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선교에 나선 탈북 청년들은 기도로 기적을 이뤄내고 있지만, 이들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손길들도 있다. 한 필리핀 선교사와 물질적 지원을 하고 있는 한 해외 한인교회 등이다. 이들의 목소리도 들어보기로 했다.

◈탈북 청년들 위해 선교센터 등으로 지원

▲탈북 청년의 헌신으로 필리핀 영어성경 통독학교가 세워진 모습. 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김 선교사. ⓒ열방빛선교회 제공

김해석 선교사는 열방빛선교회 최광 선교사와 10여년 전 탈북민 지원 사역을 함께한 경력이 있다. 이후 필리핀으로 떠나 선교 중이던 그는, 자신이 건립한 현지 선교센터에서 열방빛선교회 탈북 청년들의 초기 정착을 도왔다.

김 선교사는 “한 친구는 교회를 개척해서 수요일마다 모임을 열고, 주일에는 탈북 청년들이 함께 모인 곳에서 예배드리고 있다”며 “유치원도 하나 세워 우리 교회 집사님들이 교사로 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이 선교활동을 펼치는 지역은 저소득층이 많다. 그는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힘든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한 달에 100-300페소 가량을 내야 하는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기 힘들어했다”며 “그런 가운데 저희가 유치원을 세우니 많은 아이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다시 들어가면 어린이 성경학교도 만들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김해석 선교사는 “영어를 하나도 모르던 탈북 청년들이 불과 4개월 만에 엄청난 진보를 이뤄냈는데, 필리핀 사역 6년 만에 처음 보는 광경”이라며 “1년을 공부해도 입을 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4개월 만에 ‘프리 토킹’을 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청년들은 굉장히 적극적이고, 8시간 동안 성경을 통독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도 견뎌내고 있다”며 “자신의 돈을 다 털어 이곳에 교회를 세우는 모습에 큰 은혜를 받았다”고 전했다.

김 선교사는 “훈련을 받든 공부를 하든, 목표가 뚜렷하기 때문에 성과가 나타나는 게 아닐까”라며 “선교사나 목사로 나가겠다는 생각으로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이들도 거뜬히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하는 입장에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탈북 청년들이 영어로 설교한다는 말을 듣고 처음엔 교만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보니 그렇지 않더라”고도 했다.

▲최광 선교사(왼쪽), 김해석 선교사(오른쪽)와 함께한, ‘항문 없이 태어난’ 어린이. ⓒ열방빛선교회 제공

현지의 도움이 필요한 한 어린이에 대한 사연도 들려주면서 한국교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항문 없이 태어난’ 이 아이는 올해 14세임에도 발육 수준이 7세 이전에 머물러 있다. 다행히 한국의 한 선교단체에서 수술 비용을 마련했으나, 한국 왕복 항공료와 체제 비용 등이 해결되지 않아 입국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김 선교사는 “이 아이는 배 쪽을 뚫어 인공적으로 배설을 시키고 있지만, 필리핀에서는 수술에 필요한 도구를 다 구입해서 병원에 가야 해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선교 떠난 탈북 청년들, 2-3년 전 비해 완전히 변화”

“북한선교와 관련해서는 북한 내 사역을 비롯해 국경지역 사역, 제3국 내 인신매매 탈북여성 사역 등 다양한 일들을 경험했지만, 열방빛선교회의 사역이 가장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방빛선교회는 미국 LA은혜한인교회(김광신 원로목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들을 돕기 위해 한국을 찾은 교회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18년째 북한선교를 하고 있지만, 그간 한국교회는 북한선교에 있어 탈북민들과 영적으로 ‘물과 기름’처럼 융화되지 못하는 것 같았다”며 “그러나 열방빛선교회는 탈북민들과 함께 숙식하다 보니 ‘사람의 통일’을 이뤄가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통일이라고 할 때 대부분 정치나 제도, 군사적인 것을 생각하지만, 북한을 다녀오고 사역을 하면서 느낀 것은 그것이 진정한 통일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그것은 ‘겉포장’일 뿐이고, 통일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합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경험한 북한은 남한과 쓰는 말만 같을 뿐,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다른 곳이었고, 마치 외계인을 보는 듯했다”며 “인성과 감성이 메마르다 못해 죽어버려, 남을 배려할 줄도 감사할 줄도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에 대해 “그런 이들에게 접근해 아무리 예수님을 전하려 해도 되지 않더라”며 “거대한 절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필리핀의 한 교도소에서 컨퍼런스를 진행한 통독학교 1기생들. ⓒ교회 제공

이 관계자는 “그러나 열방빛선교회 성경통독 사역은 탈북 청년들과 함께 ‘먹고 자면서’ 하는 것을 보고, ‘이것만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사랑이란 그 사람의 마음에 전달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그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선교 단체들을 보면 일과 시간이 마치면 서로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렇게는 한계가 있더라”며 “자신의 실상을 낱낱이 공개해서 신뢰를 쌓아야, 서로 믿는 가운데 마음을 합해 ‘사람의 통일’이 이뤄질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그는 “지금 선교하고 있는 탈북 청년들을 2-3년 전 만난 적이 있는데, 완전히 변화됐다”며 “순수해졌고 복음의 열정이 생겼으며 열심히 믿고 있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니, 이처럼 하나님께서 하시는 방법만이, 사랑만이 답이라는 결론을 다시 한 번 얻게 됐다”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통일 후에도 북한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면, 그곳 출신인 탈북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남한 땅에서 외로워 방황했을 때 교회가 우리를 붙잡아줬다’고 이야기해 줘야 한다”며 “우리가 아는 유명한 목회자가 북한 주민들에게 가서 복음을 전한다고 그들이 받아들이겠느냐”고 이야기했다. 그는 “탈북민들은 대부분 죽을 고비를 넘기고 한국에 들어왔지만, 적응하지 못해 스스로 죽을 생각도 했던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교회가 생각하는 통일과 북한 주민들이 생각하는 통일이 너무 거리가 먼 것 같다”며 “삶을 나누고 신뢰를 쌓지 않으면 쉽지 않은 사역이 될 것이고, 그런 점에서 열방빛선교회 사역을 북한선교의 ‘롤모델’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