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마저 그쳐가는
밤 늦은 시간
300여 미터 흰 언덕에
검은 눈길을 냈습니다.
딸 아이와 함께

다 알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의
오갈 것을 생각하며
한 시간 여

온 몸이 땀에 다 젖었지만

뜨거운 입김을 쏟아내며
밤새 그리고 새벽
미끄러지지 않고 오갈 발걸음들을 생각하니
마음엔 환한 달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캄캄한 하늘을 보니
뜻밖에 가로등에
한옥과 소나무가 웃고 있었습니다. 
<이주연>
 
*오늘의 단상*

죽은 자에게만
더 이상의 리스크가 없습니다.
리스크를 관리하십시오.
그리고 그 스릴을 만끽하십시오.
<이주연>

* ‘산마루서신’은 산마루교회를 담임하는 이주연 목사가 매일 하나님께서 주시는 깨달음들을 특유의 서정적인 글로 담아낸 것입니다. 이 목사는 지난 1990년대 초 월간 ‘기독교사상’에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펜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홈페이지 ‘산마루서신’(www.sanletter.net)을 통해, 그의 글을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