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지난해는 너무나 슬픔이 큰 한 해였다.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너무 많은 고통이 있었고 눈물이 연일 흐르는 날들이었다. 아직도 광화문 광장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한 서린 천막이 걷히지 않았고 노란 리본은 차가운 바람에 무수히 펄럭이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나는 지난 1년 내내 눈물을 흘리며 살았었다. 고난과 시련이 사람들을 매개로 이어졌다. 상처와 아픔은 대개 사람들에게서 온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지난해를 돌아보니 깊고 험한 골짜기를 걸어온 듯한 아득한 느낌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어떻게 헤쳐 나왔을까, 그 위험한 곳을. 때로 넘어져 피를 흘리기도 했고 너무 외롭고 무서워서 밤새 울었던 시간들도 있다. 당신은 어떤가? 

나는 슬픔과 고난 속에서도 꿋꿋이 마음이 아픈 이들의 치유에 동행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분들의 슬픔에 내 슬픔이 묻어나와 함께 고통하며 함께 울면서도,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었다. 나와 함께 희망을 버리지 않고 따라와 주신 그분들 덕분에 다시 새로운 희망의 길을 나도 걷는다. 희망을 놓지 않으니, 내 영혼은 새해의 햇살 속에 피어났고 설레는 마음도 햇살처럼 눈부시게 따라왔다.

아직도 아파서 희망이 보이지 않더라도 마지막 남은 힘을 모아 기대해야 한다. 희망을 찾기 위해 작은 계획부터 세워보자. 나도 지금 소망리스트를 채워가고 있다. 희망은 마치 보물찾기처럼 숨겨져 있다. 보이지 않는 희망은 우리가 앞으로 걸어갈 새해의 길목마다 꽁꽁 싸매어진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씩 찾아가다 보면 때로 고단하겠지만 기쁨도 넘치도록 따라오게 된다.

희망은 기대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설레면서 기대해 보자. 아무리 힘들어도 시간은 간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명언처럼 모든 것은 반드시 지나가게 되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도 빨리 지나가는 듯하다. 작년보다 올해 나의 시간은 더욱 빠르게 지나갈 것이다. 그래도 나는 매일 매 순간을 소중하게 살아낼 것이다. 오늘 하루를 사는 것처럼 살 것이다. 

오늘은 날마다 온다. 오늘 하루 힘겨워도 생명이 있는 한 살게 된다. 너무 숨 막히게 분주하게는 살지 않을 생각이다. 때로 쉼표를 찍으며 몸을 혹사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을 자주 떠날 것이고 향기로운 글도 계속해서 쓸 것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마음 아픈 이들과의 동행도 계속할 것이다.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대중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강연도 할 것이고, 마음에 그려진 감정들을 그림처럼 시로 그려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욱 사랑할 것이다. 내 가족들, 내 아이들, 내 소중한 이들과 모든 귀한 시간을 나눌 것이다. 희생을 자초하진 않을 것이다. 내가 행복해야 내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도 행복해질 테니까.

올해도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타인의 슬픔과 아픔 때문에 더 많은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위해 울어주는 것은 얼마나 큰 복인가! 그럴 수만 있다면 참 감사한 일이다. 

올해 여러분의 삶에도 ‘타인을 위해 울어주기’ 소망 목록이 하나쯤 들어 있었으면 좋겠다. 서로를 위해 울어주면 팍팍하고 고단한 이 사회도 점점 더 따뜻해질 것이다. 지금 울고 있는 이들의 차가운 가슴도 데워줄 것이다. 뾰족한 상처 때문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도 사라질 것이다. 

사랑은 여러 가지의 모양으로 나타난다. 이기적인 것은 사랑이 아니다. 모든 종류의 사랑은 모두 이타적이다. 성경에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고 하셨다. 언제나 자만심이 사랑을 망친다. 어린아이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 존중의 마음이 사랑의 밑바닥에 깔려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랑은 치유적이 된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 만큼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남아 있을 것이다. 지나온 시간보다 앞으로 오는 시간을 감사하며 살 것이다. 과거의 시간보다 현재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현재 만나는 사람들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살 것이다. 

얼마 전 도로를 운전하다 사고의 현장을 목격했다. 차체가 많이 찌그러져 있었는데 타고 있던 사람들이 많이 다친 것 같았다. 사고 난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다친 사람들의 가족들은 또 얼마나 힘들까….

이렇게 예기치 않은 사고는 때때로 우리 삶의 질서를 흩어놓고 우리를 불행에 빠뜨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다시 빛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가고 싶지 않아도 살아낸 시간들은 과거 속으로 떠밀려 내려가고, 우리가 살지 않은 시간들은 계속 흐르며 우리를 미래로 데려다 놓을 것이다. 

희망을 기대하자. 기대하며 흐르자. 시간과 함께 나의 삶도 함께 흘러가자. 희망을 좀 더 확고하게 잡으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며 살자. 다 없어져도 사랑이 남는다. 사랑은 내게 소중한 것들을 유산으로 둘 것이다. 내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다 소진했을 때 내게 남는 것은 ‘내가 사랑한 사람들’이며, 그들이 내게 주는 다함없는 사랑이다! 그러니 모든 힘을 다해 사랑하자. 사랑은 희망의 옷을 입고 더욱 빛이 날 것이다. 

나는 나의 소망 리스트를 하나씩 더 추가하며, 겨울을 지나 봄으로 나아갈 것이다. 혹한 속에서도 희망을 보며, 슬프고 외로운 당신과 함께 언제까지라도 동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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