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딸”을 다 읽고
나는 한발 물러나 다시 책 내용을 되새겼습니다.

“목사의 딸”이 아니라
“목사와 딸”로 다시 읽은 것입니다.

우선 목사의 딸로서 겪은 아버지의 무정함과

어머니를 향한 구타와 자식에 대한 저주
그리고 어머니의 처참한 죽음과 새 어머니의 차별 등등
그 가족사를 다시 옮기기가
송구하고 민망해서 생략을 합니다.

어쨌든 목사 자신의 성결과 경건
그리고 보수 정통주의자로서 교단의 신조를 지킴으로
얻고자 하는 그 존경과 명예!

이를 위하여 죽기내기로 냉혹하리만치 교조에 충성을 다한 모습이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던 자녀들에게는
그 얼마나 크고 깊은 상처를 주었을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를 대하면서 목사의 한 사람으로 낯이 뜨겁고
내게 숨겨진 그 어떤 한 부분을 들킨 듯한 감정마저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편 제 자식과 아내에 대해서
따뜻하게 대하지 못한 아버지
그것은 보수 정통의 목사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반세기도 더 거슬러 올라간 시절의
이 땅의 대다수 아버지들이 지닌 일면일 수도 있지 않을까? 

뿐 아니라 봉건적 잔재 속에 일제 강점기의 가난했던 시절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배려를 받지 못하고 자란 한 세대가
다음 세대를 향해 일으킨 불행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책에서 토해내는 참 복음은
영혼의 조개 껍데기 속에서 그 아픈 상처를 통해서 만들어낸
진주와 같은 성경주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아버지 박 목사님은 지사충성(至死忠誠)을 모토로 삼고
죽기내기로 그것을 이루려 하였고 그것을 후학에도 가르쳤습니다.
이는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관을 네게 주리라”는
요한계시록 2장 10절에서 온 말씀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자는 이를 단호하게 잘못된 이해라고 말합니다.
이 말씀은 교회가 핍박을 당하고 있을 때에
변절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것이지
유교의 지사충성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믿는 자는 곧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을 믿는 것이고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종이었을 때처럼
죽도록 주인을 섬기는 노예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무한정 공급받는 자다.

그러므로 그 사랑을 누리고 하나님과 깊이 사귀면서
날마다 하나님을 알아가는 복된 관계여야 한다.
즉 서로 깊이 사랑하므로 점점 더 하나님을 알아가며,
하나님을 알기에 갈수록 하나님이 더 친밀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믿는 자들은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영생을 누리며 살게 된다. “

<이주연>

*오늘의 단상*

아름다운 얼굴은 추천장이요,
아름다운 마음은 신용장이요,
아름다운 미소는 향기입니다.
<작자 미상>

* ‘산마루서신’은 산마루교회를 담임하는 이주연 목사가 매일 하나님께서 주시는 깨달음들을 특유의 서정적인 글로 담아낸 것입니다. 이 목사는 지난 1990년대 초 월간 ‘기독교사상’에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펜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홈페이지 ‘산마루서신’(www.sanletter.net)을 통해, 그의 글을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