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서울신대 한국기독교통일연구소(소장 박명환 교수) 정기세미나 ‘어떻게 통일을 이룩할 것인가?’가 29일 오후 부천 서울신대 백주년기념관 영성훈련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오성훈 목사(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 회장) 사회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광림교회)이 특강을 전했다. 임 전 장관은 독일 통일의 사례, 한반도 통일 방안과 3대 당면과제, 기독교인의 역할 등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독일 통일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것 같지만, 합당한 이유가 있었음을 알게 됐다”며 “열심히 심고 물 주고 정성껏 가꿨을 때,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시고 통일의 열매를 맺게 해 주셨다”고 말했다.

통일이 허용되지 않는 국제정세 속에서, 서독은 ‘사실상의 통일(de facto unification)’ 상황을 실현했고,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20여년간 꾸준히 일관성 있는 동방정책 실천으로 국제정세 변화를 도모했다는 것. 임 전 장관은 “독일 통일은 일방적인 흡수통일이 아니었다”며 “동독 시민들이 동구권 변화의 물결을 호기로 포착해 비폭력 시민혁명으로 베를린 장벽을 허물고 공산정권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주목할 것은 서독 개신교회가 동독에 꾸준한 물질적·정신적 나눔을 전개함으로써 통일에 기여했다는 것”이라며 “이에 동독 개신교회는 비교적 자유로운 교회활동과 신앙생활을 유지했고, 때가 됐을 때 통일을 주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우리도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통일은 이를 통한 내부의 힘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북한과의 세 차례 합의문서의 내용을 설명했고, 평화통일을 위한 3대 당면과제로 △남북관계부터 개선·발전 △경제협력 활성화와 남북 경제공동체 형성 △군사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 등을 꼽았다.

▲임동원 전 장관이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기독교인들의 역할로는 ‘로마서 12장 17-21절’을 제시하면서 ‘원수 갚는 것은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를 ‘화해하라’, ‘원수가 굶주리면 먹을 것을 주라’를 ‘원수를 사랑하고 도와주며 협력하라’, ‘악을 악으로 갚지 아니하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를 ‘원수를 새 사람으로 변화시키라’, ‘모든 사람과 더불어 평화롭게 지내라’를 ‘평화하라’ 등으로 바꿔 ‘화해·협력·변화·평화’의 원칙을 도출했다.

이를 통해 “먼저 남북 대결과 갈등을 부추겼던 과오를 반성하고, 마음 속에 쌓인 분단과 증오의 장벽부터 허물고 화해해야 한다”며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원수가 되고, 불신과 대결의 냉전 반 세기를 살아온 우리에게 화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화해의 직책을 주시지 않았느냐(고후 5:18)”고 반문했다.

임 전 장관은 “우리 기독교인들은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룩하기 위해 남북을 참된 하나의 민족으로 엮어가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며 “서독처럼 교회가 북한 동포들을 위한 물질적·정신적 나눔운동을 적극 전개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능동적이고도 성실한 실천 노력과 남북합의 준수, 4자 평화회담 개최, 미국의 대북관계 정상화 촉구 등 평화를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날 세미나는 서울신대 신학과와 기성총회 북한선교위원회(위원장 박대훈 목사)가 공동주관했다. 앞선 개회예배에서는 박영환 교수 사회로 박대훈 목사가 설교했다. 박 목사는 “통일은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방법과 계획대로 하시면 이뤄질 것”이라며 “70년 전 우리나라에 해방을 주셨듯 통일도 주실 것이니, 여기 모이신 모든 분들이 그 사명을 잘 감당해 달라”고 전했다.

강연 후에는 임 전 장관과 유관지 목사(북한교회연구원장), 이관우 목사(CCC 통일연구소장), 김영식 목사(북사목 사무총장) 등이 기성 북한선교위원회 목회자들과 전문가 대담을 펼쳤다.

환영인사를 전한 유석성 총장은 “통일 문제는 해도 안 해도 좋은 게 아니라, 꼭 해야 할 민족적 과제이자 우리의 사명”이라며 “그러나 이는 우리의 힘과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는 국제적 문제로 여러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고 말했다. 유 총장은 “신앙적 관점에서 보면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평화를 만드는 자들, 피스메이커스가 되라고 하셨다”며 “평화를 만드는 일을 주님의 명령으로 알고 우리의 책임을 위해 노력하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