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예배가 열리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서울신학대학교 웨슬리신학연구소(소장 황덕형 교수) 창립감사예배가 9월 30일 오후 부천 서울신대 백주년기념관 영성훈련실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1부 감사예배, 2부 연구소 소개 및 기념강연 순으로 진행됐다.

서울신대는 연구소 창립을 통해 교단의 정신인 ‘사중복음’을 가능케 한 웨슬리 신학에 더욱 힘을 싣고, 전통을 이어온 성결교의 위상을 높일 계획이다. 서울신대 측은 “한국에는 웨슬리안 교회들이 많지만, 웨슬리 신학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곳이 없는 상황”이라며 “세계가 하나님의 준비된 일꾼을 부르는 상황에서, 서울신대가 웨슬리 신학을 통해 이 거룩한 사명에 응답하려는 첫 출발로 연구소를 개소한다”고 소개했다.

예배는 황덕형 소장 사회로 김성원 교수(연구소 부소장)의 기도, 양정 박사(웨슬리언협의회 협동총무)의 성경봉독과 원팔연 목사(웨슬리언협의회장)의 설교, 유석성 서울신대 총장의 인사, 주남석 목사(기성 증경총회장)와 조일래 목사(직전 총회장)의 격려사, 양기성 목사(웨슬리언협의회 사무총장)와 한영태 박사(서울신대 전 총장), 이정근 목사(美 유니온교회 원로)의 축사, 카펠라여성중창의 축가, 조종남 명예총장의 축도 순으로 진행됐다.

원팔연 목사는 ‘지도자의 권위(딤전 4:12-16)’를 제목으로 “영적 지도자라면 본을 보이고 전심전력해서 진보를 보여야 한다”며 “목회자와 학자들도 끝없이 노력하고 애쓰고 힘써 발전하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야 교인들에게 존중받고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팔연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원 목사는 “웨슬리는 올더스게이트의 작은 집회에 참석했다가 신비로운 영적 체험을 했고, 이후 영적 지도자로 변화되어 부패했던 사회와 교회에 참신함을 불어넣었다”며 “오늘 웨슬리신학연구소 설립이 자랑스럽고 기대되는 가운데, 연구소를 통해 웨슬리처럼 참신하고 유능한 지도자들이 배출되어 혼탁하고 무기력한 한국교회를 변화시키는 위대한 역할을 감당해 달라”고 주문했다.

유 총장은 “웨슬리 하면 1738년 5월 24일 런던 올더스게이트 회심 사건으로, 이처럼 한 사람의 회심은 위대한 역사를 창조한다”며 “다메섹 도상에서 사도 바울의 회심이 기독교를 세계 종교로 발전시켰고, 아우구스티누스의 회심이 기독교 교리가 확립하게 했듯, 웨슬리의 회심은 영국 사회를 피의 혁명 없이 변화시키는 제2의 종교개혁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총장이 되고 4년 전부터 연구소를 개설하려 했지만, 이런저런 일로 미뤄지다 이제 만들었다”며 “늦었지만 연구소 개설을 통해 새롭게 웨슬리 신학의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도록 깊이 연구하여 널리 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는 “연구소가 성결신학과 세계 복음 전파 역사에 신기원을 마련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후원이사장을 맡은 주남석 목사는 “아시다시피 웨슬리는 개혁가이자 위대한 설교가였고 신학사상가이자 ‘세계는 나의 교구’라 외치면서 복음을 전했던 전도자였다”며 “늦게나마 연구소가 설립돼 다행스럽고, 한국교회가 점점 감소하는 가운데 연구소를 통해 학교와 교단, 나아가 한국교회와 세계에 큰 유익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일래 목사는 “웨슬리는 주님을 뜨겁게 사랑했고 열심이 넘쳤고 좋은 대학을 나왔고 머리도 좋고 성경 언어에 능통했지만, 열매가 없고 피곤함만 느끼다 회심 체험 후에야 새 역사가 일어났다”며 “우리 웨슬리신학연구소도 제대로 연구하려면 웨슬리를 제대로 알아야 하고, 웨슬리를 제대로 알려면 성령 충만함을 체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목사는 “그렇지 않으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입해도 열매가 없고 사람들을 피곤하게 할 것”이라며 “연구소가 웨슬리 신학을 제대로 연구하여 온누리에 펼쳐 달라”고 전했다.

존 웨슬리가 가졌던 성만찬에 대한 생각

2부에서는 박영환 교수(교무처장)의 기도 후 황덕형 소장이 연구소 비전에 대해 발표했다. 황덕형 소장은 “웨슬리신학연구소는 존 웨슬리의 신앙과 성결신학을 연구하고 이를 계승하여 발전시켜 현대에 적용하기 위해 연구하는 것을 그 사명으로 한다”며 “향후 범세계적 웨슬리 학술 세미나 및 신학대회를 개최하고, 세계적 석학과 교류를 유지함으로써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부에서 김영선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기념강연은 ‘웨슬리의 성만찬에 대한 소고’를 제목으로 김영선 교수(협성대 웨슬리신학연구소장)가 맡았으며, 논찬에는 박창훈 교수(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가 나섰다.

김영선 교수는 “18세기 영국 국교회 지도자들은 일반적으로 성찬예배를 등한시했으나, 웨슬리가 영국 국교회의 고교회 전통에서 뿌리 깊게 영향을 받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성만찬”이라며 “웨슬리는 열성적인 성만찬주의자로서, 8세 때부터 성찬상에 나갔고 그때부터 성만찬은 그에게 거룩한 습관이 됐으며 평생 성만찬 경건주의자로 살았다”고 설명했다.

존 웨슬리의 성찬론은 복음적 예전주의(Evangelical Sacramentalism) 또는 예전적 복음주의(Sacramental Evangelism)라 불리고 있다. 웨슬리에게 성만찬은 회심·성결하게 하는 은혜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그는 예배 참석자들에게 성찬식에 자주 참석할 것을 강조하며 ‘지속적 성만찬’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전도를 위해 야외에서 성만찬을 거행하거나 병든 자들을 위해 그들의 집에 가서 성례전을 거행하기도 했다.

웨슬리는 성만찬의 신학적 의의에 대해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기념 또는 회상하는 사건 △하나님의 임재와 현존 △승리와 천국의 보증 등 세 측면에서 보고자 했다. 성만찬은 또 하나님의 삶을 인간과 나누는 성례전으로, 에큐메니칼의 장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기도 한다. 김 교수는 “웨슬리는 성례전에 있어 그리스도의 임재를 믿는 고교회주의자로, 그가 말하는 그리스도의 임재는 화체설이나 공재설에서 말하는 임재가 아니었다”며 “그의 성만찬은 칼빈의 영적임재설 또는 파리스의 실질존중설의 신성 임재를 말한다”고 했다.

▲연구소 개소식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 교수는 “오늘날 감리교회는 웨슬리가 그렇게 강조하던 지속적 성만찬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성만찬이 가진 신학적 의미에 대해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현대 교회가 말씀 위주의 예배를 드리다 보니 성만찬을 매주 실행하기에 시간 조절이 어렵고 번거로우며 △현대교회는 성만찬보다 자유로운 예배 방식을 선호하고 △빈번한 성찬은 성찬의 깊은 의미를 경시할 수 있다는 생각과 더불어 현대 교회는 가톨릭처럼 너무 의식·의례적인 것들을 피하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성만찬 신학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라며 “웨슬리가 성만찬을 중심으로 하는 예배를 중시하지 않았다면, 부흥운동 기반이 상실됐을 것이다. 오늘날 교회는 성례전을 통한 은혜를 재발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창훈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는 웨슬리가 실제로 나고, 자라고, 교육받고, 목회를 한 국교회를 1차 배경으로 웨슬리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 자주 망각한다”며 “김 교수님의 강연은 최근 웨슬리 연구에서 지나치게 다양한 소재들로 웨슬리를 해석하려는 태도들이 간과하는 중요한 사실을 지적하고, 아무런 희망도 없다고 매를 맞고 있는 한국교회에 웨슬리안들이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셨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