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하석수 기자

국제기독언론인클럽과 한국기독언론인연합회(회장 이영일)가 27일 오후 KBS국제회의장에서 ‘언론 속의 그리스도인의 소명과 역할’이라는 주제로 세계기독언론인포럼을 개최했다.

▲데이비드 에이크먼. ⓒ하석수 기자

이날 데이비드 에이크먼(전 타임지 기자)은 ‘희망의 저널리즘은 어떻게 세계를 바꾸나’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타임지 기자로 활동한 23년 동안 55개 국가를 누비며 취재활동을 했고, 보리스 옐친, 빌리 그래함, 알렉산더 솔제니친, 테레사 수녀 등을 인터뷰했다. ‘베이징의 예수’ 등 10권의 책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내가 성경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은 놀라운 하나님의 모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는 사도행전”이라며 “사도 바울이 말씀을 증거하기 위해 갖은 고난을 겪고 자신들을 압제하는 로마까지 들어가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는데, 고난의 이야기이지만 위대한 승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 사도행전은 사도이자 의사인 누가에 의해 기록되었다. 누가는 의사였지만 기자 같은 역할도 담당했다”며 “누가복음 앞부분에 보면 ‘그 모든 일을 근원부터 자세히 미루어 살핀 나도 데오빌로 각하에게 차례대로 써 보내는 것이 좋을 줄 알았노니’라는 구절이 있는데, 바로 이것이 기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에이크먼은 “기자들이 세심하게 탐구해서 기사를 쓰는 것은 17세기 청교도들이 처음으로 신문을 발간했을 때부터 해왔던 일”이라며 “영국 청교도들은 보도 내용 때문에 감옥에 갇혀야 했는데, 그 이후로 기자들은 정부가 듣거나 읽기 원치 않는 것들을 쓰면서 핍박을 받아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1970년대에 기자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기자로서 무엇을 보도할 때 ‘가능한 한 현실을 조사하고, 현실을 넘어서 소망까지 보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며 “크리스천 저널리스트라면 현실을 넘어서는 인생의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에이크먼은 또 “결국 하나님의 은혜를 전달해야만 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사람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계획을 전달해야 하는 것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가 알다시피 뉴스감은 다 나쁜 소식들 뿐이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선하게 창조하셨지만, 기자들은 인간들이 그 선한 세상에서 타락해 얼마나 어그러진 일들을 하는지 보도해야만 하는 현실”이라면서도 “기자의 사명의 핵심은 독자들에게 ‘인류가 하나님의 형상을 본받아서 만들어졌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크리스천 언론인들이 진실을 말할 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며 중국의 쑨원(孫文)을 예로 들었다. 중국의 혁명 지도자였던 쑨원은 1896년 영국에서 청의 첩자에게 붙잡혀 중국대사관에 아무도 모르게 억류됐다. 그런데 한 신문이 이를 대서특필하고 다른 신문사 기자들이 모두 중국대사관에 몰려와 취재를 하자, 대사관 측에서는 어쩔 수 없이 쑨원을 방면했다. 에이크먼은 이 밖에 이스라엘 건국도 진실을 알리는 보도로 인해 시작됐다며 진실에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에이크먼은 크리스천 기자의 윤리에 대해 “오랫동안 기사를 쓰다 보면 어느 한 시점에 공정하지 않게 쓰는 일들이 발생한다”며 “그 때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실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전할 수 있는 희망이란 무엇이 있겠느냐”고 했다. 재정관리에 대해서도 “정도를 걸어서 높은 윤리적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며 “절대 뇌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 뉴욕타임스 기자들은 식사 대접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겸손과 온유, 그리고 용기’도 크리스천 기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말했다. 에이크먼은 “용기란 우리가 당하는 물리적인 압박에 대해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며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쓰지 않기를 원할 때라도 써야 할 때나, 다른 견해를 가지고 써야 할 때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포럼에서는 또 이문노 전 imbc 이사가 ‘언론 속에 비친 한국교회와 기독교인’을 강연했다. 국제기독언론인클럽 회장이자 노르웨이의 언론인인 펠트 슈타트 목사도 ‘선한 언론인은 성경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포럼 참가를 앞두고 갑자기 별세했다.

1998년 설립된 국제기독언론인클럽에는 전 세계 600여명의 크리스천 언론인이 회원으로 가입돼 친교와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1997년 설립된 한국기독언론인연합회도 국내 다양한 매체의 기독 언론인들이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