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직신학회 창립 50주년 기념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조직신학회(회장 배경식 교수) 창립 50주년 기념포럼이 ‘신학의 경청’을 주제로 17일 서울 나다공동체 오픈스페이스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은 주제에 걸맞게 회원들의 발제보다는 ‘원로들의 소리’ 시간을 마련해 원로 신학자들의 고견과, ‘교회에게 듣는다’는 대담을 통해 목회자들이 가진 현장의 소리를 경청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먼저 ‘원로들의 소리’에는 유동식(연세대 신과대학 은퇴교수)·서광선(이화여대 명예교수)·김용복(아시아태평양생명학연구원 원장, 전 한일장신대 총장)·김경재(한신대 명예교수)·김균진(연세대 명예교수) 교수가 참여했다. 이들의 권면은 사전 인터뷰를 통해, 이날 영상과 글로 공개됐다.

유동식 교수는 “아카데미와 현장의 명확한 구분은 이제 옛말이 됐다. 이 말은 신학자들이 삶의 현장으로 나아가 어떤 특정한 운동을 하라는 말이 아니”라며 “오늘날 신학자들에게 주어진 주요 책무는 소통이다. 학자들이 자신들의 언어로만 이야기하는 것을 멈추고 대중과의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서광선 교수는 “조직신학이라는 말이 근대주의, 모더니즘에서 왔다고 보면 지금 탈근대주의 포스트모던 시대에 있어서는 조직신학의 해체가 필요하다”며 “조직신학의 사명이 서구의 근대 합리주의적인 논리적 틀 안에서, 어떻게 하면 기독교 신앙을 조직적으로 합리화시키는가 하는 것이었다면, 오늘날에 있어서는 오히려 그 조직화된 신학, 즉 서구화되고 합리화된 이성 중심의 근대적인 신학을 해체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지평을 넓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김용복 교수는 “조직신학회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자면, 한편으로는 한국 기독교 신앙공동체의 경험을 비판적으로 살피고 새로운 신학 담론을 구성해야 한다”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우주론적 통합을 제시하며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힘과 맞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사회·문화에 대한 주도면밀한 분석들, 지금까지 다른 분야에서 일구어 온 통찰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경재 교수는 특별히 신앙적 조언을 잊지 않았다. 그는 “신학은 다른 학문과 달리 신앙을 전제하는 것이고, 교회의 언어로 말하자면 복음 앞에 자신의 생을 헌신하는 마음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며 “다른 분야의 학자들, 지식인들은 사회적 명성과 학문적 명예를 위해 경주한다고 하더라도 신학자들은 그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또 다른 길을 걸어가기를, 즉 근본적으로 자기 헌신, 자기 비움에 기반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김균진 교수는 “교의학적인 신학으로의 조직신학과 여성신학, 민중신학 등 다양한 상황신학들이 있다. 이 두 가지는 공존해야 한다”며 “교의학적인 신학만 있고 상황신학이 없다면 신학은 상황성을 갖지 못할 것이고, 또 싱황신학만 있고 기초적적인 교의학적 신학이 없다면 신학의 기초가 약화되는 문제점을 갖게 된다. 따라서 교의학적인 신학과 상황신학이 공존하면서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 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든 기독교 사역, 건강한 신학적 관점에 토대 두어야”

▲‘교회에게 듣는다’ 대담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지형은·최일도·방인성 목사. ⓒ김진영 기자

이후 ‘교회에게 듣는다’ 대담에는 최일도(다일공동체 대표)·지형은(성락성결교회)·방인성(교회개혁실천연대) 목사가 패널로 나섰다.

먼저 최일도 목사는 “교인들의 신학적 부분이 많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신학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 목회자와 배우려 하지 않는 교인, 신학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는 분들이 교회의 대부분”이라며 “이러한 문제로 이단의 작은 공격에도 넘어지는 교회들이 너무나 많다. 신학적인 부분에서 말씀을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다음으로 지형은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위기상황에 대해 “근본적으로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하나는 교회와 교계 지도자들의 우민화 현상이며, 다른 하나는 이 모든 것을 비평하여 방향을 잡아주는 신학의 부재”라며 “현재 한국 교계의 신학이 본질적인 의미의 신학적 소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지 목사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신학의 본디 기능을 재건해야 한다. 금방 눈에 띄는 결과를 기대하면 안 된다”며 “적어도 한 세대 정도는 시간을 갖고 젊은 세대를 겨냥해 기독교의 근본 구조를 다시 훈련해야 한다. 기독교 사역에 경제·경영·심리·행정 등이 필요는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모든 기독교 사역은 건강한 신학적 관점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방인성 목사는 “신학도 고통받고 신음하는 현장으로 내려가 그들과 소통하며 치유하는 대안의 논리가 봇물처럼 나와야 한다”면서 “신학과 교회 현장이 서로 반목하거나 우월한 위치에 서려는 어리석음을 벗고 서로에게 귀를 열고 소통하며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포럼은 문화예술공연과 토론 및 발표, 신학선언문 발표 순서로 이어졌다. 특히 한국조직신학회는 신학선언문을 통해 “신학자는 다른 학문을 연구하는 지식인들과 달리 복음 앞에 자신의 생을 헌신하는 자들”이라며 “따라서 우리는 사회적 명성이나 학문적 명예를 위해 사는 직업인으로 살지 않고, 시대의 요청과 아픔을 함께하며, 진리를 전하는 소명에 따라 자기 비움과 헌신의 삶을 살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또 “신학은 교회를 교회답게 바로 세우고 교회가 성장하도록 돕는 학문”이라며 “신학은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신학적 분석과 대안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신학은 그리스도교의 복음을 총체적인 입장에서 이해시키고 정리하고 재진술해야 하며,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삶의 구체적 정황·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억압·고통과 마주하고 진지한 대결을 펼쳐야 하는 책무를 다해야 한다”며 “또한 개신교 내 다양한 교파의 갈등을 극복하고 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이루어 냄으로써 민족화합과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도록 교육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신학은 이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는 새로운 신학 담론을 구성해야 한다”면서 “이성 중심, 인간 중심을 고집하는 신학이 아니라 감성, 몸과 마음, 자연, 영성 전체를 종합하는 통전적 생명신학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조직신학회는 50주년을 맞아 학술상을 제정했고, 김광식 전 교수(연세대)·이정배 교수(감신대), 엄주섭 회장(단해그룹)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앞서 한국조직신학회 회장 배경식 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창립 50주년 기념포럼은 지난 반 세기를 회상하고 다음 반 세기를 준비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이 만남이 신학의 중요한 과제인 소통과 성찰에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신학은 교회와 삶에서 듣고 배우고, 교회는 신학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호 소통하는 열린 대화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