 가운데 서울시는 굳이 사찰 이름을 고집하는가.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찰보다 더 가까운 곳에 글로벌 랜드마크인 ‘코엑스’가 있고, 코엑스는 서울시민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이름이다. 서울시정의 국제화 정책에도 부합하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이어 “서울시지명위원회의 심의 원칙은 ‘가장 많이 불리는 이름’”이라며 “국내외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코엑스역을 제쳐놓고, 불교 신자들만 아는 봉은사역으로 정한 것은 자신들의 원칙에도 위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봉은사는 1천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고 하지만 근현대에 들어와서 씻지 못할 과오가 있는 곳”이라며 “즉 일제시대 조선총독부의 경기도 선종의 대본산으로, ‘친일 불교’의 대표적인 사찰이었다”고도 주장했다.

이 목사는 “그러나 다종교국가에서 더 중요한 게 있다. ‘종교편향’은 안 된다는 것”이라며 “종교편향은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특정 종교에게 베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봉은사에게 노골적인 혜택을 주어 종교편향 시비를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춘규 사무총장, 박명수 교수, 양병희 대표회장, 이병대 목사. ⓒ김진영 기자

박명수 교수는 편의성과 역사성, 종교 간 갈등 등을 고려할 때 ‘봉은사’는 역명으로 적절치 않다고 했다. 그는 특히 “서울시는 봉은사 역명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코엑스를 역명으로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시의 역명 제정 기준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불리며, 해당 지역과의 연관성이 뚜렷하고 지역 실정에 부합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며 “이 기준에 따르면 당연히 코엑스가 합당하다. 코엑스는 매일 14만명, 주말에는 25만명의 인구가 방문하는 곳이며, 지하철역과도 직접 연결돼 있다. 이에 비해 봉은사는 지하철역과도 더 떨어져 있고, 무엇보다 방문자 수에서 코엑스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어떤 역명이 더욱 시민의 편리를 도모하는가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아울러 “다종교 상황에서 특정 종교의 명칭을 역명으로 하는 것은 종교 간의 갈등을 유발한다”며 “해방 후 대한민국 헌법은 국교를 부정하고 정교분리의 원칙을 천명했다. 이러한 시대에서 국가는 어떤 형태로든지 특정 종교를 정책적·재정적으로 지원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종교는 국가의 힘으로가 아니라 자신의 노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