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497주년을 맞는 2014년 10월 마지막 주간, 올해 나온 종교개혁 관련 도서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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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 없는 기독교, 기독교가 아니다

하나님께로 돌아오라
데이비드 웰스 | 지평서원 | 232쪽 | 11,000원

출판사는 종교개혁의 신앙을 이어받아 현대 사조에 굴하지 않고 복음을 수호하는, 이 시대 거장들의 탁월한 저작들을 소개하는 ‘21세기 리폼드 시리즈’를 발간 중이다. <오직 은혜로>, <오직 성경으로>, <오직 하나님께 영광>, <예기치 못한 여행>, <성화의 은혜> 등에 이어, 최근에는 가톨릭 칭의 교리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이신칭의’를 쉽게 정리하는 <오직 믿음으로>를 펴냈다.

시리즈 열세 번째인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웰스는 <신학 실종>, <윤리 실종> 등 4부작으로 유명한 개혁주의 정통 신학자다. “회심 없는 기독교는 더 이상 기독교가 아니다”는 날카로운 첫 문장을 시작으로, 구원의 필수 요소인 회심(回心)에 대한 명확하고도 신중하며 균형 있는 논의를 통해 기독교 회심의 독특성과 그 역사, 관련 논쟁과 성경적 근거들을 다루고 있다. 내부자·외부자의 회심을 나누고 유대인과 무슬림, 힌두교·불교 신자, 유물론자 등 외부자들의 회심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1989년 첫 나온 책의 2011년 개정판 서문에서 저자는 “그리스도를 유일한 목표이자 이유로 삼고 그분을 섬기는 자리로 나아가지 않는 회심은 기독교의 회심이 아니다. 그리스도가 흘리신 속죄의 보혈을 근거로 하여 성령의 사역을 통해 죄를 버리고 하나님께로 돌이키지 않는 것은 기독교의 회심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회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회심은 그리스도 안에서 성장하고 그분의 형상을 닮아가는 일평생의 여정을 시작하는 출발점”이기 때문. 회심이 없으면 제자가 될 수 없듯, 제자로서 내딛는 발걸음이 없으면 회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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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관점’에 대항하는 ‘이신칭의’

칭의가 은혜를 말하다
강철홍 | CLC | 544쪽 | 25,000원

5백년 전 일어난 종교개혁의 핵심은 ‘오직 믿음으로’, 칭의(稱義)였다. 이는 2천년 전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를 통한 구원의 길을 여셨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21세기, 오늘날 기독교에서는 ‘바울신학의 새 관점’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칭의론’ 신학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책은 소위 ‘새 관점’ 학파가 ‘예수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의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에 대항해 ‘칭의’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와 존 칼빈을 비롯해 18세기 미국 대각성운동의 조나단 에드워즈와 디모데 드와이트, 한국의 길선주·김익두·이성봉 등 부흥운동가 6명이 말한 ‘그리스도의 의’의 법적 전가론에 대해 살피고 있다. 저자는 ‘죄인의 칭의(the justification of the wicked)’,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the imputation of Christ’s righteousness)’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전시키고 있다.

이 책은 한국인 저자가 ‘Justification: The Imputation of Christ’s Righteousness from Reformation Theology to the American Great Awakening and the Korean Revivals’라는 제목으로 지난 2006년 영문으로 쓴 내용을 요청에 의해 다시 번역해 최근 출간했다. 저자는 미국 한 신학교 조직신학 및 역사신학 교수로 가르치면서, 리디머교회를 개척해 섬기고 있다.

 

◈기독교를 바꾼, 루터를 바꾼 사람들

엘베 강변 하얀 언덕 위의 친구들
권영진 | 예영커뮤니케이션 | 152쪽 | 7,000원

‘루터의 나라’ 독일에서 사역 중인 저자는, 무명의 한 젊은 수도사 마틴 루터(Martin Luther)가 민족과 시대를 향한 ‘개혁의 세기’를 열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루터의 사람들’을 꼽는다. ‘영적 아버지’였던 요한 폰 슈타우피츠(Johann von Staupitz) 박사, 루터보다 개혁적이면서도 화합과 협상을 이끌어 낸 친구 필립 멜란히톤(Philipp Melanchton), 개혁으로 나타난 복음 진리를 그림으로 전파한 화가 루카스 크라나흐(Lucas Cranach), 수행 비서였던 ‘영적 아들’ 유스투스 요나스(Justus Jonas)….

심지어 이렇게까지 이야기한다. “루터는 친구를 잘 만나 살아나고, 친구를 잘 만나 출세한 사람이다.” 우리도 모두 본질적으로 조금 부족한 존재이고 그 부족한 부분을 위해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이므로, 친구를 잘 만나야 한다면서 말이다. 기독교 역사를 바꾼 루터, 그를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를 펴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에서 언급된 이들과 아내 카타리나 폰 보라(Katherina von Bora) 등 ‘루터의 조력자들’ 9명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독불장군, 일인영웅은 교만한 인간의 허상에서 나온 사기요 기만으로, 서구 사회는 역사를 통해 그것을 이미 경험했다”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팀과 협력하는 팀워크를 강조하면서 팀원이 함께 일하는 구조와 시스템이 전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다”고 말한다. 제목 ‘엘베 강변 하얀 언덕 위’는 이들이 만나 종교개혁을 시작한 조그만 도시 비텐베르크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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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가·청교도들 바라본 ‘기도’

고전에서 배우는 기도특강
조엘 비키 외 | 예수전도단 | 360쪽 | 18,000원

마틴 루터는 기도 때문에 종교개혁을 시작했고, 그의 종교개혁 핵심이 ‘교회의 기도 방식 개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칼빈에게 기도는 교리보다 실천이었고, 규율 없이 행하는 습관이 아니라 하루 일정 시간을 하도록 정해두어야 하는 것이었다. 성경 주석가 메튜 헨리는 하나님에 대한 성경적 교리 연구를 기도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조나단 에드워즈에게 기도는 단순한 의무나 그리스도인의 수고 이상의 ‘크나큰 특권이자 참된 믿음의 증거’로 확신했다.

청교도 신학의 거장인 저자가 종교개혁자들부터 청교도들까지, ‘믿음의 거장’ 10인이 발견한 ‘기도’에 대해 정리했다. 저자는 종교개혁자들과 청교도들의 저술을 ‘교회에 주신 가장 귀한 보물’이라 평가한다. 이러한 평가는 이들의 저서가 ‘영적 경험’을 폭넓고도 깊이 있게 고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생명을 주시는 성령님과 하나님의 말씀을 분리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들은 교리를 단순히 해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치 굶주린 사람이 빵과 버터와 꿀을 음미하듯 성경을 만끽했다”며 “이들의 글이 손을 뻗어 당신을 붙잡고, 당신의 발이 되어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으로 당신을 데려가는 경험을 거듭거듭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마지막 장 ‘오늘날 우리의 기도’에서 충만한 기도를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전 세계 기도의 용사들과 함께 ‘한국의 서창원’에게 책을 바친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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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위기, 칼빈에게 답을 찾다

한국교회를 위한 칼뱅의 유산
박경수 | 대한기독교서회 | 408쪽 | 15,000원

‘왜 21세기 한국에서, 500여년 전  제네바에서 교회개혁을 시도했던 칼빈에게 관심을 갖는 것인가?’라는 화두로 책을 풀어간다. 클레어몬트 대학원에서 종교개혁사로 박사학위를 받고 장신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칼빈을 다시 말해야 하는 이유로 “개신교인들 중 70% 이상이 칼빈의 신학에 근거를 둔 개혁파 장로교회에 속해 있는데도, 한국교회에는 그의 사상의 진면목이 제대로 소개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비록 시대와 장소는 다르지만, 그의 신학적 통찰력은 21세기 한국교회에도 여전히 타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늘 한국교회가 직면한 어려움과 위기의 근원을 바르게 진단하고 해결하는 데 칼빈의 교회개혁 원칙과 신학사상은 우리에게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칼빈의 개혁정신은 목회자의 문제, 교회론의 문제, 사회·경제적 윤리의 문제, 신학방법론의 문제  등으로 혼란과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교회에 효과적이며 건설적 지침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책은 ‘한국에서의 칼뱅 연구사’, ‘칼뱅의 사회·경제사상이 한국교회와 사회에 주는 의미’, ‘교회의 본질에 비추어본 한국교회의 모습’, ‘16세기 제네바 교회의 목회자 선발과 훈련에 관한 연구’, ‘칼뱅을 통해 본 목회자의 역할과 임무’ 등 다섯 편의 논문으로 이뤄진 1부 ‘칼뱅과 한국교회’, 지난 2009년 저자가 쓴 <교회의 신학자 칼뱅>을 발전시킨 7편의 논문으로 이뤄진 2부 ‘칼뱅 신학의 다양한 측면들’ 순으로로 구성됐다.

 

◈종교개혁은 하나의 ‘분수령’이었나?

종교개혁
패트릭 콜린슨 | 을유문화사 | 308쪽 | 13,000원

평생을 종교개혁 연구에 바친 저자는 책을 통해 200여년간 전 유럽에서 진행된 종교개혁(The Reformation)이라는 ‘거대한 그림’을 분석한다. 저자는 ‘돌발적 사건과 점진적 과정 사이의 긴장’에 주목한다. “종교개혁은 분명 지속적인 역사의 한 부분이었다. 동시에 그것은 역사의 흐름에 돌연히 충돌해 온 운석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희귀한 역사적 계기였다.”

정의도 다양하고 이론(異論)도 만만치 않지만 ‘종교개혁’은 허구의 상상이 아니라 실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두루뭉수리한 의미로 넘어가거나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저자는 이와 관련해 루터가 전 세계의 미래를 뒤바꾼 불세출의 영웅은 아니지만, 종교개혁의 필수불가결한 존재였음은 확실하다는 논지를 펼친다. 그리고 루터는 아무 것도 없는 데서 불쑥 나타난 게 아니라, 중세 후기 신학의 풍부한 원천 속에 있었다.

저자는 “모든 것은 모든 것의 원인”이라며 정신의 해방이자 자유로운 지식의 소통이었던 종교개혁은 과학혁명과 근대 세계의 선결 요건이었다고 정리한다. 종교개혁에 대해 거의 모르는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인문사회학적 시각이 가미돼 있다. 당대의 다양한 배경을 파악할 수 있고, 늘어지지 않는다. 종교개혁을 주제로 한 책에서 ‘하느님’이라는 번역은 아쉽다. 지난 2005년 나왔던 책의 개정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