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가 지난 나이에 손자손녀 같은 학생들과 함께 대학 새내기가 되는 할아버지가 있다.

황혼에 학업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주인공은 3월 2일 대전 한남대에 입학한 임원철(71·대전시 동구 가양동) 씨다.

지난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나이로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했던 임 씨는, 수시전형으로 한남대 사회과학대학 도시부동산학과에 당당히 합격해 15학번 새내기가 된다.

임 씨는 1945년 생으로, 흔히 말하는 ‘해방둥이’다. 해방 후 이어진 한국전쟁까지 임 씨는 혹독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전쟁의 폐허와 가난 속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초등학교만을 졸업한 채 생활전선에서 악착같이 살아온 삶이었다. 임 씨는 건축자재 생산업에 종사하며 열심히 일했고, 가족을 건사했다.

그러던 임 씨는 65세가 되던 때에 제2의 인생을 맞게 된다. 은퇴를 고민하던 임 씨는 서울에 사는 큰딸에게서 한 통의 이메일을 받는다. 아버지의 노후를 걱정하는 큰딸의 작은 선물이었다. 이메일에는 한 편의 글이 담겨 있었는데,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제2의 인생을 개척한 어느 노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임 씨는 글에 감동을 받고, 어린 시절 하지 못한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65세의 나이로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대전 예지중·고등학교에 입학한다. 그로부터 6년 후인 2014년 11월 드디어 수능날이 왔다.

“수능을 보러 가던 길의 느낌은 내 생애 최고로 가슴 벅찬 감동이었어요. 절대 하지 못할 것만 같았던 일을 내가 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감격스러웠습니다.”

이제 손자손녀뻘 되는 학생들과 함께 강의실에서 공부하게 될 임 씨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대학생이 되었지만, 내 가슴은 청춘”이라며 “앞으로 4년간 열심히 공부해, 졸업 후에도 전공을 살려 사회활동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