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교단인 예장 합동의 은급재단(이하 재단)이 벽제중앙추모공원 매매계약과 관련, 다른 교단 소속의 작은 교회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개교회(종교단체)는 법적으로 벽제중앙추모공원(이하 추모공원)의 설치권을 받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단이 이를 의도적으로 속이고 예성 소속의 충성교회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 ‘설치권’은 추모공원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권리로, 이것이 없으면 납골기를 판매할 수 없다.

설치권을 비롯한 납골당 사업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일명 장묘법)에 근거한다. 국회가 지난 2008년 개정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15조는 사설화장시설 등의 설치를 규정한 후, 구체적인 설치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른 대통령령이 개정돼 그 해 5월 26일 시행됐다.

▲2008년 개정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종교단체는 5000기 이상의 봉안당을 설치할 수 없다.

이 대통령령에는 ‘종교단체가 설치하는 봉안당’과 관련, “재단법인이 아닌 종교단체가 설치한 봉안당은 그 종교단체의 신도 및 그 가족관계에 있었던 자의 유골을 안치하여야 하며 5,000구 이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즉 5,000기 이상의 유골을 안치하는 봉안당 설치는 법인만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감독관청인 고양시청 주무관도 “2009년 뿐만 아니라 지금도 기존의 설치권자에게서의 명의변경은 물론 설치권자 신규허가도, 종교단체는 5,000기 이상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문제는 재단 추모공원 매매계약이, 개정된 장묘법 시행 1년 후인 2009년 5월 29일 체결됐다는 점이다. 이 계약에서 재단은 충성교회에 추모공원 부동산과 시설은 물론, 가장 중요한 납골기수를 1만 8,000기 이상 보장하여 넘겨주기로 했다. 또 납골기를 판매할 수 있는 권리인 설치권 명의가 변경되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재단은 2009년 이후 현재까지 이 설치권 명의를 변경해 주지 못했다.

상호분쟁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충성교회로 설치권을 변경해주는 것은 법률상 애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법률상 ‘법인’이 아닌 ‘종교단체’ 범주에 속하는 충성교회는, 2만여기의 벽제중앙추모공원 ‘설치권’을 보유하거나 관리할 수 없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은 이를 충성교회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설치권’을 이전해 주지 못한 채 51억원의 계약금과 중도금을 챙겼다. 여기에서 과연 재단 및 추모공원을 운영자들이 장묘법 개정에 따라 설치기준이 바뀐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만약 사전에 이를 알고도 충성교회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면 분명한 ‘사기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이는 양측의 매매계약서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계약서에는 재단이 충성교회에 ‘설치권’의 명의를 변경해 준다는 항목 아래 괄호로 ‘설치권은 다소 늦어질 수 있다’란 문구가 삽입돼 있다. 이에 따르면 재단 측은 개정법률에 따라 충성교회가 설치권을 보유하지 못하는 등 이 추모공원을 인수할 법률적 자격이 없다는 점을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 전문적으로 장묘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그 실무를 규정하는 장묘법의 개정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설령 재단이 이를 모르고 계약했을지라도, 사실을 안 뒤에는 잘못을 인정하고 원점으로 돌리는 등 적절한 수준의 합의를 하는 것이 공교단으로서의 바른 처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은 모든 책임을 매수자에게 돌리며 천문학적인 소송비를 들여 법적분쟁을 일삼는가 하면, 추모공원 점유금지 및 영업금지가처분이 내려졌는데도 계속 점유한 상태에서 영업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취재 결과 재단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온세교회 김모 목사에게서 재단으로의 설치권자 명의 변경에 관한 것은, 총회와 재단에서 수 년간 다루어왔고 다투어왔던 문제점들이란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재단 측은 개정된 장묘법으로 충성교회에 설치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할감독청인 고양시청에 확인해 본 결과, 이미 수 년 전 재단측이 고양시청을 방문하여 설치권자에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 문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양시청 주무관은 “몇 년 전 재단 관계자가 찾아와 종교단체의 설치권자 제한 등을 묻는 질의를 했었다”며 “그러나 그는 설치권자 명의변경 문의만 했을 뿐,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단도 매수자인 충성교회가 벽제중앙추모공원 설치권자가 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재단은 현재까지 줄기차게 매매계약 해제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고양시청에게서 “충성교회로 설치권자 명의변경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은 재단 측의 이와 같은 주장은, 모든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벽제중앙추모공원 내부.

또 설치권은 소유자가 갖고 있는 것이 정상적임에도, 재단이 왜 명의변경을 하지 않은 채 10년이 넘도록 페이퍼 처치인 온세교회의 김모 목사에게 주어 모든 판매·관리 수익 등 권리행사를 하게 했는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재단은 처음부터 충성교회에 납골기 1만 8,000기를 보장하여 넘겨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마치 아무 이상 없이 이를 해줄 수 있는 것처럼 충성교회를 기망하여 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금 및 중도금으로 수십억원을 받아간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예장 합동의 한 은급회원은 “재단이 당시 연금 및 납골당과 관련하여 파생된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고 입막음하고자, 충성교회를 상대로 계획적으로 벌인 사기극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충성교회 측은 “선량한 목회자를 계획적으로 속여 사기극을 벌이는 것이 과연 국내 최대 교단의 모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충성교회 측은 “재단의 납골당 매매계약 사기행각에 대해 2009년부터 현재까지 재단 이사장을 겸해 온 총회장, 총무, 매각위원장 김모 목사, 설치권자 김모 목사, 최모 씨 등을 사기죄로 형사고소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벽제중앙추모공원 보도 후 재단 회원들도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총회의 관련자 문책과 검찰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검찰 당국도 이 사안에 관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