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가 20일 오후 서울 기독교대한감리회관 본부교회에서 ‘한국교회, 자사고(자율형사립고)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제3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박정음(경신고)·김용복(배재고) 교장, 유재봉(성균관대 교육학과)·박상진(장신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먼저 ‘자사고 문제에 대한 일반 종립학교의 입장’을 제목으로 발표한 박정음 교장은 “해방 후 수많은 교육정책과 제도의 변화 속에 기독교세계관에 의한 기독교학교의 기독교 교육력은 급격히 약화됐다”며 “이제 미래교육을 위해 설립이념을 존중하고 장려해 다양성을 회복시켜 줄 때”라고 밝혔다.

박 교장은 “안타까운 것은 일반고로 남아 있는 많은 기독교학교들이 기독교 교육의 본질에 입각한 교육적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으로 점차 매몰돼 가는 현실이라는 것”이라며 “근본을 무시한 처사는 다 함께 행복해야 할 터전을 불행하게 만들고 순수해야 할 삶을 부패시킬 뿐이다. 근본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의 시대에서 미래를 향한 기독교학교의 기독교 교육력은 위기에 처한 우리 교육에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기독교 교육력은 건강하고 생명력이 강한 나라를 만드는, 가장 검증되고 신뢰할 만한 가치를 지닌 문화이며 힘”이라고 역설했다.

박 교장은 “21세기 한국교육은 이제 사립학교에 자율권을 회복시켜 주는 대전환의 교육개혁을 할 때가 됐다”며 “우리나라는 사립학교의 수가 많은 만큼, 다양성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는 토양도 풍부하다. 정부는 이런 장점을 잘 살려 미래를 향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으로 김용복 교장은 ‘자사고 문제에 대한 기독자사고의 입장’을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 교장은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에 대한 오해로 자사고가 △귀족학교라는 것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는 것 △선발효과 때문에 성과가 난다는 것 △일반고로의 전환이 쉽다는 것 등을 들었다.

그는 “일반고와 자사고의 학생 1인에 대한 교육비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자사고 학부모가 일반고에 비해 학비를 추가 부담하는 이유는, 일반고에서는 국가 재정으로 그 만큼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왜 비슷한 학비가 쓰이는 데도 일반고의 상황이 어려운지를 토론하기보다, 자사고를 귀족으로 낙인찍으며 원인을 불분명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김 교장은 특히 “서울시 교육청의 집요한 유인책에도 자사고가 움직일 수 없는 것은 일반고 전환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일반고 전환 후 자사고로 입학한 재학생과 학부모의 항의 및 전학 사태는 단지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 자사고의 일반고로의 전환은 해당 자사고에 일임해주고, 그 구성원들이 합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박정음·김용복 교장, 유재봉·박상진 교수 ⓒ김진영 기자

이어 ‘자사고 문제에 대한 교육학자의 입장’을 제목으로 발표한 유재봉 교수는 “자사고가 존폐의 문제까지 이르게 된 것은 비단 해당 자사고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서울시 교육청의 장학과 정부의 교육정책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빚어낸 산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사고가 자율성을 행사하려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의 구속이나 방해가 없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현행 자사고는 선발방식, 교원인사, 교육과정 운영 등에서 상당한 제한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는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학교는 학부모와 학생의 요구를 반영해 입시 위주의 운영을 하고자 하는 강한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사고의 고유 목적과 이념의 구현 여부는 당사자인 자사고가 실제로 그러한 자유를 얼마나 행사하는가에 달려 있다”며 “자사고는 자율형의 학교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그러한 귀중한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반성해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기독교계 자사고는 정직한 방식으로 자사고의 성격에 충실하게 학교를 운영함으로써 자사고의 정상화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독교적 이념을 추구하고자 하는 확고한 비전을 가진 교장의 리더십 아래, 그러한 교육에 헌신하려는 열정을 가진 교사를 확보하는 일, 기독교 세계관에 바탕을 둔 교과를 개발하는 일 등이 요구된다. 기독교계 자사고는 다른 부차적인 것이 기웃거릴 여유가 없으며, 이 일을 감당하기에도 벅차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상진 교수는 “자사고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교회의 과제”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한국교회는 자사고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면서 “일반고와 자사고, 특히 기독일반고와 기독자사고의 입장을 두루 살피면서 ‘교육 본질의 회복’과 ‘교육정의의 실현’의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 바뀌지 않는다면 자사고 폐지도, 제2의 평준화도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자사고든 일반고든 입시 위주의 교육을 추구한다면 한국교육은 희망이 없다”며 “기독교학교들이 앞장서서 입시 위주의 교육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교회는 교회 내에서부터 팽배해 있는, 입시 위주의 왜곡된 교육관을 바로 잡아야 한다. 본래의 성경적 인간관과 가치관을 회복해 모든 아이들이 저마다 지니고 있는 은사가 발휘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며 “기독교교육은 입시위주의 교육에 대한 대안이 되어야 하며, 이런 점에서 한국교회는 주일학교 교육에 매여 있을 것이 아니라 이 땅의 교육을 변혁시키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그는 “자사고 문제 속에는 한국교육의 문제가 총체적으로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시위주 교육의 문제, 평준화 문제, 사립학교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내재해 있는 것”이라며 “특히 이 자사고 문제는 한국의 기독교 사립학교의 존재방식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한국교회가 자사고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책임은 없지만, 건강한 기독교 사립학교가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책임은 있다”며 “오늘날 한국교회가 이 자사고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책임 있게 응답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기독교학교가 새로워지는 것은 물론 한국교육이 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육을 향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