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목사(인천새로운교회).

함박눈이 내렸다. 겨울 깊은 풍경이다. 왠지 마음이 무겁다.

실록의 여름은 소외되고 가난한 서민에게 넉넉한 웃음을 주는 데 반해, 겨울은 춥고 고단하며 힘겹게 나야 한다.

연일 공공요금 인상 소식이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괜찮다. 나라 경제가 어려우면 더 큰일이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경제적 우위를 차지하려면 당연히 나라 살림 먼저 안정되어야 할 수 있을 터, 세수 확장은 필연적인 단행이리라.

그러나 자꾸 국민의 허리띠를 조르려는 세수 확장 이전에, 이미 걷어들인 세금의 사용처를 줄일 것을 먼저 결단해야 할 때이다.

많이 버는 것보다 중요한 건 절약이다. ‘국가보조금 못 챙기면 바보’라는 조롱이 떠다닌다. 국가 경쟁력을 좀먹는 공무원 비리와 국방 비리 등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모든 비리가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종결되면 아니 될 말이다. 국가에 피해를 입힌 만큼 끝까지 토하고 배상해야 하는 법을 시급히 제도화해야 한다.

줄이는 과정에서 일부 마찰을 불러일으켰지만, 결국 공무원 연금은 국민 연금과 일체화되어야 한다. 그 과제의 출발이다. 큰 나라의 일개 자치주만도 못한 작은 나라에서 배지 단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서야 어찌 배가 산으로 올라갈 일이 아니랴.

국회의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중앙집권과 지방자치를 병행하는, 이른바 한국식 지방자치제도를 실행하여 인건비와 유지비를 대폭 줄여야 한다. 정당 보조금을 줄이고, 각종 위원회를 철폐해야 한다.

점점 비대해지는 대학의 보조금, 각종 연구 보조금을 철회해야 한다. 부모가 잘 챙기고 있는 아이들 식사에 관여하지 말고, 어려운 아이들만 잘 챙기면 된다.

대학 입시는 과거처럼 교과서에서만 출제하면 사교육비 전혀 안 든다. 교과서와 자습서 한 권으로 이룬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고등교육은 친구 간의 우정, 사회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보편적인 도덕률, 미래에 대한 기초적인 방향 제시와 인간 존중의 도덕률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 활용도가 높지 않은 고등교육에 인생만사 다 내걸 듯, 문제 풀이를 위한 주입식 교육을 재·삼탕하고 나니, 고등교육에 지친 학생들이 대학에 가면, 실제로 받아들여야 할 전문 지식을 멀리하고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가 된다.

보다 점진적이고 진취적인 전문지식은 대학에서 심도 있게 배워야 할 분야다. 大學은 문자 그대로 큰 교육이다. 큰 교육에 역점을 두고, 60만명이 다 만점을 받더라도 대학 입시는 교과서에서 출제하면 매우 간결하게 입시 지옥은 끝난다. 절약된 사교육비는 당연히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

연말이다. 각종 모임과 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활기찬 새해를 구상한다는 모임 취지대로, 각 분야에서 세수를 과감하게 절약할 수 있는 대안이 결단되기를 바란다.

공직 판공비, 기업 법인카드, 멀쩡히 뜯기고 있는 보도 등, 예산 남용과 낭비를 기필코 막아내는 실천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엄동설한이다.

추운 겨울나기에 몸서리를 치고 있는 소외계층의 신음소리에 바짝 귀를 기울여야 할 사람들은 나와 너, 우리들이다. 

겨울 깊어가는 소리가 눈물이고 비애가 아니길 염원한다.

/하민국 목사(검암 새로운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