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협 11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한복협 김명혁 회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 11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가 14일 아침 서울 신촌성결교회(담임 이정익 목사)에서 ‘장(장로교)감(감리교)성(성결교)침(침례교)순(기하성) 교회의 장·단점’을 주제로 열렸다.

발표자로는 각 교파를 대표해 각각 손인웅(장로교, 예장 통합 덕수교회 원로)·신경하(감리교, 아현감리교회 원로)·이정익(성결교, 신촌성결교회 담임)·고명진(침례교, 수원중앙침례교회 담임)·최성규(기하성, 순복음인천교회 담임) 목사가 나섰다.

장로교: “대의정치 표방, 기본권과 치리권 강조”
감리교: “참된 구원의 진리와 성서적 경건 실천”

먼저 ‘장로교회 정치의 특징과 장·단점’을 제목으로 발표한 손인웅 목사는 “장로회 정치는 주권이 교황이나 감독에 있지 않고 교인에게 있는 민주정치”라며 “다만 그 주권행사가 주권자인 교인에 의해 선출된 장로를 통해 조직되는 치리회에 있는 대의정치”라고 했다.

손 목사는 또 “장로교회는 평신도의 기본교권과 성직자의 치리교권으로 조직된다”며 “평신도의 기본적인 교권도 인정하지 않거나 제 구실을 할 수 없게 한 정치체제에서는, 성직자는 막강한 권세를 행사하게 된다. 반면 성직자의 치리교권을 아주 인정하지 않는 자유정치나 조합정치체제에서는 평신도의 권세가 막강해져, 성직자는 진리 수호를 맡은 하나님의 사자로서의 사명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손인웅(왼쪽)·신경하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그러면서 그는 장로교회 정치의 기본원리를 △교황정치와 감독정치를 반대하는 교회 △회중교회 정치와 민중교회 정치를 반대하는 교회 등으로 꼽았다. 손 목사는 “그러나 오늘의 장로교회 안에는 ‘신(新)교황들’과 ‘신(新)감독들’이 날로 범람하고 있다”며 “교회의 주인과 주권자는 교황도 감독도 아니며, 목사도 장로도 교인들도 아닌, 주님”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장로교회는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신앙고백을 존중한다”며 “그러나 시대의 변천에 따라 ‘오직’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다소 문제제기를 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예컨대 ‘오직 믿음’을 주장할 때, 믿음만이 아니라 행함과 삶도 함께 고백하며 실천하는 온전한 신앙을 추구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신경하 목사는 ‘한국감리교회의 오늘’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신 목사는 “존 웨슬리의 신학과 뜨거운 신앙을 모태로 한 감리회의 신앙전통은, 기독교의 참된 구원의 진리와 성서적 경건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며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고 진리에 순종하며 경건생활에 힘쓰는 신실한 사람들의 신앙공동체”라고 했다.

그는 “한국 최초의 근대교육기관인 배재학당과 이화학당을 비롯해 많은 교육기관에서 인재를 양성했고, 최근 청소년대안학교인 산돌학교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신앙을 통한 교육에 헌신해 왔다”며 “1930년 한국교회 최초로 여성에게 목사와 장로 안수제도를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여선교회 조직은 세계적인 여성네트워크를 자랑한다”고 했다.

신 목사는 그러나 “감리교회 역시 구조적 약점과 함께 비난받을 만한 문제점이 있다”면서 “교회의 공교회성을 우선해야 한다. 세습을 금지하고,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리더십을 세우며, 권위주의가 아닌, 민주적이고 공개적이며 다수의 회원이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한 연관적 공교회로서 감리교회의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복원함으로써, 감독제도와 의회제도 및 감리교 본부에 대한 개혁안을 제시하고 높은 수준의 성직 양성을 위한 훈련체계를 마련하며, 안일과 부패를 용인하게 하는 제도와 절차를 혁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성결교: “가교 역할 하지만 대형교단에 대한 콤플렉스도”
침례교: “성경무오설 지지하지만 신조에 대해선 상대적”
기하성: “성령 사모했으나 성도의 고난에 대한 언급 부족”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정익·고명진·최성규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이정익 목사는 ‘성결교회의 장·단점’을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 목사는 먼저 장점에 대해 △민족애로 자생시킨 교단 △건강한 중형교회들을 가진 교단 △한국 교계의 가교적 역할 등을 꼽았다.

이 목사는 특히 “한국성결교회는 한국 기독교에서 주류교단은 아니다. 그러나 그 신앙과 신학은 한국교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교회의 주류는 결코 정통보수적인 신앙도 현대문화와 타협한 자유주의 신학도 아닌, 온건한 복음주의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런 소박한 복음주의 신학을 가장 잘 대변해 주고 있는 신학이 성결교회”라고 자부했다.

단점도 지적했다. 이 목사는 “성결교단은 자생적 교단이기 때문에 해외 파트너나 연대적 뿌리가 없다”며 “이 때문에 해외에서 성결교회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신학생들도 유학을 갈 경우 협력 자매교단이 없어 여러 가지 편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신학교를 졸업한 후 교회나 연합기관, 그리고 선교 현장에 진출할 수 있는 장이 훨씬 좁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교회는 장·감·성으로 시작됐는데, 성결교회는 그 중 가장 작은 교단으로 대형교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면서 “간혹 대형교단들을 따라가다 보니 교단의 체제나 제도의 독창성이 상실되고 장로교단화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이는 성결교단이 지니고 있어야 할 고유성을 고집하지 못하고 상실하는 계기가 됐다”고도 덧붙였다.

침례교의 특징은 고명진 목사가 발표했다. 고 목사는 “침례교는 무엇보다 성경에 무한정의 권위를 부여하며, 성경무오설을 지지한다. 침례교에 의하면 권위는 오직 살아있는 그리스도로부터 오며, 그리스도의 메시지는 신약성서 안에 포함되어 있다”며 “이런 이유로 참례교 최초의 선교사였던 펜윅은 무엇보다도 성경의 한글 번역에 힘을 썼으며, 성경 읽기를 장려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침례교는 개신교의 다른 교파와 달리, 신조가 신도의 양심을 구속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침례교는 신과의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소통과 체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집단적으로 신과 올바른 관계를 수립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침례교 내부에는 다양한 신앙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내재해 있다”고 했다.

고 목사는 또 “침례교는 중앙집권적 조직 형태가 아닌, 회중제도라는 민주적인 조직 형태를 지니고 있다”며 “때문에 성직자와 평신도는 기본적으로 동등한 권한을 가진다. 목사와 집사라는 직분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능적 구분이다. 이렇게 볼 때 침례교의 조직적 특징은 한 마디로 개교회의 자치와 회중의 권위를 강조한다는 점으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기하성의 장·단점을 발표한 최성규 목사는 “지금은 성령의 시대다. 순복음은 성령님을 인정하고 환영한다. 성령님을 사모해 날마다 뜨겁게 기도한다. 그 결과, ‘내 말과 내 전도함이 지혜의 권하는 말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성령의 나타남과 능력으로 하여’(고전 2:4)라는 말씀의 역사를 누린다”고 역설했다.

최 목사는 “초대교회는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는 교회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교회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순복음은 말씀을 실천하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 그리스도인답게 살며, 교회 밖의 교회가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고, 성령의 은사로 성령의 열매를 맺는 영성으로 무장하고자 한다. 그 결과 순복음에서는 영혼구원과 사회구원이 하나”라고 강조했다.

단점에 대해서는 “짧은 역사로 인해 전통과 신학이 부족하다. 또 지도자 한 사람에게 의존적인 경향도 있다”며 “지금까지 앞만 보면서 목적을 이루는 데 집중해 왔는데, 이제 과연 그 길이 바른 길이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꿈과 희망만 강조하다 보니 성도의 고난에 대해 알려주지 못했다”고 성찰했다.

▲참석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교단들이 본래의 기능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발표가 모두 끝난 뒤 총평한 손봉호 박사(서울대 명예교수)는 “오늘날 한국 기독교계에서는 침례와 여성 안수 외에는 교단 간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고, 평신도는 대부분 그(각 교단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다”며 “이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교단의 가르침과 전통에 충실하기보다는, 한국 기독교계의 지배적인 분위기와 문화에 더 동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손 박사는 “교단이 존재하는 목적 가운데 하나는 상호 감시와 견제를 통해 목회자와 교회의 순결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한국교회의 모습을 보면 이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교단이 없는 것 같다. 교단 총회들은 법적 권위만 주장할 뿐 영적·도덕적 권위를 누리지 못하고 있고, 초대형교회들은 교단의 통제에서 거의 벗어나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 기독교계에서는 교단들이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