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하석수 기자

한국목회상담학회(회장 김진영)가 2014년 가을 학술대회를 22일 감리교신학대학교 중강당에서 개최했다. 이 학술대회는 ‘신학과 심리학의 동행, 왜 그리고 어떻게’를 주제로, 최근 한국교회에 부는 상담과 심리학의 열풍에 대해 진단하고 전망했다.

▲하재성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이날 ‘심리학의 자율성과 신학적 자신감’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하재성 박사(고려신학대학교)는 “심리분석학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여러 기독교 상담자들을 위해 신학과 심리학 사이의 바른 관계성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며, 이를 깨닫고 여러 학자들의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하 박사는 “심리학이 나름대로 과학으로서 인간과 사회 경험과 현상을 해석하는 중요한 도구임을 실천 및 목회신학자들은 인정하고, 더구나 전통적인 신학과 교회가 인간의 고난과 사회적 정의(justice)의 필요에 대한 심층적 진술, 진단과 해석을 구사할 수 있는 도구를 찾지 못해 정체되어 있을 때, 심리학은 틀림없이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학문이 되어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회상담자들과 신학자들이 신학적 중심을 일고 심리학적 이상에 신학적 이상을 양보하였을 때, 심리학은 신학적 자원과 가치를 소멸시키는 위협적인 존재가 되기도 하였다”며 “하지만 다원화된 현대 사회와 심층적인 개인의 고난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을 비롯한 사회과학의 이용은 필수적”이라고 그 양면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 박사는 “목회상담자들과 신학자들이 신학적 자신감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그것은 이미 종교개혁자 존 칼빈의 신학적 자신감이 닦아 놓은 일반은총의 원리”라며 “목회상담자들은 마땅히 신앙을 이성과 과학보다 우선시해야 한다. 그렇지만 신학과 심리학은 상호비평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인간 탐구와 사회적 변화라는 각각의 목표를 지속적으로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 박사는 “심리학 혹은 상담학이 기독교의 진리를 잠식할 수 있다는 기독교 일부의 우려는 현대 과학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의 결과”라며 “심리학을 비롯한 과학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인간이 탐구한, 유익한 학문의 영역들이다. 그것을 탐구한 이들이 심지어 이교도라 하더라도 그 깊은 통찰력과 지혜는 하나님의 작품으로, 그것을 부인하고 거절하는 것은 그 저자인 하나님을 거절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목회상담의 역사에서 심리학적인 인간 이상에 몰입한 과거가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그것이 역사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악이었다면, 이제는 목회상담자들이 신앙 중심적인 상담의 태도를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리학과 여타 사회과학은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 정의를 진단하게 하는 중요한 시각을 목회신학자들에게 제공한다”며 “신학적 자원을 중심으로 지기비평적이고 상호비평적인 관계에서 사회과학적 자원들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갖는 것이, 보수와 진보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갈 길을 잃은 한국교회의 생존의 길이기도 하다”고 했다.

하 박사는 마지막으로 “신학자들은 담대하게 심리학의 학문으로서의 자율성을 받아들이는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신학과 심리학은 독립적이고 상호비평적인 대화의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는 하 박사 외에 홍영택 박사(감리교신학대학교)가 ‘자기초월: 신학과 심리학의 접촉점’, 홍구화 박사(합동신학대학교)가 ‘이중언어로 이루어지는 상담’, 이희철 박사(서울신학대학교)가 ‘목회상담 방법론의 시도’, 김기철 박사(배재대학교)가 ‘인간이해를 매개로 한 신학과 심리학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앞선 개회예배에서는 크리스챤치유상담대학원 고영순 박사가 ‘하늘에서 매인다’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목회상담사, 기독교상담사 150명에 대한 자격증 수여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