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영 박사.

날이 저물고 그림자가 사라지기 전에 내가 몰약 산과 유향의 작은 산으로 가리라

나의 사랑 너는 어여쁘고 아무 흠이 없구나
내 신부야 너는 레바논에서부터 나와 함께하고 레바논에서부터 나와 함께 가자 아마나와 스닐과 헤르몬 꼭대기에서 사자 굴과 표범 산에서 내려오너라

사랑에도 아포리즘(Aphorism)이 있다. 모든 아포리즘 가운데 사랑이 만들어내는 격언처럼 우리를 흔드는 것은 없다. 사랑은 우리에게 어떤 잠언을 전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1) 사랑은 가는 것이다(6절)

사랑도 인생처럼 간다. 이게 사람의 사랑이다. 사랑은 언제 간다고 하는가? 사랑도 날이 기울고 그림자가 갈 때에 가며, 해질 때 진다. 이것은 마치 인생의 종착역을 생각하게 하는 구절이다. 인생이 지면 사랑도 진다.

그럼 그 사랑은 어디로 가는가. 인생은 결국 본질이 사랑이신 하나님 품으로 간다. 본문은 몰약산으로 간다고 했다. 몰약산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상징한다(요 19:39; 빌 1:20-21).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따라 죽도록 충성(계 2:10)하다가 그리스도를 따라 죽음의 몰약 산으로 간다.

본문은 유향의 작은 산으로 간다고도 표현하고 있다. 유향의 작은 산은 성도의 기도를 상징한다(계 5:8). 사랑하는 부모에게 청원하고 사랑하는 이에게 청원하듯, 기도가 곧 사랑이다. 성도는 죽을 때까지 그리스도의 겟세마네 기도를 본받아 살아야 한다(눅 22:44). 기도는 가는 생명조차 붙든다.

2) 사랑은 가면서 덮어준다(7절)

사랑은 늘 덮어주고 칭찬해주어야 한다. 아내는 남편의 칭찬을 바란다. 어느 작가가 말했다. ‘사람은 사랑하는 이의 사랑한다는 격려 한 마디로 일 년은 힘차게 살 수 있다’고. 하나님은 교회와 성도를 덮어주신다(고후 5:21). 어여쁘고 “아무 흠이 없구나”라는 말은 제물의 흠 없음, 제사장의 흠 없음을 나타내는 단어(레 21:17-23; 신 15:21; 17:1)이다. 사랑하면 상대의 흠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살짝 덮어준다. 하나님도 우리 흠을 보지 않으신다. 회개하면 우리 허물을 덮으시고 기억도 하지 않으신다. 인간은 때로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이 있다. 하지만 하나님은 허물을 기억지 않으신다고 하면 정말 잊으시는 것이다. 하나님은 죄의 목록에서 우리 죄를 깨끗하게 지우신다. 사랑하는 이의 허물을 용서하고 깨끗이 지워라! 그게 사랑이다.

3) 사랑은 함께 가는 것이다(8절)

사랑하면 함께하며 매인다. 결혼하면 남편은 아내에게 매이고 아내는 남편에게 매인다. 성도는 하나님께 매인 자이다. 다른 이와 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도가 세상과 짝하면 안 되는 이유이다(약 4:4). 성도는 세상 안에 있되, 세상에 매이거나 세상에 속하면 안 되는 것이다

사랑하면 함께한다. 함께 내려다 보자. 함께 여행하자. 부부는 아마나(‘끊임없는 흐름’이라는 뜻으로, 레바논 산에서 흐르는 강 중의 하나, 왕하 5:12), 스닐(‘흰 산’이라는 뜻으로, 레바논 지역 가장 높은 산인 ‘헤르몬 산’을 부르는 별칭, 신 3:9; 대상 5:23), 헤르몬 꼭대기, 사자 굴, 표범 산 같은 험준한 세상과 인생의 광야 골짜기 어디를 가든지 함께 헤쳐 나간다. 신앙은 그렇게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과 어디 든 늘 함께 가는 것이다

사랑 풍경11- 똥과자 사랑

저녁 바람 몰고
제갈공명 친구가 파장(罷場)을 준비하며 마지막 똥과자를 굽는다
빵 모자를 눌러쓰고 매니큐어 바른 손톱처럼
번지러운 때들이 희망처럼 반짝인다
거북 등처럼 손 터진 동생도 출사표를 쓴다
저녁 콧물을 바람은 어김없이 후리치고 지나간다
꺼져가는 한 장 연탄불에 설탕이 녹고
소다 먹은 양은 국자가 뜸팡이처럼 얼굴을 들 때
세상이 먼저 와서 철수하는구나
아직 파장(罷場)하기 어려운 궁둥이들을 바람이 몰고가고
동생의 콧물이 바닥나기 시작할 때
친구의 돈 자루는 비장한 장사를 끝내야 한다
세상이 가끔 느리게 손을 흔들어도
꺼져가는 연탄재는 늘 시간 곁에서 비근거린다
참으로 산다는 것만큼 우리를
앞질러가는 것은 없구나
가끔씩 세상 기웃거리며 살다 보면
모세처럼 인생의 신발을 벗고 장엄하게 누군가를 그리워할 때가 있다
그 때, 사람 사이에 서서 이 세상 앞질러 가려고
친구를 몰고 넉넉한 그리움이 온다

조덕영 박사는

환경화학 공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한 공학도이자 신학자다. 한국창조과학회 대표간사 겸 창조지 편집인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여러 신학교에서 창조론을 강의하고 있는 창조론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창조신학연구소’(www.kictnet.net)는 창조론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들로 구성돼 목회자 및 학자들에게 지식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글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퍼온 것이다. ‘기독교와 과학’ 등 20여 권의 역저서가 있으며, 다방면의 창조론 이슈들을 다루는 ‘창조론 오픈포럼’을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