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한한 필립 얀시가 ‘흐르는 생수의 강 영성학교’ 주최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교회를 향한 자신의 견해와 조언을 전했다. 언론인 출신 작가로서 ‘고통’과 ‘은혜’의 문제에 집중해온 그는, 고통받는 이들을 향한 헌신을 강조하며 “하나님께서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고통당하는 이들과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어하신다”고 했다.

▲기자회견 중인 필립 얀시. ⓒ류재광 기자

16일 오후 분당 창조교회(담임 홍기영 목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필립 얀시와 사모인 자넷 얀시, 홍기영 목사, 한윤호 목사(선한목자교회 선교담당)가 참석했다.

얀시는 “이번에 한국에 와서 여러 지도자들을 만났는데, 5년 전에 방문했을 때보다 걱정이 많아진 것 같다”며 “다음 세대가 교회를 떠나는 문제나 유명 목사의 스캔들 등 때문인데, 이는 미국에서도 다 이미 겪었던 일들”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국교회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베네딕트수도원을 참고해 보라고 했다. 얀시는 “베네딕트수도원은 공동체를 만들고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며 200년 주기로 이전의 방식을 다 무너뜨리고 개혁을 하여 원래의 비전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공동체”라며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 때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면서 ‘너희도 이 같이 하라’고 하셨듯이, 고통당하는 이들을 도울 때 한국교회에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얀시는 기독교인들이 고통당하는 이들과 동떨어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양들이 있는 곳에 보냄받은 것처럼 생각하는데,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리 가운데 양을 보냄과 같다’고 하셨다”며 “바리새인들은 매일 성경을 읽고 의롭게 사는 사람들이었지만 자기들끼리만 지냈기에 예수께서는 그들을 싫어하셨다. 교회에는 다양한 양념처럼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사회복지사인 자넷 얀시 사모도 “많은 기독교인들이 본능적으로 소심하고 자기 안전을 추구하는데, 저는 우리가 자기 자리에 머물러 있으려고만 하지 말고 좀 더 근본적으로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고통당하는 이들과 동행해야지 그들을 밀어내선 안 된다”고 거들었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고통받은 이들과 관련, 필립 얀시는 “교회는 고통당하는 이들에게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며 “저는 작가로서 세계 각지의 재난 현장을 많이 다녔는데, 감사하게도 일본 대지진이나 필리핀 태풍,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 등 재난이 있을 때마다 그리스도인들이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해 일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자넷 얀시는 “슬픔을 당한 이들에게는 뭔가 가르치려 하지 말고, 슬퍼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오히려 위로가 될 수 있다”며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겠다’ ‘당신의 슬픔을 함께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필립 얀시(가운데)가 “오늘은 아내도 같이 있으니 사적인 질문을 해도 괜찮다”고 말하자, 자넷 얀시(왼쪽)가 파안대소하고 있다. 오른쪽은 통역을 맡은 한윤호 목사. ⓒ류재광 기자

필립 얀시는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영혼의 계절을 지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예수님을 처음 만나 소생하는 봄과 같은 계절을, 어떤 사람은 어려운 겨울과 같은 계절을 겪는다”며 “우리가 어떤 계절을 지나든 반드시 붙잡아야 할 사실은, 또 새로운 계절이 오기에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교회가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고, 그들에게 다른 계절이 올 때까지 힘이 되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에 대한 질문에는 “그리스도인들도 정치에 어느 정도 동참하고 의견을 내야 한다”면서 흑인인권운동을 펼친 마틴 루터 킹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얀시는 “정치는 악을 막을 수는 있지만 서로 사랑하게 할 수는 없다”며 “교회는 정치 영역에서 정치인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우리가 사는 사회가 악하다고 생각한다면, 로마 시대에 살았던 초대 기독교인들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있다”며 “심각한 성적 타락과 폭력 등 악한 문화 속에서, 기독교인들은 전염병에 걸린 이들을 돌보고 버림받은 어린이들을 키우는 등 ‘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줬다. 이런 일들이 계속되면서 결국 소수의 기독교인들이 로마 전체를 정복했다. 악한 세상에 대항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다른 방식의 삶을 통해 복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필립 얀시(Philip Yancey)는 ‘리더스 다이제스트’,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등을 거쳐 ‘크리스채너티투데이’ 편집장을 지냈다. 생생한 필체로 다양한 작품을 남기는 등 ‘회의자들의 안내자’로 불린다.

한편 이번 기자회견을 주최한 ‘흐르는 생수의 강 영성학교’는 기독교 대안학교 교사들을 훈련하기 위해 최근 설립됐으며, 박은조 목사(은혜샘물교회 담임)가 대표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