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헤르만 헤세는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 <유리알 유희> 등의 작품으로 읽는 이들의 심금을 울린 작가이다. 그의 시는 고요하고 평온하기를 마치 깊은 바다와 같다. 그의 시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 고독, 구름, 물, 바람, 길손, 고향, 어머니 같은 단어들이다. 이런 언어들은 언제나 읽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읽는 이들로 고향을 생각하게 하고 어머니를 생각하게 한다.

그의 시 <안개 속에서>는 안개 덮인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의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읊고 있다. 그럼에도 이 시를 읽고 또 읽으면 마음의 안식을 주고 산만한 마음을 회복시켜 준다. 지금은 가을이 깊어가는 때이다. 유난히 가을을 타는 나는 두레수도원 둘레길을 혼자 걸으며 낙엽 밟히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헬만 헷세의 <안개 속에서>를 나지막이 읊조린다.

안개 속에서

-헤르만 헤세

기이하여라. 안개속을 거니는 것은!
모든 나무 덤불과 돌이 외롭다.
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나의 삶이 아직 환했을 때
내게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다.
이제, 안개가 내려,
더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을, 떨칠 수 없게 조용히
모든 것으로부터 그를 갈라놓는
어둠을 모르는 자
정녕 그 누구도 현명치 않다.

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삶은 외로운 것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