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한국 주최 통일세미나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평화한국(대표 허문영 박사)이 ‘광복 70주년, 한국교회 무엇을 할 것인가?’ 세미나를 30일 오전 서울 반포동 남서울교회(담임 화종부 목사) 비전센터에서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임헌만 박사(백석대 교수) 사회로 평화한국 이사장 임석순 목사(한국중앙교회)가 기조연설을 맡았다. 한복협 회장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와 기성 증경총회장 조일래 목사(수정성결교회) 축사를 전했다. 발제에는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 사무총장 우순태 목사(기성 전 총무), 한민족복지재단 전 회장 김형석 목사(그레이스교회), 허문영 박사가 나섰다.

“사랑·화해의 종 되어, 분열과 갈등 치유해야”

‘한국교회의 통일 준비’에 대해 발표한 우순태 목사는 “그 동안 한국교회의 북한선교를 향한 접근방법이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다양한 스펙트럼을 이루고 있었다”며 이를 △선교의 상황이해 △종말론적 통일선교 △다양한 북한선교 현장사역 △사회주의 북한을 이해하는 통일선교 등으로 구분했다.

북한선교와 통일에 있어 한국 기독교계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선 “열심히 기도하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연합단체·교단·개교회 나름대로 전략과 비전을 갖고 열정적으로 사역을 수행하고 있다”고 했고, 부정적인 면으로는 △북한선교의 확고한 목표와 비전이 없다 △북한의 동향과 대남 전략 등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이 부족하다 △지나친 조직 이기주의와 공명심, 소영웅주의로 역효과를 가져왔다 △북한체제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주먹구구식 전략을 사용한다 등을 각각 꼽았다.

우 목사는 “통일을 이루려면 건전한 통일문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서로 사랑하고 협력하며 화해하는 통일문화가 한국에서부터 시작해 남북한 전역에 형성돼야 하고, 우리 기독교인들은 사랑과 화해의 종이 되어, 모든 미움에서 자유로워지고 모든 분열과 갈등을 치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일을 준비하는 교회’를 주제로 김형석 목사는 ‘평화통일 준비위원회’의 사업 방향에 대해 국내에서는 △기존 북한선교 단체와 연계·협력 △기도회·집회·아카데미 등을 통한 전국적 네트워크 △통일과 선교에 대한 체계적 연구 및 정책 개발 △예배와 기도 등 통일 준비의 실천적 방안 제시 △통일 준비를 위한 재단 설립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북한에서는 △인도적 지원 및 지역개발 사업으로 접촉점 유지 △광복 70주년 문화행사로 8·15성회 추진 등을 각각 제안했다. 그는 특히 ‘광복 70주년’을 맞는 희년 예배를 평양에서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적 지원에 있어서도 아무 조건 없이 할 수 있지만, 통일을 위한 구체적 전략 차원에서는 인권이나 종교 자유 등을 관철하는 ‘빅딜’이 필요하다”며 “현장의 미시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정치·경제·외교 등 다방면에서의 거시적·미시적 접근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도 했다.

“복음적 평화통일, 하나님나라 중심 접근으로”

‘한국교회 통일운동 방향’에 대해 허문영 박사는 “향후 10년간 한반도에서는 긍정적 방향으로 남북 간 화해협력이 재개되고 평챵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연합 등 ‘평화통일의 길’이, 부정적 방향으로 북한·안보·경제 분야의 문제가 동시 발생하는 ‘절대 폭풍(perfect storm)’이 다가올 수 있다”고 했다.

허 박사는 “절대 폭풍의 도래를 억제하고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려면 환경·능력·의지 등 3가지를 모두 잘 준비해야 하지만, 현재는 모두 미흡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제)환경의 경우 남북통일에 대한 미·일·중·러의 우호적 태도와 협력적 지지가 불충분하고, (국가)능력은 평화통일을 이뤄낼 수 있는 한국의 정치·경제·사회·군사적 능력이 미흡하며, 통일에 대한 (국민)의지도 저조하다는 것.

이에 “한국교회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수 1:7-9)’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인식을 갖도록 격려해야 한다”며 “복음적 평화통일은 남한체제 확산론이나 남북한체제 수렴론을 넘어, 하나님 나라 중심의 변혁론적 접근(마 6:33)으로만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상대방(북한)을 변화시키려 애쓰기보다, 우리 교회와 사회부터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는 이영일 전 국회의원, 북한정의연대 대표 정베드로 목사,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총재 전용태 장로, 서울대 통일연구소 김병로 교수 등이 나섰다. 특히 정베드로 목사는 “북한인권은 긴급한 사안으로, 보수와 진보를 떠나 북한에서의 신앙의 자유와 주민들의 인권 문제가 각종 성명에서 빠지지 말아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이를 촉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조언했다.

“통일된 코리아, 열방 축복하는 사명 감당해야”

앞서 임석순 목사는 “평화는 인류의 외침 이전에 하나님의 통치 원리”라며 “평화는 성경의 가장 큰 주제이자 복음의 핵심이지만, 그 동안 부차적인 가치로 인식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세계 모든 민족 가운데 평화로 역사하시고, 예수 그리스도는 평화의 왕으로 이 땅 가운데 오셔서 십자가로 하나님과 우리를 화목하게 하시어(엡 2:13-18) 화목하게 하는 귀한 사명(고후 5:18)을 우리에게 주셨다”고 했다.

그는 “그렇기에 한반도의 통일은 단순히 우리의 소망이자 모든 인류의 소망이기에 실현돼야 하는 것이 아니다”며 “모든 평화는 하나님께 속해 있고 하나님은 온 만물이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는 것을 기뻐하시며 소원하고 계시기에(골 1:20), 한반도 땅에서도 그 분의 나라,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실 것이며 지금도 세우고 계신다는 관점에서 이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목사는 “정치·사회·경제적 문제 통일도 필요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며 “민족적 통일도 당위일 수 있지만, 그보다 기본적으로 ‘영적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만물·만유가 처음 그분께서 원래 창조하셨던 것처럼 회복되기를 바라신다”며 “백두산부터 한라산까지 남북한 전체가 그분의 나라로 회복되도록 하기 위해, 그분의 성령을 통해 지금도 일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임석순 목사는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맞아, 1945년 광복과 함께 시작된 국토 분단과 1948년 남북의 정부 수립으로 인한 국가 분단, 1950년 6·25로 인한 민족 분단이 2015년 주님의 평화로 회복되길 바란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70년만에 다른 나라에 원조할 수 있는 나라가 됐는데, 통일된 코리아가 열방을 축복하는 사명을 감당할 수 있길 바란다. 한국교회도 연합으로 평화통일을 준비할 수 있는 실제적인 준비를 할 때가 됐다”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북한 동포들 끌어안고 울 수 있도록 훈련해야”

발제 전 축사한 김명혁 목사는 “남북 분단과 대결이 70년간 계속되고 있는 것은 우리 민족과 교회의 가장 불행한 일이지만, 한국교회와 사회 안에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과 기도가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럽고 고맙고 축하할 일”이라며 “특히 금년 초부터 한국교회 안에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운동이 범교단적·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은 무척 고맙고 축하할 일”이라고 밝혔다.

김 목사는 “오늘 세미나를 열면서 ‘한민족교회 평화통일 준비위원회’를 만들려 하는 것을 귀중하게 생각한다”며 “세미나 주제인 ‘한국교회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몇 가지 답변하면서 축사를 대신하겠다”고 했다.

그 첫째로, 분단 불행의 원인인 ‘우리의 죄’를 자복하는 처절한 회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바벨론 포로 중에 울면서 회개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시 137:1)을 본받아야 한다”며 “박윤선 목사님은 본문의 ‘시온’은 민족주의적 고토를 의미하지 않고 영적 의미로 ‘하나님의 도성’을 가리켰다고 설명하셨는데, 우리에게는 회개와 헌신과 순교로 충만했던 평양 장대현교회와 산정현교회를 상징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째로, 북한 동포들을 붙잡고 욕하기 전에 목을 끌어안고 울 수 있도록 우리들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야곱이 에서의 목을 끌어안아 입맞추고 울면서 형과 화해한 사실을 기록해 알려주셨지만, 우리들은 잘못을 범한 동족을 끌어안지도, 함께 울지도 못하고 서로 미워하면서 한 평생 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