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산하 한국교회발전연구원이 제1회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연속 심포지엄’을 ‘한국교회, 마르틴 루터에게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25일 오후 서울 경동교회(담임 박종화 목사)에서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권득칠 교수(루터신대)가 사회를 맡고, 정병식(서울신대)·김선영(실천신대)·김주한(한신대) 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 심포지엄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2017년 10월 31일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해답은 결국 종교개혁에 있다”

먼저 ‘한국교회 갱신의 원천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신학’을 제목으로 발제한 정병식 교수는 이날 발표의 목적에 대해 “작금의 (부정적인) 한국교회적 현실의 원인이 ‘오직 말씀’ ‘오직 믿음’만을 강조한 루터 신학 때문이라는 오해를 일소시키는 데 있다”며 “특히 루터 신학은 한국교회가 직면한 비판적 현실을 타개하는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하는 데 있다. 루터 신학은 오늘의 (부정적인) 교회적 현실의 원인이 아니라, 갱신의 원천”이라고 했다.

그는 “종교개혁은 ‘오직 성경’ ‘오직 믿음’을 내세워 가톨릭교회와는 다른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그것은 명분 있는 행동이었고, 새로운 선택이었다”며 “그러나 한국적 교회 분열은 그 이면에 ‘오직 성경’ ‘오직 믿음’이 아닌, 개인적 욕망과 집단적 이기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교개혁이 독자적 길을 선택했다고 해서 한국 개신교 역시 분열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명분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루터가 일으킨 종교개혁의 명분은 오늘날 역사가 모두 인정하는 객관적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분열은 기득권과 교권 획득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고, 때문에 전혀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정 교수는 또 “한국교회의 현 실태를 루터와 연관시켜 그의 신학에 책임을 물으려 하는 것은 루터 신학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면서 “이것은 중세교회의 타락을 아우구스티누스(어거스틴)의 신학에 돌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중세교회가 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을 제대로 적용했다면, 종교개혁을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마찬가지로 한국교회가 루터의 신학과 종교개혁을 올바르게 수용하고 적용했다면, 한국교회는 개혁과 갱신, 자성의 촉구를 요구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교회개혁과 갱신을 논하는 자리마다 이구동성으로 오늘의 한국 개신교회가 중세 가톨릭의 모습을 다시 답습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십자가의 신학은 사라지고 영광의 신학만이 강단을 메우고 있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루터의 종교개혁과 그의 신학은, 비판과 개혁 및 갱신을 요구받고 있는 한국 기독교에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과거의 역사와 그 해석의 교훈성 때문에, 카(E.H. Carr)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한국교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답은 결국 개신교의 출발인 종교개혁에 있다”고 역설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권득칠(사회)·정병식·김선영·김주한 교수. ⓒ김진영 기자

“참된 믿음은 반드시 사랑이라는 열매 맺어”

두 번째로 나선 김선영 교수는 ‘오직 믿음만으로(sola fide)?’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루터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만으로’ 하나님이 죄인을 의인으로 재창조하신다는 사상을 확립한다”며 “루터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가 의롭게 됨과 구원의 유일한 원인이다. 하지만 죄인이 의롭게 되기 위해서는 각 죄인이 이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 유일한 수단이 바로 믿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오직 믿음만으로’는 ‘오직 그리스도만으로’가 전제되지 않은,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그러므로 ‘오직 믿음만으로’라는 표어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만으로’라고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고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빠져 있는, 맹신적이고 맹목적인 ‘아멘 아멘’의 믿음, 열광적 믿음, 기복적 믿음, 사적 믿음 등 잘못된 믿음이 팽배해 있는 한국 개신교의 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런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특히 “루터는 예수 그리스도를 꼭 붙잡아 믿는 자의 가슴에 있는 참된 믿음은, 그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반드시 사랑이라는 열매를 맺게 된다고 한다”면서 “그렇게 때문에 루터는 믿음의 열매로서 사랑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러한 믿음은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이므로 짝퉁 믿음, 거짓 믿음, 죽은 믿음이라고 단언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이런 점에서 사랑은 믿음이 예수 그리스도를 꼭 붙잡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가 현존하고 있는 진짜 믿음인지, 그렇지 않은 허울 좋은 가짜 믿음인지 분별할 수 있게 하는 증거물이요 척도”라며 “루터에게 있어서 이러한 믿음의 열매로서의 사랑은 하나님과 이웃, 그리고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구체화되는데, 이것들은 하나님에 대한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점점 더 의로워지고 거룩해지고자 하는 노력 가운데 이뤄지는, 자신에 대한 성실한 수련으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책임, 적극 감당하도록 촉구”

끝으로 김주한 교수는 ‘한국 개신교회에 고함 -마르틴 루터의 목회모델과 교회의 공공성’을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루터의 신학은 신앙의 윤리적인 차원들을 결코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며 “그의 신학은 사회·정치적인 결과들을 도외시하는 신학적인 추상이 결코 아니”라고 했다.

그는 “오히려 그의 신학은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사회적인 책임을 적극적으로 감당하도록 촉구하며, 이 세상 삶의 전 영역으로 그리스도인들을 불러낸다”면서 “루터는 공적인 삶에 어떤 신성한 가치를 부여한다. 따라서 종교적인 차원과 세속적인 차원을 분리하지 않고, 오히려 그 두 영역에서 그리스도인의 도덕적인 행위들을 이웃 사랑 안에서 적극적으로 통합시킨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그리스도교 복음은 결코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이 세상의 책임을 방기하거나 무시해도 좋다고 가르치고 있지 않다”며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의 윤리가 강조되고 있는 오늘날 현실을 감안해 볼 때, 루터의 신학은 그리스도인의 공적인 행동 동기의 이론적인 근거로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