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특강 및 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은애 기자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생명운동을 위한 예배 및 공개특강 & 제12차 정기총회’가 26일 오후 신반포중앙교회 소예배실에서 열렸다. 

이날 2부 특강 시간에 ‘한국문화와 생명윤리’를 주제로 강연한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기윤실 대표 역임)는 “모든 생명은 그 자체를 유지하려고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데, 짐승은 개체의 생명보다는 종족을 ‘본능적으로’ 보존하려는 속성이 있는 반면, 인간은 생명을 ‘의식적으로’ 보존하려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손봉호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김은애 기자

손 교수는 “이러한 인간의 생존본능은 당위의 문제인데, ‘당위’라는 것은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사람의 생명을 파괴할 가능성이 없다면 파괴하면 안 된다는 당위도 없는 것이다. 생명은 그냥 두면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했다.

손 교수는 “옛날에는 사람의 생명을 자연이 위협했다면 오늘날은 문화”라며 “사람들은 그 동안 홍수, 지진, 태풍, 짐승 등 자연의 위협을 눌려보려 노력했는데, 그것이 문화의 근원이다. 이를 통해 자연이 가하던 위험을 상당한 정도로 극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오늘날은 자연이 인간에게 가하는 것보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해가 더 크다”며 “자연재해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중국에서 일어난 홍수로 4백만 명이 죽은 것인데, 히틀러는 유대인을 6천만 명 죽였다. 이제 생명보존은 윤리의 문제가 되었다”고 했다.

손 교수는 “대부분의 종교는 생명존중사상이 있다. 힌두교와 불교는 동물의 생명도 신성하게 여겨 살생을 금하고, 무신론이라 할 수 있는 유교도 인간의 존중을 강조한다”며 “그러나 생명의 존중에 대해 기독교 만큼 강조하는 종교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기독교는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았고, 때문에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다’고 가르친다. 사람의 생명은 자신의 것이 아닌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에, 자살은 범죄”라며 “다른 종교에는 우리 사람 하나하나가 귀하게 지음받았다는 생각이 없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 이것이 신비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그러나 현대 자연과학이 발달됨에 따라 생명의 가치가 점점 세속화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생명의 세속화로 인해 인간 생명의 신성성은 다 없어지고, 인간의 생명이 짐승의 생명보다 더 고귀하다는 근거가 없어졌다”며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오히려 사람의 존엄성과 생명을 위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생명윤리의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으로 ‘자살’을 꼽았다. 그는 “인권에 대한 존중과 존엄성이 없어져 유일하게 법으로 생명을 보존하고 있는데, 문제는 자살은 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한국에 자살이 많은 이유는 한국의 ‘처세중심적 세계관’ 때문인데, 이는 ‘초월신’도 ‘내세’도 중요시하지 않는, 샤머니즘에 기반한 문화다. 출세하여 이름을 날리는 것(立身揚名)에만 인생의 의미를 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대인 수용소에 갇혔다 나온 정신과 의사가 책에서 ‘머리 좋고 민첩한 사람이 아니라 확고한 삶의 의미를 가진 사람만이 어려움을 견뎌내고 살아남았다’고 했는데 이게 의미가 깊다”며 “한국인들이 고상한 삶의 의미가 없고 ‘돈 많이 벌겠다’는 천덕스러운 가치들을 삶의 의미로 삼고 사는데, ‘돈 많이 벌기 위해 자살하지 말아야지’ 이런 시시한 것으로는 힘듬과 어려움을 버텨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손 교수는 생명과 관련해 한국의 문화에서 고쳐야 할 것으로 ‘안전불감증’을 꼽았다. 그는 “안전불감증은 샤머니즘과 연관돼 있다”며 “샤머니즘과 같은 하급종교에는 인과보응의 원칙이 없다. 재수 있으면 복 받고 재수 없으면 복 못받는다 여기는데, 이것이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고가 날 확률이 99%인데 ‘재수가 없어서 사고가 났다’고 여기는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며 “핵발전소도 한국이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물리적·파괴적 힘은 갖고 있으나 책임의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손 교수는 “한국의 위험사회를 그리스도인이 책임져야 한다.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사랑의 기본”이라며 “책임 있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사회에 집어넣고, 윤리적 질서를 세워 절망에 빠지는 사람이 적어지도록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책임”이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1부 ‘생명운동을 위한 예배’에서는 이승구 목사(합동신대원 조직신학 교수)가 인도하고 김성봉 목사(신반포중앙교회 담임)가 ‘생명에 대한 관점’(엡 2:1)을 제목으로 설교했다. 제12차 정기총회를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