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16장 부부상담과 대화의 원리(2)

부부상담은 대화 수단을 가장 중요하게 활용한다. 물론 모든 상담은 대화를 중심으로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부부상담은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대화에서 서로에게 존재의 가치를 높이는데 목적을 두는 점에서 다르다. 부부에게는 서로에게 욕구불만이 특징적인 것으로 드러나지만, 실제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알아주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것은 부부가 실제적인 문제보다, 대화의 원리를 터득하지 못한 데서 발생하는 측면이 있기에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1. 대화의 특징

인간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의사를 전달한다. 이런 대화는 상징을 통하여 타인에게 자신의 의미를 전달하는 현상, 즉 정보전달이다. 다만 인간과 인간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는 여러 언어 및 비언어적 상징이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상징이 나타내는 현상은 의미(meaning)이기에, 대화는 하나의 체계(system)를 가지고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다.

체계는 그 기능이 활성화되기 위해 특성상 여러 부분, 상호작용, 독립된 개체로 구성된다. 이렇게 구성된 체계는 주위의 환경과 상호작용을 한다. 체계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환경에 적응하면서 발전하거나 퇴보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등 스스로의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화에는 단순히 정보전달의 현상 외에도 자연에서 일어나는 특성이 포함된다. 그것은 질량의 전달, 힘의 전달, 파장의 전달 등이다.

질량의 전달로는 어떤 물체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되는 현상으로서 교통(transportation)의 개념이 대표적이다. 힘의 전달로서는 질량전달을 수반하는 것으로 발전소의 동력이 전달되는 것이나 열의 전달 같은 현상이다. 예를 들어 망치로 못을 박는 행위는 질량과 운동에너지가 동시에 전달되는 것이다. 파장의 전달이란 소리나 빛이 전달되는 것이다. 여기에 공기의 입자는 아래 위로만 움직이는데 여기에서 생긴 음파는 앞으로 전달된다. 이러한 가운데 작용하는 대화는 다음의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1) 정신에너지의 전달로서 대화

대화란 현상적으로 정신에너지의 전달이다. 개인의 감정이나 의사표시 등은 모두 정신에너지에 해당한다. 개인은 기쁨이나 슬픔, 행복이나 불행, 의식적 및 무의식적인 의도 등을 타인에게 전한다. 이것은 정신에너지를 수반하고 있기에 상대방에게 대화를 통하여 반응을 일으키는데, 대개 기쁜 내용을 전하면 기쁨이 일어나고 슬픔을 전하면 슬픔의 감정이 전달되는 것이다.

대화가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보면, 이는 마치 일정한 체계를 갖춘 기계와도 같다. 기계(machine)는 여러 부품이 톱니바퀴나 축(軸)으로 연결되어서 에너지를 전달하는 체계인데, 기계체계는 각 부품 간에 에너지를 매개로 하여 상호작용을 통하여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내거나 물건을 생산한다. 예를 들면 자동차는 연료를 엔진에서 동력으로 바꾸고, 이렇게 나온 동력은 축을 통해 바뀌어 전해져 움직이는 기계체계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기계는 사람이 조작하거나 조절하는 것에 의해서만 가능해진다. 더 발전된 장치나 체계는 인공두뇌연구(Cybernetics)로서 목표와 방향을 따라 움직이는 자동통제장치(self-control mechanism)이다.

이 자동통제장치는 감응기를 부착한 자동온도장치 등에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장치가 움직이는 생물체에 활용된다면 어떨까?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생물체에는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생물체는 생체 내의 환경적인 반응으로 움직여지기 때문이다. 이 자동온도장치의 원리는 오늘날 자동화된 기계의 근원이 되는 유도탄이나 로봇에까지 실용화되고 있다. 그러니까 기계적 전달은 일정한 통로를 따라 흐르는 정보의 양(quantity of information)과 더불어 정보이론이 중요시되기에 이른다. 여기에 정보의 양은 정보의 통로를 거쳐서 정보가 반복되는 등 그 흐름이 조절되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예를 들면 전화할 때 소리가 들리도록 적당히 큰 소리를 내어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리게 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기계적 원리가 인간의 대화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2) 학습현상으로서 대화

대화는 학습에서도 필요하다. 대화는 학습현상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대화를 통해 많이 학습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대화를 잘 하는 사람은 학습이 더 발전되고, 잘 학습된 사람이 대화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감정을 표출하면 할수록 더 잘하게 된다는 원리에서 이해된다. 물론 태어나면서부터 감정표출을 잘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런 행동은 상당 부분 행동의 반복이나 훈련을 전제로 한다. 훈련을 많이 하는 사람이 더 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서로간의 대화는 자연적으로 학습의 효과를 산출한다. 여기에 학습현상이란 선천적(a priori)인 자연적 표징과 후천적(a posteriory)인 신호의 차원이 포함된다. 자연적 표징은 외부 자극에 따라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특성과 후천적인 학습에 의한 것이다. 이런 대화의 학습은 동물과의 관련에서 쉽게 이해된다. 동물은 기계와는 달리 생명을 가진 생물체로서 어떤 목적을 의식하고 행동하는 존재라는 점에서다. 이들은 오감(五感)의 감각기관을 통해 환경으로부터 수많은 자극을 수용하면서 신경조직에서 통합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는 기계적인 대화가 일정한 부호에 의해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것과는 달리 나름대로 자극을 선별하고 정보로 정리하여 필요한 곳에 사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동물은 대화에서 학습을 특징으로 한다. 물론 이런 대화는 언어적인 것을 기초로 하는 것이지만, 비언어적인 것도 포함한다. 이런 현상을 두고 우리는 의사를 소통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익혀지는 학습이란 일종의 반복에 의한 조건반응(conditional response)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조건반응으로 유명한 ‘파블로프(Pavlov)의 개’는 그것을 입증한다. 파블로프가 실험하던 개(dog)는 음식을 보면 본능적으로 침을 흘렸다. 그런데 음식을 줄 때마다 종을 울리면 나중에는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게 되었다. 그것은 반복을 통한 연상으로 종소리는 음식을 의미하는 신호가 된 것이다. 이것은 반복을 통한 조건반응이지만, 이미 학습된 것에서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3) 상호작용성으로서 대화

대화는 그 특성상 그 대화를 함께 나눌 상대방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대화가 상호작용성이 중요시됨을 의미한다. 나아가 개인이 타인과 대화하는 문제란 기계적인 측면의 에너지와 동물의 학습적 현상 외에 상호작용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타인과 더불어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며 살아가기에 인간의 대화는 상호작용을 기본으로 하여 대화를 한다. 우리는 이러한 대화의 특징에 대해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대화는 상호간에 이루어진다. 대화란 의미를 주고받는 송신자와 수신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혼자만의 대화도 상정할 수 있으나 대화의 근본은 일단 상대방을 전제로 한다. 그것은 일방적인 대화와는 달리 쌍방의 존재와 서로의 인식이 없이는 면대면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로 서로 간에 대화의 주체와 객체가 된다. 대화에 참여하는 각 개인은 메시지의 송신자와 수용자의 역할을 동시에 취한다. 말을 하는 송신자는 자신의 경험이나 상대방에 대한 인식, 개인적 능력을 바탕으로 일정한 상징을 선택하여 자기의 의사를 표현한다. 수용자 역시 송신자에 대한 지식 및 비슷한 경험을 근거로 상징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여기에는 때로 상징을 통한 의미의 조정을 필요로 하는 수가 있다.

셋째로 대화는 상호의존적이다.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를 전달하는 사람과 그것을 받는 사람은 상호의존적이다. 대화는 상호의존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서로 간에 나누는 대화는 서로를 의존하지 않으면 불가능해짐을 의미한다. 또한 이런 의존성이 없는 대화는 그 소통량도 줄어들 뿐 아니라 이해력도 감소하게 된다. 대화는 상호의존하는 상태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며, 주로 반응에 의해 메시지가 흐르기 때문이다.

넷째로 대화는 서로 대화를 하려는 욕구에서 일어난다. 대화는 서로 대화행위를 통제해 가면서 말하고 듣곤 한다. 만약 일방적이기만 한다면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뜻을 부호화(encoding)할 뿐 이것을 해독(decoding)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성립은 불가능하다. 상대방의 메시지를 받는 일은 주어진 상징에 즉시 반응해야 하는 일정의 사회적으로 약속된 활동이므로 독서나 TV 시청과는 달리 시간이나 장소를 일방적으로 선택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대화는 친밀성, 즉각적인 반응, 자발성, 비조직성, 비공식성을 특징으로 하는 대면적인 상호작용이다.

다섯째로 대화에는 만족감이 있다. 대화에는 서로에게 만족감이라는 보상이 주어진다. 서로 간에 주고받는 대화는 개인의 심리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에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화에 따라 만족감이 달라지며, 그 이해하는 정도에 따르는 경우는 있다. 대개 만족감은 긍정적으로 감지하고 인식하는데 비롯되는 정서이다. 주로 상대방의 외부적 행위를 보고 내적 상태를 얼마나 이해하는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2. 대화의 기본 과정

대화의 과정은 일정한 경로와 과정이 있다. 대화의 과정이란 참여하는 자들이 어떤 경로를 통하여 전달되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의사가 전달되는 과정을 파악하는 것으로서 의사가 전달되는 과정이다. 여기에는 그 전달에 영향을 주는 요인도 있으며, 이를 위하여 3가지 전달 모델을 고찰하는 것은 과정과 유형을 동시에 고찰하는 것이 된다.

1) 일방적인 형태

대화의 일방적인 형태는 말하는 화자(話者)가 주도적이다. 이 일방적인 형태는 수용자의 반응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형태이다. 이런 일반적인 대화의 경우는 주로 사회적인 불균형의 상태에서 발생하는 형태이다. 군대의 상관이 부하에게,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내리는 명령이나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일방적인 훈계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러한 일방적 전달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모형에서 찾을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저서<수사학(The Rhetoric)>에서 대화의 5가지 요소를 지적하면서 발언자, 발언내용, 청중, 효과의 모델을 제시했다.

본래 수사학은 분명히 청중과의 대면상황에서 청중을 설득하기 위한 화술(話術)을 연구하는 학문이었다. 이러한 수사학은 그 본질상 대화와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 그것은 수사학이 대면적이라는 점에는 대화론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다. 다만 수사학은 특히 청중의 설득에 치중한 것이다. 그 반면에 대화는 설득 뿐 아니라 정보전달이나 의사표시 등 다양한 메시지를 포함한다.

이러한 일방적인 형태는 실제적으로 상담의 상황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상담에서는 상담자나 부부의의 일방적인 의사전달보다는 상대방의 반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상담은 수용자의 반응을 고려한 새로운 형태를 필요하게 된다. 화자의 일방적인 측면을 보완한 수용자의 반응상태를 고려한 것이다.

2) 반응 형태

대화의 반응형태란 의사전달을 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의 반응을 고려하는 것이다. 화자가 주도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보다 수용자의 반응을 통하여 자신의 의견이나 느낌 등을 알아낸다. 물론 이러한 의사표출은 비교적 소극적으로 나타내는 방식이다. 이때에 수용자는 반응수단으로서 언어 뿐 아니라, 얼굴 표정, 목소리, 눈빛 등과 같은 비언어적 표현도 사용한다.

이러한 반응형태에는 앤더슨(K. Anderson)의 변형된 정보이론 모형이 관련된다. 반응형태란(Feedback Model) 화자(아이디어→부호화)→메시지(소음)→수용자(해독→아이디어)의 순서로 된다는 점에서다. 여기에서 특히 부호화란 언어, 그림, 동작 등 다양한 상징체계가 동원된다. 때로 화자의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에 앤더슨은 그 원인을 소음 때문으로 본다. 이 소음에는 물론 물리적인 것과 의미적인 것이 있다. 물리적인 것이라 함은 주위의 소음이나 목소리가 너무 작은 것 등을 포함한다.

그에 반해 의미론적이라 함은 화자가 자기 뜻을 제대로 표현을 못했다든가 수용자가 다른 뜻으로 해석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상담과정에서 때로는 반응형태가 사용된다. 물론 이 반응형태는 상담자가 부부의 의사소통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이 형태는 반드시 상대방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부부의 의사소통을 많이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3) 상호작용 형태

상호작용 형태는 대등한 관계에서 행해지는 대화이다. 쌍방이 대등한 입장에서 상대방의 반응을 고려하면서 대화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친구나 동료, 연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이다. 이 유형은 자연히 대화량도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슈람(W. Schramm)에 의하면 이 모형에서는 화자와 수용자 의 뚜렷한 구별이 없는 것으로 본다. 두 사람이 동등하며 부호화는 메시지를 상징으로 나타내는 과정이며, 메시지가 전달되면 이를 해독하여 그 내용을 알게 된다는 점에서다. 이것은 (기호화, 해석, 해독)→메시지→(해독, 해석, 기호화) →메시지의 순서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호작용형태의 대화는 다음의 기본적인 점에 따라 그 효능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자아위치와 자아노출이 그것이다. 자아위치란 상호간의 관계를 인식하는 정도와 관계되며, 자아노출이란 양자가 노출하는 정도에 따라 메시지의 흐름과 양이 변화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에릭 번(E. Berne)은 자아위치에 대하여 3가지를 지적하였다. 그것은 부모적 자아위치(parent ego state), 성인적 자아위치(adult ego state), 아동적 자아위치(child ego state)이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이런 3가지 유형의 자아위치를 갖고 있는데 상대방에 따라서 적절한 자아위치를 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부모적 자아위치란 칭찬을 한다든가 혹은 권위 있게 주장하는 등의 행위다. 성인적 자아위치는 수평적인 관계에서 상대와 같은 입장에서 객관적이며 논리적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아동적 자아위치는 아랫사람으로서의 관계로 주로 감정적이며 복종적인 형태를 갖는다.

자아노출이란 상대방이 자신을 얼마나 공개하느냐의 문제에 관련된다. 대체로 2가지 측면이 있는데, 먼저는 자기 스스로 알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고, 그 다음은 남이 알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다. 여기에는 자기 공개의 정도에 따른 조해리(Johari)의 창(Johari’s window of mind)이 있다. 조해리의 창은 심리학자인 루프트와 잉그함(Joseph Luft & Harry Ingham)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두 사람의 이름을 합성하여 조해리(Joe+Harry=Johari)라고 명명 되었다. 조해리의 창은 한 사람의 전체적인 자아를 4종류로 나누고 있다. 열린 자아, 눈먼 자아, 숨긴 자아, 모르는 자아가 그것이다.

첫째로 서로가 알고 있는 열린 자아이다. 열린 자아는 자신 뿐 아니라 상대방도 알고 있는 자아의 모습이다. 상대방이 알고 있는 자아의 내용은 주로 자신에 대한 정조, 느낌, 욕구, 생각 등인데 자신에 대한 정보로는 이름, 피부색, 성별, 나이, 종교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열린 자아는 흔히 친밀성과 같은 것이며 이는 상대방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 열린 자아는 대화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으며, 또한 열린 자아가 전체적인 자아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많을수록 상대방도 자신을 많이 개방하게 되므로 대화량이 많아지고 메시지 흐름도 상호적이 된다. 그 반대는 큰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둘째로 자신만 알고 있는 숨긴 자아이다. 숨긴 자아는 자신은 알고 있으나 상대방에게는 알리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다. 숨긴 자아는 상대방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 주가 되는데 주로 과거의 실패담, 자신의 단점, 부부의 성관계 등이다. 이러한 숨긴 자아는 열린 자아와 역관계에 있어서 열린 자아가 넓어질수록 작아진다. 따라서 숨긴 자아가 커질수록 대화 양은 적어지고 메시지도 일방적으로 흐르기 쉽다. 그리고 상대방은 대화에 만족치 못하고 원가 미흡한 느낌을 갖게 된다.

셋째로 자신이 모르는 눈 먼 자아이다. 눈 먼 자아는 자신은 알지 못하나 상대방은 알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말한다. 자신의 특유한 말버릇이나 몸짓 혹은 특정한 사고방식 등이다. 대화는 두 사람 사이에 공유되는 부눈이 많을수록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눈 먼 자아가 클수록 대화는 어려워지고 상대방으로부터 냉소적인 반응을 받기 쉽다. 따라서 대화의 양도 적어지고 메시지의 흐름도 일방적이기 쉽다. 눈 먼 자아를 줄이는 방법은 자신을 개방하여 타인과 대화를 가짐으로서 자신에 대한 모습을 상대방으로부터 찾는 것이다.

넷째로 서로가 모르는 자아이다. 모르는 자아는 자신도 모르고 상대방도 모르는 자신의 모습이다. 자신도 모르고 상대방도 모르는 이 자아는 완전히 무엇엔가 가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모른 상태에서 소통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서로가 잘 알기에 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와 비교하면, 전혀 반대의 경우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런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도하여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하여 다른 형태의 자아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가 쉽게 일어나기는 어렵지만, 일종의 그런 가능성이며 실제로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에 비하면 상담의 현장에서는 이런 상호작용적 형태가 쉽지는 않다고 보아야 한다. 이미 상담에서 부부는 대개 바라는 욕구가 거절되어서 상담을 요청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부부의 상호작용적인 형태는 일반에서만 가능하며, 상담에서는 하나의 이상(理想)으로만 남을지 모른다. 그러나 상담자의 능력에 따라서는 부부에게도 어느 정도 상호작용적인 형태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부부들이 편안한 상담자로 여기는 것은 그만큼 상호작용적 형태가 된 결과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런 형태는 단순히 일방적인 형태만이 아니라, 상담에서 매우 자주 적용되는 측면이 있다. 상담은 이런 과정으로 향하는 과정인 것이다. 부부상담자가 부부의인 부부와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된다면 상담은 한층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