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통일과 북한선교를 위한 국제포럼’ 발표자들. ⓒ김은애 기자

장로회신학대학교·남북한평화신학연구소가 제1회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통일과 북한선교를 위한 국제포럼’을 27일 오후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통일 및 북한선교가 해외 한인교회를 포함한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의 과제라는 점에서, 국내외 교회의 역할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특히 북한선교를 위한 러시아교회와의 협력 방안 등을 모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포럼에서는 손달익 목사(통합 증경총회장, 서문교회), 김영동 교수(장신대 선교신학), 아담 코커(Adam Coker) 선교사, 정균오 선교사(통합총회 파송 러시아 선교사)가 발제했다.

▲정균오 선교사가 발제하고 있다. ⓒ김은애 기자

네 번째 발제를 맡은 정균오 선교사는 ‘북한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제로 발표하며, 러시아교회와의 협력 방법에 대해 고찰했다.

정 선교사는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해간다면 21세기 한국의 경제적 성장과 한반도 평화와 화해는 물론, 북한선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와 화해와 북한선교를 위해서 러시아를 주목해야 할 이유 ▲러시아교회와 협력을 통한 북한선교의 필요성 ▲러시아교회와 한국교회가 함께할 수 있는 북한선교 방법 등에 대해 발제했다.

먼저 러시아교회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공산주의를 경험했고 ▲선교지향적인 교회이며 ▲세계선교를 감당할 시기가 되었다는 등의 이유를 꼽았다.

특히 정 선교사는 “러시아교회는 공산주의 치하에서 핍박을 받으면서도 거룩한 삶과 행위를 통해서 복음을 전하였고, 개방 후에는 활발하게 민족복음화에 온 힘을 쏟았다”며 “러시아교회는 북한교회를 깊이 이해하며 그들과 깊이 협력할 수 있는 교회이기에, 러시아교회를 주목해 함께 북한선교를 시도할 때 실효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함께 북한선교를 하는 것에 대해 그는 “현재 한국과 북한은 원만한 관계 유지는 물론 만남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나,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는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평한 뒤, “이러한 때에 한국교회가 러시아 및 러시아교회와 협력해 북한을 복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북한은 경제 변화를 통해서 체제 변화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며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 진행될 경제교류와 협력관계를 통해 북한선교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북한의 필요를 찾아서 그 필요를 채워주는 일을 진행하면, 북한의 공식적인 허락과 호의를 받으며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설명. “북한 동포의 고난에 동참하고 필요를 채워주는 등, 교제와 사랑의 만남을 통해 평화와 통일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가 북한 외무상 리수용과 회담 후 북핵문제 해결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도록 노력할 것과 러·한·북이 참여하는 3국 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친하겠다고 발표했다는 구체적 정황을 설명하며 “러시아가 한반도 화해와 세계 평화를 위해 창조적 소수자 역할을 감당할 때”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지금까지의 북한선교는 주로 중국 국경이나 탈북통포를 돌보는 사역을 통해 북한선교를 진행하였으나, 비공식적 방법으로는 많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러시아교회와 협력해 공식적으로 북한을 선교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손달익 목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김은애 기자

손달익 목사는 ‘북한선교에 대한 교단의 입장과 세계교회와의 협력 방안’을 주제로 첫 발제했다. 손 목사는 먼저 냉전적 상황을 극복하고 북한선교를 실현하기 위한 한국교회, 특히 예장 통합 측의 노력에 대해 전한 후, 세계교회의 연대와 협력에 대해 살펴봤다.

손 목사에 따르면 대체로 북한선교를 말할 때, “북한교회의 회복에 초점을 둔 경우”와 “남북 간에 형성된 모든 갈등과 긴장의 해소, 더 나아가 평화 정착과 통일의 문제까지 모두 포함하는 경우” 두 가지로 나뉜다. 교회들의 경우,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을 상대한 선교를 구상하는 측”과 “이를 어용으로 보고 지하교회 인사들과 접촉해야 한다는 측”으로 나뉜다.

이러한 상황에서 1988년 2월 29일 서울 연동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회에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이라는 88선언문이 만장일치로 채택되어 발표됐는데, 이 선언문은 당시 상황에서는 매우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당시 선언문은 “남한 교회들이 분단과 증오에 대한 죄책을 고백해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민족 분단의 역사적 과정에서 침묵했으며 반공이데올로기와 신앙적 신념을 혼동하여 동포를 저주하는 죄를 범했음을 회개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또 7.4 공동성명에 밝힌 자주·평화·사상·이념·제도를 초월한 민족 대단결 원칙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 남북 양측 정부에 7.4선언의 합리적 진행을 촉구하는 구체적 제안을 하기도 했다.

손 목사는 “이 선언에 대해 예장 통합은 표면적 지지와 함께 내홍을 겪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NCCK의 가장 중심 교단인 입장에서, 그리고 선언문의 작성 과정에 다수의 교단 내부 인사가 참여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표면적 지지 또는 동참이 불가피했기 때문.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 선언이 지나치게 이념적 편향성을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때문에 교단 내부에서는 북한선교에 대한 교단의 입장을 명백히 정리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는데, 논란이 되었던 것은 ▲분단의 죄책이 우리에게 있는 것 같은 표현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자주통일론을 여과없이 수용했다는 부분 ▲평화협정 체결 등이다. 이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특히 가장 심각하게 비판받은 부분은 ▲북한교회 복구와 관련한 제안이나 비전 제시 또는 북한 측에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는 언급이 없다는 부분이었다. 이에 따라 통합은 여러 논의 과정을 거쳐 2004년 제89회 총회에서 ‘본 교단 총회 북한선교의 기본 입장’을 최종 채택했다.

“통합총회의 북한선교 지침은 대부분의 내용이 88선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복음주의 입장에서의 북한선교에 대한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고 손 목사는 설명했다. 특히 “북한에 복음주의가 확장되기를 위해 노력하고 교회들이 더욱 활성화 되도록 노력한다”는 부분은 “NCCK의 88선언문에 대한 비판적 교단 내부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이며, 진보·보수 양측의 입장을 두루 반영하는 통전적 북한 선교의 입장을 천명한 것”이라고 손 목사는 설명했다.

이러한 지침을 바탕으로 통합총회는 60년대부터 북한교회복구위원회, 북한선교위원회, 평화통일위원회 등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북한선교 관련 업무를 담당했으며, 지금은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로 일원화해 북한교회 지원 관련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통합총회는 교회 재건 지원과 인도주의적 지원, 봉수 교회 건축 등을 활발하게 지원했고, 이에 대해 손 목사는 “총회 차원에서 약속한 지원 사업 가운데 단 한 가지도 예외 없이 진행해, 상호 신뢰를 확보하는 일에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했다.

이런 과정에서 북한선교의 근본을 위협하는 일, 즉 ▲북한교회의 진정성에 대한 시비 ▲동원된 예배 참여자들 ▲지원 금품의 사용처에 대한 의문 ▲지나치게 이념 옹호에 열심인 태도 ▲방북 인사들에 대한 밀착감시 ▲소지품에 대한 검열 ▲우상화 작업 참여 강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런 문제들은 교류 협력의 강화와 북한 사회의 개방과 더불어 자연히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손 목사는 말했다.

이후 세계교회와의 협력 속의 한반도 평화 선교에 대해 설명한 손 목사는 “세계교회와의 협력의 틀을 유지하면서 보다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선교의 방안들을 마련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려 한다”며 ▲기존에 협력을 아끼지 않았던 각종 국제기구들(세계교회협의회 등)과의 협력 강화 ▲선교 동역 관계가 체결된 형제 교단들과의 협력 ▲전 세계의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의 참여 등을 제안했다.

끝으로 손 목사는 “통합총회가 주창하는 북한선교는 통전적”이라며 “많은 희생과 긴 인내가 필요한 북한선교인 만큼, 이를 위한 기도 운동을 구체화하고 평화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내부적·영적 사역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포럼이 끝난 뒤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은애 기자

한편 이 외에 김영동 교수는 ‘북한선교에 대한 일 고찰’을, 아담 코커 선교사는 ‘이러한 때를 위하여: 아시아의 현재 지정학적 분위기와 러시아 복음주의 기독 침례연합회 선교적 발전, 그리고 동아시아 복음사역을 위한 이것들의 함의’를 주제로 발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