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7장 부부상담의 특수한 문제들(1)

부부상담에는 매우 특수한 문제들이 있다. 특수하게 다루어야 함은 물론, 전문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대개 상담자에게 이해와 식견을 요구한다. 때로 이 문제들은 단순히 심리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 광범위한 시각을 동원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상담자는 이를 다룰 때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여기서는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를 중심으로 기술한다.

1. 별거

부부는 갈등이 심화되면 이혼으로 가기 전 별거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부부가 심하게 다투고 싸우는 경우, 자녀를 위해 부부가 별거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별거는 이혼을 결정하기 앞서 부부가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다만 별거는 부부가 서로 약속된 기간에 떨어져 사는 것이지만, 긍정 또는 부정의 결과를 초래한다. 긍정적 결과로는 감정을 삭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화해의 기회가 돼 실제로 관계가 개선되는 경우가 있다. 부정적 결과로는 일정 기간 떨어져 있다 심리적 거리감이 생기거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편하고 습관처럼 돼 실제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별거는 다음 몇 가지로 구분해 고찰할 수 있다.

▲별거 사유.

1) 별거의 원인

부부가 별거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간단한 이유도 있고, 상당히 심각한 이유도 있다. 조사를 참조하면 208명 중 남성은 24명으로 11.5%를 차지하였으며, 여성은 184명으로 88.5%였다. 여성이 더 별거를 원하는 현상을 불 수 있다.

사유를 보면 ‘성격 차이’가 36.1%로 가장 많고, ‘배우자의 폭력’ 34.6%, ‘경제갈등’ 28.8%, ‘배우자의 외도’ 27.4%, ‘애정상실’ 22.6%, ‘배우자 가족과의 갈등’ 20.2%, ‘배우자의 채무’ 14.4% 순이었다. 특이한 점은 남성의 경우 성격 차이나 애정상실 등 정서적 문제가 많았던 반면, 여성은 남편의 폭력이나 외도 등 구체적 사유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중복 응답). 공통점은 상당수 부부가 부부갈등에서 해결 모색의 수단 혹은 냉각기로 별거를 택한다는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심각한 부부갈등 상황에서도 별거를 하지 않기도 한다. 이유로는 ‘부부 사이가 더 멀어질까봐’가 54.7%로 가장 많았으며, ‘자녀 때문에’ 18.5%, ‘이혼으로 발전할까봐’ 10.3%, ‘별거보다는 이혼이 나아서’ 8.2% 순이었다. 이는 별거를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별거하면 자칫 이혼으로 발전되는 경우를 주변에서 들어서일 것이다. 별거란 이혼 전 선택해 볼 방법이기는 하지만, 자칫 이혼으로 이어질 위험한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2) 별거의 기간과 효과

별거를 선택한 경우 기간은 얼마나 될까? 부부마다 다르겠지만, 조사 결과를 참고하면 1년이 많았다. ‘1년 미만’이 48.9%로 가장 많았고, ‘1년 이상’은 전체의 51.1%였다. 별거가 일단 시작되면, 쉽게 화해하거나 화합하지 못하고 장기간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응답자 중 23.8%가 ‘2회 이상’ 별거를 한 것으로 나타나, 한 번 별거하는 경우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경우 남녀 모두 ‘배우자의 강요나 가출로 인한 별거’가 남성 54.1%, 여성 36.5%로 가장 많았다. 이 조사가 현실을 정확하게 보여주진 않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 걸음 나아가 별거의 효과를 다룰 수 있다. 우리는 쉽게 별거하면 관계가 좋아진다고 말하거나 더 악화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수치로 표시해 보자. 한 조사에 의하면 별거 후 7.9%만이 배우자와 관계가 좋아졌으며, 43.3%는 오히려 나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48.8%는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다. 이 수치는 별거의 부정적 측면을 보여준다. 이런 경우 별거는 매우 심각한 관계로 보아야 한다. 이들은 이혼을 이미 깊이 결심한 경우인 것이다. 그들은 별거하고 마음을 정리하여 오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것, 극심한 심리적 및 신체적인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 혼자 살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 별거의 중요한 이유였을 것이다.

이와 다르게 별거로 관계가 더 좋아진 경우도 있다. 좋아진 이유는 ‘가정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가 62.6%로 가장 많았으며, 관계가 나빠진 이유로는 ‘배우자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다’가 43.7%로 가장 많았다. 이들 부부는 갈등 관계가 그다지 심하지 않은 상태로 보아야 한다. 아마 조그만 갈등이 다툼으로 변하여 특정 기간에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경우일 수 있다. 감정이 심하게 폭발해 별거를 선택했지만, 서로 떨어져 있는 동안 감정이 가라앉거나 해소되어 심리적으로 후회하는 경우이다. 또 약간 겁을 주어 좋지 않은 폭언이나 감정, 그리고 행동을 중단할 목적으로 별거를 선택한 경우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별거 선택은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칫 이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별거하다가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하다. 별거를 선택하려는 부부의 경우 부부관계 상태를 감안해 시도해야 할 것이다. 어느 정도 애정이 남아 있는데 당장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부부에게 적합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별거보다 상담치료를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별거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합의하여 그대로 실행해 보기로 해도, 그다지 나쁠 일은 아닐 것이다. 부부는 별거의 경험으로 관계가 더 돈독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혼을 하기로 마음을 굳힌 경우, 별거를 삼가는 것이 더 낫다. 이런 부부는 별거로 인해 실제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높은 점에서다. 또다른 조사에서 별거 부부의 28.4%만이 재결합 의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재결합 이유로 ‘자녀 관련 문제’가 38.4%로 많았다는 점이 웅변으로 말해 준다. 오늘날 부부 갈등으로 자녀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 별거하여 결합할 가능성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3) 별거 실태와 문제점

우리나라에서 별거는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실태는 어떨까. 그리고 그에 따른 문제점이나 제도개선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가. 이런 문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다루어야 하지만, 상담하는 입장에서 어느 정도 파악해야 한다.

별거의 실태와 관련해 한 조사 통계를 참고할 수 있다. 여기서 별거 후 여성의 68.5%는 ‘생활비․ 양육비 등 경제적 문제’에서 곤란을 겪고 있었다. 남성의 45.8%는 ‘외로움(성적․정서적)’ 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적했다(중복 응답). 별거 당시 미성년 자녀를 둔 비율은 80.5%였으며, 이 중 74.4%는 아내가 자녀를 양육했다. 미성년 자녀의 양육친부모 중 62.5%는 상대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전혀 받지 못했으며, 절반 정도는 상대 배우자와 왕래조차 하지 않아 자녀 양육 문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여기서 드러난 점은 별거 후 생활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일단 경제적 문제이지만, 심리적 문제도 만만치 않다. 약속한 양육비 제공을 실천하지 않음으로 인해 초래되는 것이다. 그 중 자녀양육비도 주지 않는 경우는 심한 편이다. 그 원인은 아마도 매우 감정적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합리적이기보다 감정이 강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유학하던 독일의 경우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들은 별거를 하든 이혼을 하든 자녀가 성년이 되기 전에는 자녀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육비도 법적으로 엄격하게 집행해, 감정적 이유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자연히 법적 제도에 문제점이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별거에 따른 생활비 지급 등에 대해 합의한 경우는 19.5%에 그쳤다. 별거 가정의 복리가 상당히 위태로운 상황인 것이다. 그나마 합의한 경우도 대부분 제3자가 없는 상태에서 당사자들이 구두로 주고받은 것에 그쳐, 이행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그리하여 별거의 법적 인정과 관련하여 80.4%가 ‘인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19.6%만이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응답했다. 별거시 보호받아야 할 사항으로는 양육비가 72.1%로 가장 높았으며, 생활비 69.2%, 친권․ 양육권․ 면접교섭권 51.9%, 주거관계 45.7%, 재산분할 33.2%, ‘위자료 25.5% 순이었다.

4) 별거 사례와 분석

이와 관련하여 사례를 다루는 것이 좋을 듯 하여 사례를 다루고, 분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1) 사례자의 기본 상황

사례자는 2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한 맞벌이 부부, 남편 박가형(36세, 가명, 회사 근무)과 아내 김지선(30세, 가명, 회사 근무)이다. 이들의 결혼식은 양가 친지가 모인 가운데 제대로 올렸지만, 각자 마음 속에 결혼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결혼 3년이 지나도록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사실혼 관계로 살아왔다.

남편은 결혼 직후부터 연애 시절과 판이하게 태도가 달라졌다. 남편은 중학교 때 청상과부로 외아들인 자신을 기르며 홀로 살아온 어머니가 재혼하려는 것을 “내가 다음에 커서 효도할 테니 재혼을 하지 말라!”고 만류했던 것이다. 그것을 오늘날까지도 마음에 큰 부담으로 안고 살아온 남편은 아내에게 대신 효도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사사건건 어머니의 기대에 빗나가고 있었고, 어머니로부터 며느리에 대한 불평을 귀가 따갑게 들으면서 살아야 했다.

그런가 하면 아내는 일찍이 부모가 이혼하여 친할머니 손에 자라 친할머니에 대한 애착이 컸다. 그래서 결혼할 때 남편에게 친할머니가 사는 대구에서 살자고 제안했다 거절당했을 뿐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친할머니를 방문하고 싶다는 소원도 거절당했다. 남편은 오히려 이러한 아내를 이상성격으로 말하곤 했다. 이렇게 친할머니와 밀착하여 자란 아내는 과묵하며 사교적이지 못했고, 시어머니나 시누이 등 시집 식구들과 원만한 인간관계 유지가 대단히 힘들었다.

아내는 국영기업체에서 안정된 일자리를 갖고 있지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소원이었고 그것을 위해 틈틈이 공부를 하고 있다. 그녀의 이러한 행동과 태도는 시집 식구들의 눈 밖에 났다. 직장 때문에 시집 행사에 빠지곤 하자, 시집 식구들 간에 ‘결격 며느리’로 치부하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시집 식구들의 압력에 동조하여 남편이 결별을 제기하였다는 점에서, 이 사례는 남편의 대리효도 기대와 아내의 자아추구 욕구가 빚은 갈등이라 볼 수 있다.

(2) 별거사례의 분석

이 사례는 가부장적 가치관과 신세대 여성의 가치관 충돌이라는 점에서 분석을 시도해야 한다. 특히 이 사례에서는 남편과 아내의 결혼관 차이가 매우 크다. 남편은 사랑해서 결혼하였다지만, 표면에 나타난 것은 아내를 자신의 부모에 대한 효도의 한 수단으로 아내를 맞이한 점에서다.

그에 비해 아내는 가부장적인 가정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물론 아내는 어떻게 하면 그러한 가정에 적응해 볼까 생각했지만, 실천 방법을 몰랐을 뿐 아니라 자신의 목표에 집착해 있어 남편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였다. 남편 쪽에서 파혼을 제기한 것을 보면, 자신의 인생 추구에 몰입한 아내 대신 고분고분한 전통적 가치관을 지닌 아내를 온 가족 모두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남편은 결혼을 효도의 한 방편으로 수단화했고, 아내를 평등한 인생의 반려가 아니라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가정 유지를 위한 도구로 간주하는 측면이 드러난다.

이를 고려할 때 사례는 가부장적 남성과 자신의 삶에 충실하려는 진보적 여성 간에 원만한 결혼이 유지될 수 없음을 보여주며, 가부장적 가정이 해체되는 양상을 드러낸다. 또 상호 ‘원가족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결혼의 기본요건에 대한 인식 부족, 상호 관심과 배려라는 참다운 사랑의 요건과는 거리가 먼 사랑에 대한 착각과 자기중심주의, 집착과 대화 미비 등을 들 수 있다.

유교 문화에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사례가 드물지 않다. 임상 경험에 의하면 이런 사례가 종종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반대 경우도 있다. 아내가 친어머니를 잘 모시기 위해 결혼을 수단화 한 경우이다. 그런 경우에는 거의 데릴사위가 되지만, 놀랍게도 이런 경우는 전술한 경우보다 문제가 덜 심각하다. 이런 경우에는 친어머니가 집안 살림을 대신 해 주는 등 도우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가 맞벌이 시대에 접어든 만큼, 친어머니의 도움이 거의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것이 또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부부의 문제는 끝없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