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 참석자들이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구약학회(회장 차준희) 제97차 송년학술대회가 18일 오후 서울 서부성결교회(담임 임채영 목사)에서 ‘열왕기 설교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렸다. 김회권 박사(숭실대)가 주제강연자로 나섰다.

김 박사는 열왕기서에 대해 “과거 왕들의 치적을 기록한 왕조실록이 아니라 예언자의 관점에서 인간왕정의 총체적인 실패와 역기능을 그려낸 예언서라고 본다”며 “열왕기서 저자가 사용하는 옛 자료들 중에는 당대적 왕실 및 성전아카이브 자료 등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역사적 사건들을 해석하고 기록하는 데 영향을 끼친 관점은 예언자적 신학을 가진 후대 저자들의 관점이었다”고 했다.

그는 “열왕기서는 이스라엘 왕국 시기에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가를 말하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왜 하나님의 백성이 야웨의 언약선물인 가나안 땅에서 쫓겨나 열방 중에 흩어진 유랑민이 되고 70년이나 바벨론 유수(혹은 앗수르의 포로)를 겪어야 했는가를 규명하는 데 치중한다”며 “이처럼 열왕기서는 이스라엘과 유다의 역사가 예언자의 예언 말씀에 의해서 향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예언서로 불리는 것이 정당하다”고 했다.

▲김회권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김 박사는 특히 ‘요시야 왕’의 개혁을 분석하며, 여기에서 한국교회 갱신을 위한 함의를 찾았다. 김 박사는 “유다 왕국의 쇠락기에 태어난 요시야 왕은 모세 율법 책에 대한 응답을 통해 국운 회복을 기도했으나 무위로 끝났다”며 “요시야 당대의 일회적 개혁으로 유다 왕조의 파괴된 기초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그는 “단기적인 효용 면에서는 실패했을지라도, 그 자체로 의미 있고 소중한 일이었다”면서 “먼저 야웨의 율법과 저주, 심판 신탁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마음을 찢는 회개영성을 배울 수 있다. 초기에는 다분히 정치적 배경에서 시작된 요시야의 개혁정책이 말씀에 기초한 신앙적·영적 차원의 종교개혁으로 승화된 점은 배울 만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전을 수리하다가 발견된 율법 책이 요시야 개혁의 기폭제가 되었듯이, 말씀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석해 듣는 일에 진지하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갱신 원동력이 형성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한국교회가 외면했던 예언자적인 음성, 곧 구약 예언서와 율법, 그리고 공관복음서의 예수님의 육성을 경청해 하나님에 대한 경건한 두려움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또 “요시야의 종교개혁은 유다 역사상 가장 철저한 개혁이었으나, 그 초기의 패기와 열정이 다음 세대에게 계승되지 못한 채 중단됐다”며 “요시야의 종교개혁은 모든 백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기보다는 지방 제사장들의 반발을 사고, 또 일상생활과 종교의 분리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지방민의 비협조를 촉발시켰을 것이다. 예배처소의 중앙화는 지방인들의 종교행사에의 참여를 제한시키는 결과로 귀결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종교개혁은 그 이전 세대가 파괴해 버린 기초를 청소하고 수리해 재건하는 대역사로, 왕을 비롯한 지도층과 온 나라 구성원 모두의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헌신을 동력으로 삼아야 했다”며 “불행히도 요시야의 개혁운동은 경제적 이해관계와 관련한 수구적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직면했다. 그렇다면 개혁운동은 이러한 기득권 세력을 개혁의 비전으로 설복시키든가 아니면 법적으로 무장해제시켜서라도 그들의 수구적 노력을 극복해 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김 박사는 “요시야 개혁운동의 영향력이 당대를 넘어서서 포로기 및 포로기 후기 예언자들에게 범민족적인 회개운동을 일으키게 하고 다윗 왕국의 영광 회복이라는 비전을 고취시키는 데 일익을 했음을 볼 때, 우리는 개혁 작업의 항구적인 가치와 만나게 된다”며 “따라서 한국교회 개혁과 갱신운동이 당대에 커다란 업적을 남기지 못해도, 한국 역사의 어느 미래 시점에 재점화될 더 큰 개혁운동의 불씨같은 역사적 기억으로 보존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 개회예배에선 임채영 목사(서부성결교회)가 설교했고, 이후 김회권 박사의 주제강연에 앞서 김진산 박사(서울신대)가 ‘왕과 예언자의 갈등대화 분석-열왕기상 18:16~20을 중심으로’를 제목으로 ‘성서연구’ 발표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