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담임).

마른 잎조차 벗은 겨울 나무 가지는 

하늘의 시야를 제공합니다. 

가질 때는 줄 수 없었던 것까지
버렸을 때 비로소 줄 수 있습니다.

나를 가리고 덮을 수 있는
풍성한 소유가
때로는

내게도 다른 이에게도 
푸근함을 줄 수 있지만

어느 때는 
떨어져 버리고 쓸려 버려
나조차 가릴 수 없는
빈한한 덧없음의 빈 소유가

삶의 시야를 열어주기도 합니다.

애착하고 집착했던 그 모든 것도, 어느 날 생각해 보면 다만 다 흘러갈 뿐임을 생각합니다. 내가 버리려 해서 버려지는 것도 아니고, 내가 가지려 해서 갖게 되는 것도 아님을, 세월 속에 알게 됩니다.

삶이란 살다 보면 빈 껍질 뿐이라는 것은, 우리의 슬픔이 아니라 감사입니다. 빈 껍질만 남도록 우리는 우리의 삶을 그렇게 살았고, 누렸고, 가슴에 남겼습니다. 우리는 덧없다 생각하며 회한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흘러간 삶을 고이 품습니다.

그 어떤 삶을 살았어도, 우리 마음에 남는 것은 사랑이고 그리움이고 감사와 따뜻함이어야 합니다. 그 어떤 사람을 만났고 헤어졌어도, 우리는 사랑으로 애틋한 추억과 마음으로 남아야 합니다.

삶의 진정함은 가졌을 때가 아니라, 그 모든 것을 놓았을 때입니다. 겨울 나무가 틔워 주는 시야는, 잃음과 버림이 주는 새로운 얻음을 생각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