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의 도화선이 된 ‘구동독 라이프치히 성니콜라이교회 월요평화기도회’의 지도자 크리스토프 보네베르거(71) 목사가 오는 26일 첫 방한한다.

그는 2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우리민족교류협회(이사장 송기학)가 주관하는 ‘2015 서울·평양 국제평화대회(3월 27∼30일) 오프닝 세리머니 -피스코리아 국제심포지엄’에서 ‘독일 통일과 교회의 역할’이란 제목으로 발표한다. 이후 30일까지 한국교회 및 통일 관련 단체 지도자 초청 조찬기도회, 신학대, 교회 주일예배, 한국교회 평화통일기도회 등에 참석해 설교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거장의 행보에 31일 눈에 띄는 생소한 일정이 하나 있다. 31일 오후 4시 30분 서울 방배동에 있는 홀리씨즈교회(담임 서대천 목사)와 동 교회 부설 교육기관 SDC인터내셔널스쿨을 방문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독교 지도자 보네베르거 목사가 바쁜 방한 일정 가운데 이곳을 찾는 까닭은 무엇일까?

홀리씨즈교회 담임인 서대천 목사는 이에 대해 “SDC 학생들이 대한민국 최초로 남북통일을 위한 청소년 기도회를 시작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며 “독일의 통일을 주도해 왔고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들의 통일 염원을 매우 잘 아는 보네베르거 목사님이, 이 땅의 기도하는 다음 세대들을 위로·격려하기 위해 방문하셨다. 청소년들이 온 몸과 마음을 다해 통일과 나라를 위한 기도한다는 것에 마음을 움직이신 것 같다. 이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전국적·초교파적으로 청소년들의 통일기도 모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SDC 학생들의 기도가 한반도 복음 통일의 작은 초석이라도 되길 기도한다”고 했다.

SDC인터내셔널스쿨은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소속 홀리씨즈교회의 부설 사역기관이다. SDC에 다니고 있는 중고등학생들은 자체적으로 지난 2월 14일 과천시민회관 대강당에서 “남북평화을 위한 청소년 콘서트”를 열었고, 이어 2월 24일 기도회를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 오후 9시 정기적인 청소년통일기도회 모임을 열고 있다. SDC는 매년 20~30명씩 UC버클리, 펜실베니아주립대, 워싱턴주립대 등 미국 명문대로 진학을 시키고 있다.

한편 독일 통일의 도화선이 된 성니콜라이교회의 통일기도는 1982년 11월 시작됐다. 처음에는 서독의 군비 증강에 반대하는 ‘반전(反戰)운동’의 성격을 띠고 매년 11월 열흘간 진행되다, 80년대 중반 반전·평화·인권·여성을 위한 매주 월요일 오후 평화기도회로 발전했다고 한다. 당시 이 운동을 주도한 성직자가 라이프치히 성니콜라이교회의 파레 C. 퓌러 목사(지난해 6월 별세)와 루카스교회의 보네베르거 목사였다. 보네베르거 목사는 86년 라이프치히 지역교구에게서 성니콜라이 교회에서 진행되는 평화기도회를 주관할 것을 위임받았다.

월요기도모임에 참여하는 인원이 크게 늘어나자, 동독 당국은 성니콜라이교회로 가는 길을 차단하고 참석자들을 검거하는 등 탄압을 일삼았다. 또 라이프치히교회 지도자들에게 지시해 보네베르거 목사를 평화기도회 주관목사 직책에서 해임하도록 했다. 하지만 동독 공산정권의 탄압은 오히려 시민들을 자극했고, 촛불집회를 촉발시켰다. 보네베르거 목사는 시민단체와 함께 인권활동을 전개했다. 동독 정부가 주도하는 ‘교회의 날(Kirchentag)’에 대항해 ‘교회의 날 대신(statt-Kirchentages)’ 단체를 조직했다. 성니콜라이교회에서 ‘비폭력’을 주제로 명설교를 했고, 이를 기폭제로 최초로 조직적인 월요평화시위가 이어졌다.

그의 주된 강론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의 산상수훈(마태복음 5∼7장)이었다. 산상수훈 메시지는 고통당하는 동독 주민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크리스천은 물론 검거하러 출동한 경찰들의 마음까지 변화시켰다. 경찰들이 노도와 같이 몰려드는 군중과 영적인 힘에 압도돼 명령에 따르지 않자, 동독 당국은 큰 혼란에 빠졌다. 보네베르거 목사는 89년 10월 8일 ‘우리는 하나의 국민이다’라는 제목의 호소문 3만장을 배포한 뒤 비폭력 시위를 이끌었다. 30만명 이상이 시위에 참가했고,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다. 당시 라이프치히의 총인원이 50만명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지지를 받았는지 미루어 봄 직한 대목이다.

95년 그는 통독에 기여한 공로로 독일 정부에게서 대십자공로훈장을 받았다. 지난해 독일 통일 시민운동 25주년 기념행사에서는 고 퓌러 목사와 함께 독일국가상을 받았고, 라이프치히 미디어재단에게서 ‘미디어의 자유와 미래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