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관련 토론회 모습.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움직임 때문에 일부 시민들이 반쪽으로 갈라져 첨예하게 논쟁하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헌장인가’ 하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격렬한 논쟁이 계속돼 온 ‘동성애’ 관련 사항들로 인해 다른 항목들은 대부분 알려지지도 않고 있다. 동성애 관련 사항은 지난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 당시부터 지금까지 찬반 시민들의 격렬한 논란으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만 낭비하고 있는데, 또다시 충분한 사전 조율이나 의견 청취 없이 동성애 관련 내용을 포함시켜 반대측 시민들을 자극하고 있다.

‘시민인권헌장’이라는 말도 무색하다. 시민들은 대부분 인권헌장 자체에 대해 모르거나 관심이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인권헌장에 대한 내용은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도 되지 않으며, 서울시 홈페이지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홍보 이벤트’ 배너가 첫 화면에 노출돼 있지만, 클릭하면 ‘힘찬 응원’과 ‘사진 이벤트’만 나와있을 뿐 정작 헌장 내용은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다. 평일 오후에 두세 차례 열리는 공청회에서나 헌장 ‘초안’이나 주요 ‘항목’들을 파악할 수 있어, 직장인과 학생들이 대부분인 시민들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이다.

▲서울시민인권헌장 홈페이지. 초안 내용은 없이 이벤트 참여만 안내하고 있다.

이미 국가 차원에서 인권위원회가 있고 관련 법령이 제정돼 있는 상황에서, 법적 구속력도 없는 헌장을 무슨 의도로 만드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인권헌장에 대해 “서울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 목록과 그것의 실현을 책임진 서울시의 책무를 담은 규범으로, 서울의 시민들이 직접 만든 사회적 약속”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성북구청에서 열린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강북권역 토론회’는 이 같은 현실을 여실히 증명했다.

사전 신청한 1백여명만 참석 가능한 토론회에서는 지난 3차 시민위원회에서 제기된 분과별 초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는데, 9월 30일 강남권역 토론회에 이어 ‘성소수자는 누구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 조항에 대한 논박이 가장 첨예했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의 미국발 ‘동성결혼 합법화’ 발언 파장까지 겹쳐져 인권헌장은 ‘동성애 토론장’이 되고 말았다.

강남권역 토론회에서 자유주제로 회의를 진행한 것과 달리, 강북권역 토론회에서는 입장 시 뽑은 주제 하나만으로 해당 원탁에 앉은 참석자들과만 회의를 진행하려 하면서 시작부터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가까스로 시작된 토론회에서는 몸싸움이 진행되는 등 인권헌장으로 갈등만 쌓이는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동성애 찬성측은 반대측 발언들에 대해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라며 몰아붙였고, 반대측은 “동성애 옹호자들을 위한 편향적 진행”이라고 맞섰다. 여기에 친동성애 언론들은 ‘성소수자 혐오로 난장판 된 토론회’라는 자극적 제목으로 이슈를 확대 재생산하고 나섰다.

시민들도 “지자체들은 내년 보육 예산도 없다고 아우성이면서, 이런 일에 사용할 재정과 인건비는 있느냐”, “시청에 인권담당관도 여러 명 두고 있던데, 지자체에 인권담당관이 왜 필요한가? 인권헌장부터 모두 예산 낭비”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