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목회자의 이중직: 불법에서 활성화까지’ 세미나가 17일 오후 서울 나루터로 신반포중앙교회(담임 김성봉 목사)에서 개최됐다.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 교수)가 주최한 세미나에서는 조성돈 교수(실천신대)가 ‘목회자의 이중직, 그 상황과 이해: 목회자의 겸직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재영 교수(실천신대)가 ‘이중직의 가능성, 동네에서 찾다: 목회자 겸직으로서 지역공동체 운동’, 장진원 목사(좋은이웃교회)가 ‘목회자 이중직 실태와 실제적 고찰: 목회자 이중직 그 이후?’를 각각 발표했다.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목회사회학연구소는 최근 목회자 9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경제적 이유로 인한 목회자 이중직’에 대해 절반이 넘는 52.4%(474명)가 ‘찬성한다’고 응답, ‘반대한다’는 22.9%(207명)를 압도하는 결과가 나왔다.

‘개척 시 자립할 때까지 목사가 이중직을 갖는 것’에 대해선 63.1%(570명)가 ‘무방하다’, 22.4%(203명)가 ‘조건부 가능하다’, 14.5%(131명)가 ‘안 된다’고 응답, 85%가 ‘경제적 이유로 인한 목회자의 이중직’을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들 중 37.9%(343명)이 ‘교회 사역 외의 다른 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특히 파트타임 목회자의 이중직에 대해서는 91.4%(826명), 사모의 경제활동에 대해서도 88.8%(803명)가 각각 ‘무방하다’고 응답했다. 전임 목회자의 이중직에 대해서도 53.4%(483명)가 ‘무방하다’고 봤다.

이는 설문 응답자의 66.7%가 최저생계비(보건복지부 기준 163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비를 받고, 담임목사나 전임사역자 등 최저생계비 이상을 받는 목회자의 이중직 비율은 크게 떨어지는 현실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대부분 교단에서는 ‘목회자 이중직’을 허용하지 않은 채, 문제를 방관하고 있는 것이 현실. 세미나는 설문 결과와 함께, 대리운전 등 이미 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는 일부 목회자들에 대한 현실이 반영됐다.

조성돈 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실천신학은 현실에서 이론을, 성경과 전통을 묻는 것이고, 목회사회학은 특히 현실 문제부터 이야기하는 학문”이라며 “목회자들에게 이런 문제가 있다면 우리가 어떻게 대답할지,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의식은 어떠해야 할지 문제제기를 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오히려 이러한 경제활동이 가능성일 수도 있다”며 “작은교회 목회자들 대부분이 교회 안에서 교인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을 앓기도 하는데, 경제활동을 통해 목회자들이 사람들을 만나고 찾아가는 목회를 한다면 이것이 요즘 말하는 ‘미셔널 처치’ 아닐까”라고 했다.

▲조성돈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첫 발표에 나선 조성돈 교수는 “목회자들은 생계가 어려워지면 보통 사모부터 일을 시키다가 아내의 건강이 나빠지면 결국 직업전선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한 목회자의 ‘가정이 무너지는데 교회가 바로 설 수 있겠는가’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목회자들은 택배 물류센터, 과외교사, 한약관리, NGO 사무, 문화센터, 공공근로, 전기기사, 학원 운영, 퀵 서비스, 우유-녹즙 배달 등 아무래도 정규직으로 일하지 못하거나, 총회와 노회, 교인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 밤새 일하거나 새벽 일을 하다 보니 체력에 한계를 느끼거나 건강이 나빠진다”고 했다.

조 교수는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목회자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마련해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목회와 병행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한국교회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목회자들은 일을 하면서 성도들의 삶을 이해하게 됐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미자립교회 목회자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큰 교회를 찾아다니며 후원 요청을 하는 길이 대부분인데, 자립보다 의존에 물드는 일이 많은 점에서 차라리 겸직을 허용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도 했다.

조 교수는 “현재 대부분의 교단은 목회자 겸직을 금지하고 있는데, 생계를 책임져 주지도 않으면서 금지조항만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목회자들이 교회 사례만으로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닌 만큼, 각 교단이 유지하고 있는 겸직 금지조항을 해지해 더 이상 목회자들을 범법자로 몰아가기보다 떳떳하게 일하면서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목회자들에게 맞는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학교의 교양강사로 나서거나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것 등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고, 지금도 교회에서 많이 하고 있는 공부방이나 사회복지활동도 좋은 예”라며 “전업일 경우 더 어려울 수 있으므로, 파트사역으로 생계에 도움이 되면서도 목회가 큰 부담이 없는 일들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교단들을 향해서는 ‘목회자들의 최저생계비를 보장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조 교수는 “교단들이 교세를 늘리려 목회자들을 많이 배출하고 개척을 장려하지만, 정작 그들의 생존에는 무관심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교단이 그들을 목회자로서 공동체에 편입했다면 삶도 책임져 줌으로써, 목회자로서 자존심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교단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저생계비 외에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노후대책”이라며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난 목회자들이 은퇴하게 되면 교단 뿐 아니라 한국교회, 나아가 사회에까지 큰 문제가 될 것이므로, 한국교회는 이들의 남은 삶을 진지하게 고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조성돈 교수는 “이번 조사를 하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가정을 가진 가장으로서 경제적 문제 때문에 가정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점”이라며 “변화된 세상에서 우리는 이제 소명 가운데 제사장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님의 공급만으로 살 수 있을지, ‘목회자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할 때가 됐다”고 전했다. 경제적 이유로 인한 겸직이 오히려 목회를 유지하는 길이 되고 있는 사례가 느는 만큼, 이러한 현실을 한국교회가 진지하고도 전향적으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재영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정재영 교수는 ‘지역공동체 운동’과 ‘비즈니스 선교(BaM)’ 차원에서 하고 있는 도서관이나 협동조합, 카페, 지역 특산물 등을 통한 목회자들의 여러 활동 사례들을 소개했다. 정 교수는 “교회는 변해가는 사회와 구성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면서, 기독교의 전통을 사회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회는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사회 변화에 민감하고 시대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인식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사회적기업이나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단순히 일자리 창출이나 사업을 통한 수익을 기대하는 경제적 관점에서만 이야기되고 그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하게 된다”며 “다양한 대안경제 운동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와 위기를 극복하고, 선한 사마리아인의 마음으로 참여해 지역사회를 활성화하고 공동체화하는데 기여할 뿐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목회의 지평도 더욱 의미있게 넓혀야 한다”고 했다.

장진원 목사는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신학적 고찰을 시도했다. 장 목사는 “목사직이 구별된 제사장적 성직 분리의 개념이 아니라 섬김과 희생의 개념이라면, 전문직으로서 목사는 이미 그 안에 직업적 차원이 있음을 고백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중직 개념에는 성직적 차원에서 성속을 구별하는 논의가 펼쳐지고 있는데, 이는 안수받은 목회자로서 그 직을 유지하면서 다른 직업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교단과 한국교회 현실을 중심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이중직 논란은 감정적 싸움이 되고 있다고도 했다.

장 목사는 “이제 ‘하나님 나라 백성 공동체의 사역’으로 목회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한국교회 현실과 상황 속에서 우리에게 다가올 하나님의 살아있는 뜻을 발견하고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논란을 넘어 △예언자적 소명의 회복 △판단 기준이 아니라 회복의 중심으로 △창조적 실험과 대안 개발 △새로운 네트워크와 실천운동 등을 추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후에는 정용훈 목사와 이재학 목사(하늘땅교회)가 사례발표를 진행했고, 질의응답과 그룹토론, 종합토론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