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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없음

제임스 에머리 화이트 | 베가북스 | 356쪽 | 15,000원

최근 한국갤럽에서 ‘한국인의 종교 1984-2014’ 설문조사 비교 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2014년 현재 한국인의 종교인구 분포는 ‘불교-기독교(개신교)-천주교-기타종교’ 순이다. 그러나 이들을 모두 합쳐도 50%에 불과하다. ‘비종교인(종교 없음)’이 나머지 5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 어떤 면에서 ‘무교’가 한국의 최대 종교인 셈이다.

화이트 목사가 최근 펴낸 <종교 없음(The Rise of the Nones)>은, 미국에서 현재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종교 그룹인 ‘무종교인들(Nones)’의 증가 현상에 대해, 그 특성과 이유를 분석하고 그들을 ‘종교 있음’의 상태로 되돌릴 방안을 모색한다.

저자인 제임스 에머리 화이트(James Emery White) 목사는 고든콘웰 신학교 제4대 총장을 역임했으며, <교회 성장, 다시 생각해 봅시다>, <위기의 시대에 놓인 교회> 등을 썼다. 그가 총장직을 내려놓고 창립한 샬럿 메클런버그 커뮤니티교회는 성도 중 70%를 ‘불신자 전도’로 채운 곳으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교회들 중 하나다.

앞의 설문조사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 ‘무교’의 비율은 1984년 56%, 1997년 53% 등 꾸준히 50%대를 유지해 왔다. 생활기록부 종교란에 한 칸을 차지할 만큼 우리에겐 ‘무교’가 익숙하지만,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본지 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 중 40%가 교회에 가지 않는데도 자신의 종교가 ‘기독교’라 답하는 ‘포스트-크리스천(또는 명목상 기독교인)’이었고, 20% 정도가 ‘특정한 종교적 정체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저자 화이트 목사는 이들 ‘무종교인’에 대해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들 대부분이 무신론자가 아니라, 특정 종교를 거절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간단히 말하자면, 그들은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는 않다”고 했다. 또 특정 정치색을 대변하고 돈과 권력에 지나친 가치를 부여하며 신앙을 강요하는 기독교인들의 모습에 염증을 느끼면서, ‘종교 없음’의 길을 걸어간다고 분석한다.

진리에 대한 생각도 차별화된다. 그들에게 진리는 하나가 아니라, ‘진리인 듯 진리 아닌 진리 같은(Truthiness)’ 것들이 존재하는 다원성의 세계이다. 그리고 ‘천문학자들이 투표로 명왕성을 행성 목록에서 제외했던 것’처럼, 진실이 ‘다수결’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고(Wikiality) 믿는다. 죄인이 되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를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Mistakers)’이라 부르고 욕정과 분노 등도 그럴 듯하게 합리화한다.

▲저자 화이트 목사. ⓒ베가북스 제공

화이트 목사는 ‘무종교인’들에게 참되고 유일한 길을 알려주기에 앞서, 자성의 목소리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문제는 전략이나 신학, 리더십과 새로운 세대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교회에서 불신자들이 돌아와 예수님을 만나게 되길 원한다고 말하면서, 그들이 와서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도록 교회의 정문을 멋지고 매력 있게 활짝 열어 그들을 초청하는 일을 거부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깨어나서 눈앞에 직면한 전투에 참여해야 할 때이고, 그 전투는 너무나 명백하다”며 “우리는 이 세상을 그리스도에게로 가져가기 위해, 복음 그 자체를 축소시키려는 그 어떤 시도도 차단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 ‘종교 없음’에 체크하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우리의 유일한 소망, 그리고 예수의 지상명령 핵심은 ‘종교 없음’을 외치는 그들을 ‘종교 있음’을 외치는 사람으로 바꿔놓음으로써, 이 거센 흐름을 저지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불신자들을 위해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결론 부분에서 각자의 교회론을 재점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 이 책에서 기로에 놓인 한국 기독교의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