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동욱 목사(서울 예정교회 담임, 총신대학교 운영이사).

K팝스타 오디션에 나온 이진아 양이 “시간아 천천히”라는 곡을 불러 세 심사위원들에게서 극찬을 받았다. 그 이유는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만 돌아가는 IED 시대, 자신을 잃어버리고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한 박자 쉬어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준 곡인 듯했다.

언젠가 하얀 여백에 놓인 백자 항아리가 유난히 빛나던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이유는 하얀 여백 때문이리라.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빛나는 세상, 그래서 요즈음 “서드 에이지”라는 말을 말이 한다. 인생이 헐렁해지는 시기를 말한다. 젊은 날 일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을 하면서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단계를 말한다. 이때는 보기 좋은 직업보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내적으로 충만을 이루는 단계이다. 이 시기에는 쓸데없는 소비를 없애고, 단순하게 인생을 살아가면서 비움의 정신적 가치를 느낀다. 고령화 시대에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노후이기도 하다.

시멘트 벽돌로 높게 쌓은 담장보다 제주도의 돌담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돌과 돌 사이 공간 때문이리라. 그 공간 때문에 여유가 생겨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빠른 것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에서 비움의 정신적 가치를 느껴 보자. 예수님도 말씀하셨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