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윤선 목사에 대한 거침없는 지적과 비판으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목사의 딸> 저자 박혜란 목사와의 서면 인터뷰가, 한국기독교출판협회(회장 민병문 장로, 이하 기출협) 발행 월간 기독교출판소식 2015년 3월호에 게재됐다.

박혜란 목사는 故 박윤선 목사의 딸로,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박윤선 목사(1905-1988)는 한국교회사의 거목(巨木)으로, 총신대 대학원과 합동신학교 원장을 역임하고 한국 최초의 신구약 주석을 완간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박혜란 목사는 어린 시절의 ‘아버지’에 대해 “매우 단순한 분이셨기에, 사람이 상당히 복합적인 존재라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셨던 것 같다”며 “암기력이 뛰어나고 집중력이 있어 늘 훌륭한 학생이고 스승으로 인정받으셨지만, 성격이 급하고 분노를 터뜨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회고했다.

반면 ‘어머니’에 대해서는 “조용하게 가정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시는 분이셨고, 누구를 강압하는 일 없이 폭넓게 이해하고 기다리시는 분이셨다”고 긍정적으로 서술했다. 어머니는 그녀가 어린 시절 소천했는데, 아버지는 재혼한 후 전처의 자녀들인 자신과 남매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고 박 목사는 책에서 쓰고 있다.

박 목사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건강한 아버지상’은 바로 하나님께서 맡긴 자녀들을 제일 귀중히 생각하는 분”이라며 “그런 점에서 아버지는 하나님께 우리를 떠맡기셨을 뿐 책임을 다하지 않으셨다고 생각하고, 이것이 저희 형제들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사역과 매일의 삶을 나누어 생각하는 사람은 사역을 떠나야 한다고 믿는다”며 “저도 할머니가 됐지만, 하나님 주신 사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맡겨주신 자녀들을 양육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천하보다 귀한 생명’이라는 말을 타인에게만이 아니라, 자기 자녀들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 “가르치는 게 아니라, 본을 보이는 것이 사역 아닌가”라고도 했다.

▲아버지와 함께한 저자의 모습. ⓒ기출협 제공

아버지의 대표적 ‘업적’인 신·구약 전권 주석에 대해서도 “외국어에 능통하셨지만 주석은 한글 성경으로 하셨는데, 당시 한글 성경은 히브리어·헬라어 원문을 번역한 게 아니라 몇 가지 언어로 중역된 성경이었다”며 “그래서 곳곳에 오역이 있었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여러 주석을 참조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박 목사는 “예를 들어 성경 속 ‘충성’이라는 단어는 ‘신실함, 꾸준함, 변절하지 않음’ 등을 뜻하는데, 아버지는 ‘군신 관계’만으로 이해하셨다”며 “이는 아마 아버지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교육받으면서 유교적·군사적 가치관을 갖게 됐기 때문일 것인데, 문제는 한국교회가 그런 아버지의 신학적 전통을 계승하려고만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집필하면서 부담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특히 아버지를 존경하다 못해 숭상하려는 느낌을 주는 분들도 있어 무섭기도 했다”며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집필하면서 20번 넘게 읽고 그때마다 울어야 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박혜란 목사는 “아버지를 힐난하기 위해 쓴 책이 결코 아니다”며 “아버지를 통해 말씀과 기도의 전통을 유산으로 받았다면, 아버지의 부족한 면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 인습(因習)도 인정하고 개선해야 하는 것이고, 이는 제가 딸이기에 가능한 시도”라고 밝혔다.

기독교출판소식 3월호에는 이 외에도 커버스토리를 비롯해 기독교 출판마을 이야기, 이 달의 신간, 자세히 보는 신간, 옛 책을 탐하다, 특별기획 새학기 필독서 안내 등이 담겨 있다. 이 잡지는 전국 기독교 서점과 기출협 홈페이지(웹진)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