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 특히 한국교회에서 지나친 기복주의에 대한 비판이 계속 제기돼오고 있는 가운데, 다른 종교들은 ‘복’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또 올바른 성경적 ‘복’은 무엇인지 고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개혁주의설교학회(이사장 백동조 박사)는 24일 ‘한국교회, 복에 대한 개념을 극복하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복음서의 ‘팔복’을 집중 조명했다.

▲이날 첫 발제에서 각각 사회·발제·논평을 맡은 (왼쪽부터 순서대로) 정우홍(개혁주의설교학회 수석부회장)·정규훈·김삼문 교수. 

이날 ‘동양 종교의 축복 개념 고찰’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정규훈 교수(총신대학교)는 “동양 종교가 추구하는 최상의 복은 세 가지다. 첫째는 스스로의 힘으로 궁극적인 실재와 합일에 이르는 것이고, 둘째는 인간 안에 있는 천성(天性)을 회복하여 사회에 덕을 세우는 모습으로 사는 것이고, 셋째는 자신을 극복하여 대아(大我)로 나가는 우주적 역사관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먼저 유교에서 말하는 복에 대해 “인간의 마음속에는 하늘의 속성을 반영하는 선한 본성이 있으므로, 욕심을 비우고 선한 본성을 추구함으로써 하늘의 뜻을 때달을 수 있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조상신을 섬기는 것은 후손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예(禮)이며, 이러한 예(禮)를 다할 때에 부차적으로 조상신에게서 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교의 복에 대해서는 “현세는 끝없이 순환하는 고뇌의 세계로, 여기에서 벗어나 열반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최상의 복”이라며 “그 방법으로는 진리를 인식하고 행위를 바르게 하는 사성제 팔정도(四聖諦 八正道)를 요구하나, 일반 신자들에게는 어려운 요구이다. 그나마 일반 신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복의 개념은 보살의 무한한 은덕에 의존하여 인생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교의 복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실천하는 가운데 신령한 기를 받아들임으로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선인(仙人)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고, 수행자의 노력을 통해서 득도의 과정에 이르는 것”이라고 했다.

무교에 대해서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굿을 하는 종교로서, 극락과 지옥이 있는 내세에 대한 사상을 소개함으로써 유교·불교·도교와 대비돼고 있다”며 “전형적으로 신은 기복추구의 대상이고, 윤리성이나 사회성은 전혀 고려치 않는다”고 소개했다.

▲개회예배가 진행되는 모습.

‘마태복음 5장 1-12절에 나타나고 있는 복의 개념 연구’란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한 정우홍 교수(명성교회 담임목사)는 “오늘날 교회에서 복의 개념은, 한국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해석이 주가 되고 있다”며 “한국사회는 물질만능주의와 번영주의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이런 해석은 성경 본문의 해석을 통해 말씀을 삶에 적용시키려는 노력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어떤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풍성하게 소유하게 되는 것을 하나님의 은혜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부자 청년의 비유에서와 같이, 많은 부는 오히려 하나님나라에 걸림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마태복음 5장에 나타난 복은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선포하고 있는 기복이 아님이 분명하다”며 “기복은 이 땅에서의 물질적·육신적 번영과 성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성경에서 말하는 참된 복은 하나님의 통치가 오늘 우리의 삶 속에 임하고 있음을 알고, 그분을 바라보면서 그분의 통치하에 돌봄을 받는 삶”이라고 했다.

이 밖에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이우제 교수(백석대 설교학)가 ‘하나님나라의 관점으로 본 차별화된 복의 선언으로써의 팔복에 대한 이해’, 한근수 교수가 ‘산상수훈을 왜 설교해야 하는가?’, 양우석 박사(애일교회 부목사)가 ‘천국 백성의 복을 어떻게 설교할까?’, 백요한 박사과정이 ‘성경적 설교의 특징으로서 은혜의 주도성(Primacy of Grace) 연구’, 윤용현 박사과정이 ‘성경적인 설교의 구조 연구: 혼합적 구조’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패널로는 김추성 교수, 김삼문 박사, 황종석 교수, 김병태 교수, 이강률 교수, 문연철 교수, 김천일 교수 등이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