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담임).

요즘 깁스를 풀고 한 열흘이 되었습니다. 처음 풀고는 여전히 왼쪽 엄지발가락을 땅에 닿지 않게 하려고 발꿈치나 모서리로 걸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부터는 서서히 엄지발가락을 땅에 짚고 다니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바닥에 닿게 하지 않고 힘을 주지 않아야 뼈가 굳는 데 도움이 되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서서히 힘을 실어서 뼈가 하중을 받도록 해야 굳는 데 도움이 된답니다. 오랫동안 힘을 받지 않고 있으면, 골다공증 같이 뼈가 부실해져서 오히려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참 신기함을 느낍니다. 처음에는 목발을 짚고 다녔고, 좀 나아서는 발을 디디되 엄지발가락을 쳐들고 발꿈치나 모서리로 조금씩 딛고 걸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발바닥을 다 땅에 붙이고 엄지발가락까지 땅에 붙이고 디디려고 해도, 그것이 또 쉽게 되지 않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마치 전기 오르는 것처럼 싸르르 하니, 밟는 부분이 영 다른 느낌입니다.

그런 가운데 많이는 못 걸어도 조금씩 걸으려 하니, 자꾸 엄지발가락이 하늘을 향해 쳐들리며 여간해서는 땅에 닿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그야말로 엄지발가락을 땅에 닿도록 하는 연습을 의도적으로 해야 합니다. 이제 저도 아주 천천히 걷는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느꼈습니다.

불과 7주에 이르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느 새 엄지발가락을 땅에 딛지 않는 것이 제게는 당연한 습관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삶에 있어서 어쨌든 형성된 습관을 극복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몸이 느끼고 아는 생체적 습관도 있을 것이고, 또는 우리의 정신적 사고의 습관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익숙한 것은 편하건 편치 않건, 언제나 일정한 틀로 우리를 매이게 합니다. 동시에 좋은 것이건 좋지 않은 것이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습관은 천성보다 백 배는 강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삶이 습관을 극복하고 이기는 것은 결코 편치 않으며, 천성을 넘어서는 것보다 더 힘이 듭니다. 하지만 나쁜 습관을 극복하여 좋은 습관으로 바꾸고, 더 좋은 습관으로 만들어가는 애씀은, 반복을 거듭하는 실패의 지루함과 아픔이 있지만, 결과로 주어지는 은혜와 복이 큽니다.

살면서 고치기 어려운 내 습관, 힘들어만 말고 기쁘게 헤쳐 넘어가 기쁨의 지경에 이르릅시다. 주님은 언제나 우리 편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