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일각에서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 재발족 움직임이 시작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 빌딩에서 열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김경원 목사, 이하 한목협) 주최 ‘2014 한국교회 신임 교단장 초청 축하 모임’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단순한 친목 모임이었던 이 자리는, 공식 순서를 마친 뒤 식사 시간에 돌연 교단장협의회 구성에 대한 제안이 나오고 ‘동의’와 ‘재청’까지 이어져 박수로 ‘결의’되면서 갑자기 정치적 성격을 띠게 됐다.

이날 모임에는 백남선(예장합동)·정영택(예장통합)·장종현(예장백석)·이신웅(기성)·이영훈(기하성 여의도순복음)·황용대(기장) 총회장 등 17개 교단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이들은 행사 내내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에 한 목소리를 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이후 전병금 목사(강남교회 담임)가 꺼냈다. 전 목사는 연합과 일치를 향한 뜻이 말로만 그쳐선 안 된다는 취지에서 주요 교단장들의 모임을 즉석에서 제안했다. 이후 과거 교단장협의회 사무총장을 맡기도 했던 조성기 목사(예장통합 전 사무총장)가 교단장협의회의 역사를 소개하면서 예장 합동과 통합, 백석, 기감, 기성, 기장, 기하성 등 7개 교단을 중심으로 한 준비위 조직을 제안했고, 참석자들이 여기에 동의했다. 향후 준비위가 조직될 경우 실무는 조성기 목사가 맡기로 했다.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는 2001년 12월 창립했고, 한때 20여 교단 총회장들이 참여하며 교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나 2009년 이후 활동이 끊겼다. 한목협은 이 협의회 실무를 맡았고, 최근 한국교회 연합운동이 난항을 겪자 교단장협의회가 다시 모여 이를 극복하자고 수 차례 제안했었다.

이에 이날 참석한 각 교단 총무들은 즉석에서 회의를 진행한 뒤, 오는 23일 다시 만나 준비위 조직과 향후 구체적 일정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참석한 교단 총무들이 모여 향후 일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 계승이냐 부정이냐

그러나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가 구성되고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 같은 움직임이 오히려 교계 분열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나 “특정인을 위한 자리 만들기 아니냐”는 극단적 분석도 있다.

가장 먼저 직면할 문제가 바로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와의 관계 설정이다.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는 세월호 참사 이후인 지난 5월경 김대현(기침)·이신웅(기성)·김동엽(예장통합)·안명환(예장합동) 목사 등 당시 총회장들과 전용재 감독회장(기감) 등이 중심이 되어 결성됐다. 이후 세월호 참사 관련 회개기도회 개최와 특별법 제정 촉구 뿐 아니라, △녹색한반도 통일화합나무 7천만 그루 심기 △5대 중독(알코올·마약·도박·인터넷·성) 예방 △출산장려 및 자살예방 △에너지 및 근검절약 △청소년 바로 세우기 등 ‘한국교회가 국민과 함께하는 5대 범국민운동’이라는 ‘장기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었다.

▲지난 7월 10일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 기자회견에 주요 교단의 당시 총회장들과 기감 전용재 감독회장 등이 참석했던 모습. ⓒ김진영 기자

그런데 주요 교단 총회장들이 9월 정기총회에서 교체되면서, 이와는 별개로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 구성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으나,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는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를 계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총무는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는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전임 교단장들이 대대적으로 수 차례 기자회견과 심포지엄을 열면서까지 ‘공약’했던 사항들은 순식간에 ‘공수표’로 전락할 수 있다.

또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 실무자 역시,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 재발족에 대한 사전 협의나 양해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는 앞서 언급한 ‘장기 프로젝트’를 위한 구체적 작업을 진행 중이었고, 신임 교단장 취임 축하 행사도 별도로 준비하고 있던 차였다.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가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를 계승하지 않는다면, 교단장협의회는 주기적으로 갈등과 진통을 반복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부분의 교단장 임기가 1년에 불과한데, 전임 교단장들이 만든 ‘교단장협의회’를 부정하고 새로 만드는 것이 하나의 전례가 된다면, 매년 교단장들이 바뀔 때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또 다른 ‘교단장협의회’가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주요 교단들 얼마나 참여할까

교단장협의회가 과연 필요한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이미 한기총, 한교연, NCCK 등의 연합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기관’이 만들어져 오히려 교계 연합운동에 혼란만 더할 수 있다는 것.

이 같은 우려들 때문에 실제 주요 교단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날 한목협의 교단장 축하 모임에는 많은 교단장들이 참여했지만, ‘교단장협의회’에 대해 논의할 때는 이미 합동 백남선 총회장, 기하성 이영훈 총회장 등이 자리를 떠난 상태였다. 주요 교단 총무들 중에서도 아예 참석하지 않은 이들이 많았다.

교단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하더라도, 사전에 총회나 임원회 차원의 논의나 결의가 없었던 만큼, 교단 차원의 지지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이에 23일 준비 모임에 얼마나 많은 교단 관계자들이 참여할지, 앞으로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