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동욱 목사(서울 예정교회 담임, 총신대학교 운영이사).

어떤 노인이 소일거리를 겸해서 벌을 쳐서 꿀을 땄다. 꿀이 아주 좋기에 동네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빈 그릇을 가지고 와서 가지고 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어떤 사람은 조그마한 병을 가지고 와서 받아가고, 또 어떤 사람은 바가지를 가지고 와서 받아가고, 어떤 사람은 커다란 기름통을 가지고 와서 받아갔다. 그런데 그 후에 불평하는 일들이 생겼다. 한 마디로 공평하게 나누어 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노인은 말했다. “나는 가져 온 그릇대로 가득 채워 주었을 뿐인데…….”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나의 그릇이다. 내가 어떤 그릇이 되느냐에 따라 담기는 복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릇을 큰 그릇과 작은 그릇, 깨끗한 그릇과 더러운 그릇으로 구분한다. 큰 그릇은 마음의 여유가 있어 어떤 어려움이 와도 태연하게 잘 대처하는 사람이요, 작은 그릇은 조그마한 일에도 잘 흥분하여 일을 그르치는 사람이다. 결국 큰 그릇은 범사가 형통케 되지만, 작은 그릇은 빈하게 된다. 더러운 그릇도 그렇다. 깨끗한 그릇은 악한 일에는 이익이 있어도 손을 잡지 않지만, 더러운 그릇은 그릇됨을 알면서도 손을 잡다가 결국 버림당하게 된다. 또 어떤 사람은 자기 그릇에 독이 담긴 줄도 모르고 꿀이 쓰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남을 탓하기 전에 내 그릇부터 점검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