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담임).

감사란 슬픔의 징검다리를 건너 이르게 되는 시내 저편입니다. 슬픔이 없거나 그것을 느끼지 못했더라면 감사란 그 빛이 흐린 희미한 먼 빛이었을 것입니다.

삶의 아픔이 우리 가슴을 스쳐 생채기를 내고 그것이 흉터 되어 검어졌을 때, 감사는 그 검어진 흉터 위에 피어나는 은혜의 꽃입니다.

아픔을 감사하고, 고통을 감사하고, 눈물과 슬픔을 감사하며, 잃은 것과 상실한 것조차 감사할 때,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삶이 깊어질수록 우리에게는 싫고 아프고 괴로운 것보다, 기쁘고 감사하고 살가운 일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별것 아닌 것들이 새롭고, 늘 있어왔던 것들이 감격스럽고, 내가 이 순간 이 느낌과 이 움직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감사할 때, 삶은 어느덧 그윽한 빛을 뿜어내는 작품입니다.

풀이 자라서 감사하고, 나뭇잎이 물들어서 감사하고, 그것이 떨어져 바닥을 덮을 때 내 삶의 모든 것이 감사하다면, 우리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내 자신에게 감사해도 괜찮습니다.

올해도 감사절을 맞아, 감사한 일들을 생각해 봅니다. 제게 있어서 감사한 것은, 제게 있었던 모든 아픔과 연결됩니다. 감사한 것은 모두가, 그 근원이 슬픔과 아픔에 절였던 일들과 마음 한 칸들이었습니다. 눈물과 잃어버림이 없었다면 감사한 마음도 그만큼 없었을 것이고 깊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삶이란 흘러갑니다. 기쁨도 흘러가고, 슬픔도 흘러가고, 웃음도 눈물도 흘러갑니다. 그 모든 것이 흘러간 자리에 남아 있는 자국은 감사입니다. 기뻐서 감사하고 슬퍼서 감사하고 웃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눈물 흘려서 감사합니다. 그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었던 삶의 실존으로 내가 있어서 감사합니다.

우리를 스친 바람과 풍경을 사랑하는 이들 되시길 바랍니다. 우리를 스친 말들과 인생들을, 상처가 아닌 감사로 마음에 새기는 축복의 성도 돼야 합니다.

오늘도 날씨 차가워서, 바람이 불어서, 창밖이 어두워져서, 앉아 있는 실내가 밝아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