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다 보면 짐짓 버릇처럼
그 동안 만났던 사람들을 돌이켜 봅니다.
무척 고마웠던 순간들도 생각나고,
더러는 씁쓸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맺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헤어짐이 있을지언정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만남의 흔적은 그만큼 깊은 자국으로 남게 됩니다.
그래서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시간은 하루가 걸리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잊는 시간은 한평생이 걸린다고 했을 것입니다.
한 해를 보내는 산마루에서 그리운 사람을 생각해 보기도 하며,
미처 다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으로 가슴을 쓸어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감사한 것이 더 많았습니다.
한 해 동안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던 것들이
과거가 되어 버렸더라도, 그 순간의 찬란한 울림과 감격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 여운으로 가슴 가득 남아 있을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등받이가 되어주고 서로의 짐을 져 주는 것입니다.
서로의 길을 밝혀주고, 외길에 서면 업거나 안아서 하나가 되어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늘 자신이 없습니다.
가족에게도, 이웃에게도, 친구에게도, 심지어 나 자신에게도…….
그러나 완전하지는 못하더라도, 흡족하지는 못하더라도,
부단히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 하는 것 자체도 사랑이 아닐까요?
한 해를 보내는 이 순간에 외쳐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또 사랑합니다.

최원현/수필가, 칼럼니스트

*교통문화선교협의회가 지난 1988년부터 지하철 역 승강장에 걸었던 ‘사랑의 편지’(발행인 류중현 목사)는, 현대인들의 문화의식을 함양하고 이를 통한 인간다운 사회 구현을 위해 시작됐다. 본지는 이 ‘사랑의 편지’(출처: www.loveletters.kr)를 매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