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 4백여명이 총 160억여원을 사기당한 한성무역 사건이 1년 가까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이 결성한 ‘한성무역피해대책위원회’는 이에 최근 “비참하게 죽어가고 있다”며 호소문을 발표하고, 한국교회의 도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피해를 입은 탈북민들 중에는 기독교인이 적지 않다고 한다.

‘성공한 탈북민’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한성무역 한필수 대표는 투자금과 은행 대출금 등을 갖고 잠적했다. 그는 중국 동북3성과 화남 지역을 대상으로 생활용품을 수출하다, 이를 아시아 전 지역으로 확대하며 연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렸었다.

한 대표는 파주시 교하읍에 위치한 공장 부지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2백여억원을 대출받고, 일반 투자금까지 합해 총 4백여억원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윤 18%를 미끼로 투자자를 모았으며, 지난해 3월 중국으로 출장갔다 행방이 묘연해졌다.

특히 한 대표를 믿고 한성무역에 투자한 이들 대부분이 같은 탈북민들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세상 끝에서 애타게 부르짖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도와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우리는 자유와 행복을 찾아 많은 사연들을 안고 사선을 넘어 대한민국에 정착하고 있는 탈북자들”이라며 “그러나 한성무역 사기사건으로 탈북자 400여명(4인가족 기준 1600여명)이 목숨과도 같은 돈 160억원을 모두 잃고 비참하게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한성무역 피해자 중에는 60여년의 한이 서려 있는 국군포로와 납북자들도 있다”며 “이들은 정부에게서 받은 보상금을 모두 잃고 죽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를 따뜻하게 받아준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정착해서 잘 사는 것이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다가오는 통일 미래를 준비하며 열심히 살고 있었다”며 “그러나 언론과 정부, 통일부, 북한이탈주민재단, 경찰 등의 홍보를 이용한 한성무역 홍보팀의 마수에 걸려들어 생명줄과 같은 돈을 모두 잃게 되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이번 사기 사건으로 부모·자식 간의 원망과 결별, 부부 간 다툼과 이혼이 발생하고, 힘없는 노인과 여성들이 매 맞고 쫓겨나는 등, 불운하고 억울한 일들로 죽음의 문턱에 내몰리고 있다”며 “이 안타깝고 억울한 사연을 수차 민원으로 제기했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우리 책임이라고만 하니 너무 실망스럽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탈북민들은 “지금 사건이 터진 지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진상은 밝혀지지 않은 채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이런 현실에 마지막 삶의 희망을 잃고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고도 했다. 이들은 “아직 정착 과정에 있는 우리 탈북자들은 대한민국 법도 잘 모르고, 어린아이와 같아 이런 사연을 어디 가서 하소연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자유를 찾아 이 땅에 온 탈북자들이 더 이상 목숨을 끊는 일이 없도록 도와 달라. 또 정확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하루 빨리 밝혀주시고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성무역은 200억여원을 부실 대출한 은행들이 부동산을 경매 처분하려 하고 있으나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이들은 “우리 피해자들은 돈이 없어 피와 땀이 밴 회사를 경매받지 못하고 있고, 울분을 토하면서도 빼앗기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있다”며 “국회 및 정부 관계자들과 국민 여러분들께서, 우리의 애끓는 호소를 외면하지 마시고 삶의 희망을 허락해 달라”고 강조했다.

탈북민 피해자들은 특히 뜻 있는 교회들의 경매 참여를 바라고 있다. 한성무역 부지 경매는 1·2차 시도가 유찰됐으며, 3차 가격은 12억 5천만 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