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 개회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류재광 기자

한국기독교학회(회장 유석성 박사)가 10월 31일부터 1박 2일간 충남 온양관광호텔에서 ‘평화’를 주제로 제43차 정기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그레고리 E. 스털링 박사가 발제하는 모습. ⓒ류재광 기자

첫날 주제강좌는 그레고리 E. 스털링 박사(예일대 신학대학원장)가 ‘장벽이 아니라 다리로서의 종교’를 주제로 전했다. 그는 먼저 자신이 예루살렘에 머물던 2000년 당시 두 번째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반이스라엘 저항운동)를 목도했던 것과, 이후 위험을 피해 미국으로 돌아왔다가 9.11 사태 소식을 접한 것으로 인해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경험에 대해 언급한 뒤, 배타주의나 다원주의가 아닌 포용주의적 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거의 모든 경우를 보면 무장한 근본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종교나 종파가 용인될 수 있는 유일한 종교라고 하는 배타적인 견해를 가지고, 이러한 견해를 종교적인 의제와 연결하고 있다”며 “그 결과는 치명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는 기독교를 평화의 화신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며 “우리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스털링 박사는 이러한 배타적 태도를 극복하기 위한 근거를, 사도행전 17장에 나타난 바울의 ‘아레오바고 설교’를 통해 제시했다. 그는 이 설교에 담긴 네 가지 주장으로 ▲신은 우주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의 창조자이며, 인간이 제공할 수 있는 어떠한 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류는 통일성이 있지만, 동시에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 ▲신을 우상의 형태로 만들어선 안 된다 ▲회개해야 한다를 꼽았다.

그는 이 설교의 의의에 대해 “하나님을 이해하는 원천으로서의 희랍철학의 정당성을 인식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털링 박사는 “얼핏 보기에 그 주장은 놀라운 것이지만, 희랍-로마 세계 속에서 기독교를 상황화시키는 초기 기독교 저작 속에서는 충분히 이해되는 것”이라며 “그것의 기본적인 주장은, 희랍철학을 복음의 준비작업의 한 형태인 것으로 본다”이라고 했다.

스털링 박사는 이 같은 견해가 ‘배타주의’가 아닌, ‘포용주의’에 가깝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다원주의’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그는 특히 포용주의와 다원주의의 차이에 대해 “다른 종교 전통들의 가치를 ‘기독교에 비추어’ 판단하는 것은 포용주의이지만, ‘다른 근거(예를 들어 인간의 안녕과 복지)’에 근거해서 판단하는 것은 다원주의”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신앙적 입장을 “기독교인으로서 그리스도에 대한 배타적인 충실성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제 자신의 배타적인 충실성이 유대인들이나 무슬림이나 힌두나 불교도의 충실성이 가진 유효함을 거절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스털링 박사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편협하지 않으면서도 부끄럽지 않은 기독교인이 되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모델들이 되어야 한다”며 “우리는 다른 종교들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고서도 그리스도에게 대한 흔들림 없는 충성을 공언하도록 허용해 주는, 하나의 기독교적 이해를 길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스털링 박사의 강좌 이후 한국구약학회·한국신약학회·한국교회사학회·한국조직신학회·한국기독교윤리학회·한국실천신학회·한국기독교교육학회·한국선교신학회·한국교회음악학회·한국목회상담학회·한국문화신학회·한국교회사회사업학회 등이 각각 주제발표와 자유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각 학회 회장들이 인사하고 있다. ⓒ류재광 기자

‘존 웨슬리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이해 -미국 독립전쟁과 관련하여’(배재대 이성덕 박사), ‘WCC 평화신학의 이해와 비판’(이대 장윤재 박사), ‘분단된 국가에서의 교회: 냉전체제로 구조화된 한국개신교에 대한 분석’(성공회대 권진관 박사), ‘왜 자색 옷을 입은 자는 아브라함의 품에 들어가지 못하였는가?’(서울장신대 류호성 박사), ‘한국전쟁과 메노나이트 평화운동 -아나뱁티스트 한국교회사 서술을 위한 서론적 고찰’(한국기독교공동체 연구소 정성한 소장), ‘한국사회의 가족주의 문화의 부정성과 기독교윤리 -교회 세습을 중심으로’(장신대 고재길 박사), ‘평화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정신분석적 고찰’(한일장신대 김충렬 박사) 등의 발표가 눈에 띈다.

▲인사말을 전하는 유석성 회장. ⓒ류재광 기자

유석성 회장(서울신대 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기독교의 복음은 평화의 복음이며, 예수 그리스도는 평화 자체이시고, 또한 평화의 왕으로 이 세상에 오셨다”며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과제요 책임이다. 한국기독교학회도 이 땅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평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되어야 하겠다”고 밝혔다.

기독교학회와 함께 한국교회 신학계의 양대 학회인 한국복음주의신학회의 회장 권혁승 교수(서울신대)도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그는 “복음주의신학회와 기독교학회는 서로 다르지만, 복음 안에서 한국교회와 민족과 세계교회와 인류를 섬기는 일에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두 학회가 더 풍요로워지고 아름답게 균형을 이루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개회 전 소망교회(담임 김지철 목사)가 목회 현장에 도움이 된 연구를 한 이들을 치하하는 ‘소망학술상’ 시상식이 있었다. 총 9명의 후보 중 위형윤(안양대)·최동규(서울신대)·김은혜(장신대)·양금희(장신대) 교수 4인이 선정돼 수상했다. 개회예배에서는 원팔연 목사(전주바울교회 담임)가 ‘하나님을 감동시키라’(창 12:1~9)를 제목으로 설교했고, 성찬식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