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자녀들아 모든 일에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는 주 안에서 기쁘게 하는 것이니라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지니 낙심할까 함이라”(골 3:20-21)

부모를 공경하는 것과 자녀를 믿음으로 양육하는 것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상관적 관계에 있다. 계란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의 논쟁처럼, 어느 하나에 치우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기도 하다.

성경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정 이야기는 룻기를 꼽을 수 있다. 룻기의 주인공인 룻은 비록 이방 여인이었지만 소망도 없는 늙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이국 땅 베들레헴으로 이민을 왔다. 그곳에서 룻은 시어머니인 나오미를 정성껏 공경하였다. 비록 보리 이삭을 주워서 생계를 꾸려야 할 만큼 가난하고 초라한 모습의 한 여인이었지만, 부유한 보아스를 만나 결혼하게 됨으로 이스라엘의 가장 뛰어난 왕인 다윗의 증조모가 되는 복을 받았다.

과연 룻기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단순히 룻이라는 한 여인의 신앙인격과 성실성에 의한 것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룻기의 내용을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면, 룻의 고국을 떠나 이스라엘로 이민 오겠다는 결단과 그 이후 시어머니를 위한 효성스러운 행동은 오히려 시어머니 나오미의 깊은 신앙과 배려에서 연유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나오미는 룻에게 본토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간곡하게 부탁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앞길이 창창한 젊은 아낙네 룻에 대한 나오미의 사려 깊은 충고였다. 또한 보아스를 만나는 과정에서도 나오미는 모든 계획을 주도면밀하게 세워, 룻으로 하여금 적절하게 대처하게 하였다. 그 결과로 룻은 보아스와 결혼할 수가 있었다.

나오미 역시 과부의 입장에서 그런 배려와 아량을 베풀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오미는 자기 며느리를 돕기 위하여 사랑으로 최선을 다한 것이다. 룻기의 아름다운 가정 이야기는 깊은 신앙과 인격을 소유한 나오미가 이방 여인이었던 며느리 룻의 마음을 감동시켰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그런 점에서 룻의 극진한 효성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시어머니와 이루어낸 합작품이 아닐 수 없다.

자녀들이 부모 공경의 미덕을 지켜나가면서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땅에서 잘 되는 복과 장수하는 건강의 복을 누리는 모두가 되기를 기도한다. 그것은 자녀들에게 부모를 공경하라는 일방적인 요구를 하는 데서 시작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부모들이 자신의 사명과 위치를 지키려는 진지한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사도 바울이 자녀들에게 부모 공경을 명령하면서 동시에 부모들에게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주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할 것을 명령한 것도 그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고, 상호 긴장감을 갖고 피차 간 진지한 노력으로 유지할 인격적 관계이다.

부모는 하나님의 생명인 자녀를 위탁받은 청지기들이다. 이기적인 자세가 아니라 하나님의 생명을 맡았다는 경건한 마음으로 자녀들을 인격적으로 대하여야 하며, 인생의 올바른 길을 걷도록 사랑으로 도와주며, 또한 신앙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가정목회자의 사명을 충실히 감당하여야 한다.

그런 신앙의 자세를 갖게 될 때, 자녀들은 부모를 순종하며 공경할 것이고, 그것을 통하여 자녀들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땅의 기름진 복과 하늘의 신령한 복을 받게 될 것이다. 그것은 자녀들이 누리는 복이면서 또한 부모가 누리는 복이기도 하다.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부모의 가장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목적으로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라는 제목의 글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칼럼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해당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