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있는 교육’ 목회자 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하석수 기자

입시사교육바로세우기기독교운동이 20일 서울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쉼이 있는 교육 목회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학생들의 생활을 점검하고, 학생들을 어떻게 ‘죽음의 교육’에서 ‘쉼 있는 교육’으로 인도할 것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최이우 목사. ⓒ하석수 기자

‘쉼이 없는 교육 현실에 대한 목회적 대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최이우 목사(종교교회 담임)도 “우리 어른들이 사랑하는 아이들을 건전한 놀이문화를 통하여 건강한 정신과 마음으로 살도록 도와야 할 터인데, 반대로 놀이는 게으름의 소치라고 정죄하는 풍토로 인식하여 왔다”며 “그래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말하는 두 가지의 단어가 하나는 ‘공부해!’이고 나머지는 ‘놀지 마!’”라고 했다.

그는 “현대 교육학에서는 놀이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있고, 건강한 놀이는 인격적인 성숙을 가져오기 때문에 우리의 여가와 안식의 회복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장소와 콘텐츠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이 바로 신앙교육”이라고 했다.

최 목사는 “사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세상에 나가서 노는 것보다 교회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안전하고 유익한지 모른다”며 “교회에 오는 아이들이 따스하고 푸근한 공간에서 교사들의 넉넉한 사랑으로 돌봄을 받으며, 하나님을 예배하고 친구들과 사귐을 나누며 모든 공부와 세상의 복잡함에서 떠나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부분들이 바로 교회가 앞장서서 해야 할 일들”이라고 덧붙였다.

최 목사는 “한국교회는 다음 세대를 세워야 햐는 절체절명의 사명이 맡겨졌음에도 불구하고, 신앙교육보다 입시를 더욱 중요시하는 스피디한 시대적 세태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때일수록 교회는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함께,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현실에 대한 직시와 함께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인 계획으로 각 교회마다 목회적인 대안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최 목사는 “종교교회도 몇 년 전부터 교육부를 위한 심도 있는 미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며 “우선 교회학교 목회자들을 전임으로 섬기게 하여 시간적으로 여유 있게 연구하며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교회학교 목회자 공간을 독립적으로 만들었고, 교육부에 필요한 재정적인 지원을 부족하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 목사는 “그리고 교사 확충과 자질 개선을 위한 교육, 나눔과 섬김 같은 건강한 프로그램과 겸손·온유·공경 등 인격 성장에 도움을 주는 활동들, 리더십 훈련과 신체적 발달에 도움을 주는 놀이문화 등을 시행하였고, 전문성 있는 교육자를 영입하는 노력들을 해왔다”고 말했다.

또한 “온 교우들이 함께 기도하며 특별헌금을 드려서 교육부 전체 공간에 리모델링 공사를 해, 더욱 쾌적하고 안전하며 아름다운 공간에서 아이들이 쉼을 누릴 수 있게 했다”며 “환경을 천국처럼 꾸며놓으니, 아이들이 친구들을 데려오고 교회에 처음 와 본 아이들도 교회에서 떠나기 싫어해 부모가 가자고 하면 우는 아이들도 있을 정도”라고 했다.

최 목사는 “이렇게 교회에서는 안전하고 행복하게 쉼을 누릴 수 있는 공간들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쉼의 가치와 복을 누릴 수 있는 건강한 의식들이 모든 부모와 아이들, 그리고 학교와 사회 속에 보편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쉼을 잃어버린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유한익 박사(서울뇌과학연구소)는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은 아동의 ‘삶의 만족도’가 100점 만점에 60.3점으로 최하위였고, ‘아동결핍지수’는 가장 높게 나왔다”며 “우리 아동·청소년 교육의 현주소는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유 박사는 “정신건강의학자들은 쉼을 잃어버린 아동 및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대해 심각하게 경고한다”며 “그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부분이 수면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청소년들의 수면부족은 아주 심각하다”며 “2008년 질병관리본부에서 실시한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중고생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19분으로, 전문가들이 권고한 8.5~9.5시간에 크게 밑돈다”며 “수면시간이 적을수록 스트레스 인지율, 우울감 경험률, 자살사고 비율, 고위험 인터넷중독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했다.

그는 “실제 외국의 연구 결과를 정리해 보면, 아동청소년의 수면 부족은 비만률, 고콜레스테롤, 2형 당뇨, 고혈압, 교통사고, 카페인 과사용, 활동양 저하와 같은 신체적 건강 문제의 원인이 되고, 정신 및 행동문제도 야기하는데, 불안, 우울, 자살사고의 증가, 충동 및 자기조절 능력의 저하, 기쁨과 행복감 같은 긍정적 감정의 감소,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의 저하, 의욕감퇴, 스트레스 취약성의 증가가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쉼을 잃은 아이들의 또 다른 문제는 놀이의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유 박사는 “특히 신체적 놀이의 감소가 가장 걱정스럽다”며 “놀이는 성인의 삶에서도 중요한 요소지만 아이들에게는 삶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며 사회성을 연마한다. 놀이는 성인이 되었을 때 필요한 삶의 기술을 마스터하며 세상을 탐색하는 도구”라며 “따라서 놀이가 결핍된 아동은 신체적·정서적·사회적 발달에 결함이 생기며, 창의적·도전적인 삶을 살아내기 힘들다. 또한 위기의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스트레스를 견뎌내는 힘도 부족하다”고 했다.

이 밖에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김회권 교수(숭실대 인문대 기독교학과 성서학)가 ‘성서에서 나타난 쉼과, 쉼이 없는 한국교육’, 박상진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과)가 ‘쉼이 있는 교육을 위한 한국교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