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여의도 KBS 옆 한 카페에서 만난 개그맨 정범균 씨. ⓒ이대웅 기자

매 주일 저녁,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고 있는 개그맨 정범균 씨(28)는 잘 알려진 대로 크리스천이다.

지난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입사한 정 씨는 그간 개그콘서트 ‘사마귀 유치원’, ‘독한 것들’, ‘현대 레알 사전’, ‘고조쇼’ 등으로 이름을 알려왔고, 지금은 ‘연애능력평가’ 코너에 출연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3’ 패널로도 등장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빛과 소금’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한강다리에서 자살을 시도하던 한 시민을 침착하게 구해냈다는 뉴스로 화제를 모았고, 무명 시절부터 시작한 극동방송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클릭비전’을 소위 ‘뜬’ 후에도 계속 맡았다. 친분이 있던 유은성 전도사를 따라 놀러갔다가 얼떨결에 맡은 일이지만, 4-5년간 매주 월요일 밤을 책임졌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극동방송은 제가 하나님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있는 무언가이고, ‘하나님, 저 극동방송에서 복음 전하고 있어요’라고 자랑도 할 수 있는 자리”라며 “하나님께 받은 사명이니 책임 같은 것들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의 아버지는 양주 길벗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목회자다. 특히 ‘군선교’에 열심인 아버지와 함께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군부대 교회를 찾아 간증을 나누면서 장병들을 위로하고 있다. 입대 전에도 군 부대로 봉사활동을 다니곤 했던 그는, 힘든 군 생활을 통해 하나님을 깊이 체험했다고 한다.

“양구에서 일반병 생활을 하던 중, 하나님을 깊이 체험했어요. 힘든 하루를 마치고 시편과 신약성경이 담긴 조그만 성경을 읽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특히 시편 23편을 읽을 때 그랬지요. 위로하시는 하나님을 느꼈어요. 어렸을 때나 사회생활을 할 때도 성경을 읽으면서 감동을 받았지만, 힘들 때 읽으니 말씀이 훨씬 깊이 다가왔습니다. 그때 일은 아직도 기억이 나요.”

하지만 간증 자리는 아직 조심스럽다고 한다. “가끔 스케줄이 맞으면 가지만, 무리하진 않습니다. 저 자신이 신앙적으로 서는 게 먼저인 것 같아서요. 아직은 준비가 덜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아버지가 가자고 하실 때는 기도하고 따라가지만요(웃음). 멀리 목사님도 없는 군 부대에 맛있는 음식 싸 들고 갑니다. 저도 군대에서 겪었던 예수님 이야기들 부담없이 이야기하곤 합니다.”

개그콘서트는 1주일 내내 아이디어 회의와 연습이 계속되고, 틈틈이 개인 일정까지 소화하다 보면 주일을 온전히 지키는 일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정범균 씨는 ‘아버지에게 배운대로’ 주일예배와 십일조는 꼭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아버지가 시무하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다.

“어머니 아버지께서 기도를 많이 해 주셔서 복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잘 하는 것도 재능도 별로 없지만,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붙여 주셔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최효종이라는 친구를 대학교 때 만나서 함께 개그맨이 된 것만 봐도, 때에 맞게 좋은 분들을 많이 붙여주시는 것 아닐까요? 대신 고집 안 부리고 시키시면 다 하려고 합니다(웃음).”

그의 말처럼, 개그맨 최효종 씨는 같은 학교에 다니던 친구 정범균 씨를 개그맨의 길로 이끌었다. “저는 꿈이 구체적이지 않았는데, 효종이의 권유로 개그맨이 되었습니다.” 지금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최효종 씨가 그를 이끌었다면, 그는 최효종 씨를 ‘믿음의 길’로 인도했다. “제가 효종이 한 명 전도했습니다(웃음).”

좋은 배우자를 만나 비교적 일찍 결혼하게 해 주신 것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아내는 원래 교회를 다니지 않던 사람이었지만, 만나면서 같이 다니게 됐습니다. 지금은 저보다 더 믿음이 좋아요(웃음).”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아내를 연신 칭찬했다. 여러 일정들을 마치고 밤늦게 집에 들어가도, 그는 아내와 성경 5장씩은 꼭 읽고 잠자리에 든다. “피곤해서 성경을 읽지 못할 때는, 아내가 읽어주기도 한답니다.”

정범균 씨는 자신의 직업을 통해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보다, “저를 보고 조금이나마 주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도하는 마음가짐”으로 무대에 올라간다고 한다.

“제 개인적인 목표는 특정한 사람을 꼭 전도해야겠다는 것보다, ‘전도지가 되는 것’입니다. ‘대박 코너를 해야지’ 하는 강박관념은 없어요. 다만 3분을 나가든, 몇 분을 나가든 주님의 도구로, 전도지로 사용해 달라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또 하나의 개인적인 기도제목은 ‘장인 장모님을 전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구체적으로 세우지 않았지만, ‘개콘’에서 자신의 코너가 없을 때라도 조급해하지 않는다. 대신 기도할 때 ‘오병이어의 기적’을 많이 이야기한다고 한다. ‘보리떡과 물고기만으로도 오천 명을 먹이셨는데, 저 한 사람 굶기시겠습니까? 저는 전도 열심히 할 테니 알아서 해 주십시오’라고.

“그런데 정말 감사한 게, 필요한 만큼 채워주십니다.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여기라면 딱 그만큼 허락하십니다.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말이에요. 그리고 ‘개콘’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주변 동료들, 감독님과 작가 분들과 같이 하는 일인데 제가 이제까지 과분한 칭찬을 들은 것 같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