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33장 사회공포증의 인지치료(1)

인지치료는 약물치료와 대립되는 방법이다.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인지심리학을 사용하여 치료하는 기법이기 때문이다. 사회공포증을 위한 인지치료에서는 치료자가 능동적으로 역할하고, 어떤 상황이 문제되는지와 그런 상황에서 환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 질문을 중심으로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치료자는 환자의 문제행동과 사고의 패턴을 알아내어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개발하도록 도와주는 방식을 활용하게 된다.

1. 인지와 생각 바꾸기

최근 정신의학은 생각이 행동과 감정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합리정서치료의 창안자인 엘리스(A. Ellis)는 불필요한 괴로움을 유발하는 비합리적인 생각을 변화시키기 위한 치료적인 기법을 개발했다. 그의 연구는 이론의 정립과 임상적인 기법의 개발로 이어졌고, 정신과 의사인 아론 벡(A. T. Beck)은 1976년에, 우울증이 어떻게 비합리적인 생각과 관련이 있는지를 밝혀냈다. 그 이후 아론 벡과 그의 연구진들은 불안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하였다.

심리학자인 하임버그(R. G. Heimberg), 그리고 클락과 웰즈(D. M. Clark & A. Wells) 등도 인간의 생각과 신념이 사회공포증을 일으키고 유지시키는데 중요하게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내면서 사회공포증에 대한 인지행동이론과 치료기법을 고안해 냈다. 이런 것은 거의 인지와 관련되는 것으로써 인지치료로 부를 수 있는 이론들이다. 이런 인지행동치료는 다음의 세 가지를 기초로 하는 편이다.

1) 행동을 변화시키는 인지

인지는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원리가 인지치료의 일차적인 핵심이다. 인지는 생각과 감정을, 그리고 행동을 유발시킨다는 도식을 갖기 때문이다. 이때 부정적인 인지는 부정적인 사고와 감정을, 긍정적인 인지는 긍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그리고 행동을 유발시킨다. 이런 것은 인지가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원리에서 이해된다. 사람이 불쾌한 일을 경험했을 때 그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며, 그 일을 생각하는 특성은 그대로 반응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웃에 사는 사람이 인사하지 않고 지나갔다고 하자. 이때 이웃 사람이 자신을 무시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기분이 나빠질 것이고, 다음에 서먹하게 대할 것이다. 그러나 알아보지 못해서 인사를 못했다고 생각한다면, 기분이 나빠지지 않을 것이므로 다음에 그 사람을 보아도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은 모두 인지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행동의 문제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인지가 행동을 변화시키는 원리라는 것이다.

2) 생각을 통제하는 인지

인지는 행동을 변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전술했다. 이런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를 질문하면 그것에 대한 답변은 인지가 생각을 통제하는 기능을 갖기 때문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행동하기에 앞서 생각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런 경우에 인지는 생각을 통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인간은 어떻게 인지하는가에 따라 생각을 통제할 수 있고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원리는 생각에 앞서서 인지가 먼저 작용하는 순서에 의한 것이다.

인지치료에서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사고방식을 알고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 사람은 생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그것은 인지의 틀을 바꾸는 것으로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부정적으로 인지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인지하게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원리는 인지가 생각을 만들어 내는 틀이라는 점에서 이해된다.

이처럼 인지가 생각을, 그리고 생각이 감정을 일어나게 만들고, 감정은 행동을 유발하는 도식을 갖는다면, 생각의 근원은 먼저 인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렇게 환자가 자신의 사고방식을 알면 더 적응적인 것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이는 치료자가 환자의 부적응적인 생각을 파악해 적응적인 생각으로 바꾸는 작업에 대해 중점적으로 배워야할 이유이다.

3) 행동을 바꾸는 인지

인지는 행동을 바꿀 수 있다. 행동은 생각을 바꿈으로써 가능해진다는 점에서다. 행동에 앞서 생각이 있기에 사람은 행동하기 전에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행동하면서도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생각이 진정으로 행동을 바꾸는가에 대해서는 정확하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행동하면서 생각한다는 일이 정상적이지 않은 경우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경우는 매우 특이한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기에 부분적으로 인정할 수 있지만, 일반적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생각을 바꿈으로써 감정이나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분명해진다. 그러면 환자가 자신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자신의 감정과 행동도 역시 변화시킬 수 있다. 이는 치료자가 환자의 잘못된 생각과 신념을 알아내어 적응적인 것으로 바꾸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이다.

2. 사회공포증과 인지의 변화

사회공포증은 인지의 변화로 치료가 가능한 것인가. 이것은 인지치료에서 그 답변을 얻어야 할 사안이지만, 이런 질문에 대하여 인지치료는 일단 긍정적이다. 그것은 사회공포증도 다른 공포증의 범주에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다음의 몇 가지로 구분하여 고찰해야 한다.

1) 공포증의 파악

최근 연구들은 공포증치료에서 인지의 변화를 중요시한다. 공포증을 치료하는 핵심적인 기제는 긴장이완보다는 공포자극이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재학습하는 ‘인지의 변화’로 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지치료가  환자가 상상 속에서 두려운 상황에 직면하는 것보다는, 실제 공포상황에 직면하는 것이 중요함을 점차로 인정한 결과이다. 이것은 인지치료의 효과와 연구결과의 축적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 사회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서 환자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사회공포증을 철저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자신의 사회공포증을 철저하게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사회공포증의 치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공포증으로 인해 상담소를 찾은 많은 환자들은 첫 면담을 통해 자신의 사회공포증을 이해하고 관찰할 수 있게 되었을 때 훨씬 편안해졌다고 보고하였다. 이들은 이제 더 이상 불안에 압도되어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혼돈 속에서 헤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2) 증상 인식과 통제감

인지치료에서 증상의 인식은 질병의 변화를 가져온다. 환자가 자신의 사회공포증에 대해 잘 인식할 수 있게 되면, 증상에 대해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감각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통제감은 그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유를 줄 뿐 아니라,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만든다.

증상 인식에서 환자는 다음의 3가지, 즉 신체적 반응, 자동적인 생각, 그리고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먼저는 불안해질 때 자신의 신체적 반응을 관찰해야 한다. 환자는 불안해질 때 다양한 신체적 증상들을 경험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관찰해야 할 것은, 사회적 상황에 접했을 때 떠오르는 자동적인 생각이다. 이런 자동적인 생각은 거의 의도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떠오르게 된다. 때로는 이런 생각들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생각을 파악하는 훈련을 하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불안해질 때 개인이 하는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전형적으로 사회공포증의 삶들은 두려운 상황을 회피하려 한다. 전술한대로 사회공포증 환자들에게는 두려운 상황을 계속 회피하는 상황에서 적절히 행동할 기회는 점차 감소하게 되고, 사실은 그렇게 걱정할 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울 수 없게 된다. 이런 회피로 인해 사회공포증은 계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이렇게 두려운 상황을 완전히 회피할 뿐 아니라, 안전하게 행동을 함으로써 미묘하게 회피한다. 그들은 불안과 위험을 최대한 감소하려고 시도하는 나름대로의 대처인 안전행동은 불안을 일시적으로 감소시켜 준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그 상황에 적극적으로 직면하지 않게 함으로써 사회공포증의 치료에 큰 장애가 초래된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3. 자동적 생각의 발견

자동적 생각이란 자기도 모르게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의미한다. 우울증 환자나 정신장애를 가진 환자들이 아니라고 해도 사람은 대개 그 생각에 따라 습관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것은 사람이 자동적인 생각에 의해 행동하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자동적인 생각의 발견과 관련하여 우리는 다음의 사례를 들어서 몇 가지로 구분하여 기술해야 한다.

1) 사례자에 대한 기초사항

입사한지 10년 되는 직장인이다. 그는 중소기업 중견 과장으로 매우 성실한 삶을 살고 있는데, 그에게는 말 못할 고민이 있다. 그는 과장이 되면서 사장과 간부들 앞에서 부서의 업무사항을 보고할 일이 많아졌는데, 보고할 때면 가슴이 쿵쾅거리고 진땀이 나면서 온몸이 뻣뻣해져 도무지 정상적으로 발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너무 긴장하다 보니 목소리도 평소처럼 나오지 않고, 심하게 떨리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번번이 자신이 준비한 것을 정상적으로 얘기도 못하고 되도록 빨리 끝내 버린다. 그리고 나서 발표를 정상적으로 못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심하게 자책한다. 이런 이유로 그는 발표를 앞두는 경우에는 며칠 전부터 잠을 못 자고 고민한다.

2) 자동적 생각에 대한 인식

위 사례에서 드러나는 것은 그에게 발표하기 전과 발표하는 동안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바로 자동적인 생각이라는 것이다. 자동적인 생각은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으로 이끌어가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환자는 자동적인 생각에 대하여 인식해야 한다. 이때 환자는 자동적인 생각이 언제 어떻게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식해야만 한다.

이런 자동적인 생각은 대개 대인관계에서의 경험에서 발견되는 편이다. 대인관계 상황에서 자신이 경험하는 생각이 어떻게 부적응적인 영향을 주는지를 생각해 보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자동적인 생각은 거의 의도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떠오르게 되지만, 많은 경우에 스스로도 이런 생각들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자동적인 생각에 대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특성으로 정리하게 된다.

-분명하고 간결하다: 마치 전보다 속기처럼 짧게 생략된 형태로 머릿속에 빨리 스쳐간다.
-자동적이다: 그것들은 거의 반사적으로 일어난다.
-그럴듯 하거나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옳은지 의문을 갖거나 검증하지 않은 채 무조건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그러한 생각이 틀리다는 객관적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으로 떠오를 수 있다.
-반복적이고 강력하다: 그것들은 강박적 성향이 있어서 계속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중단시키기가 어렵다.
-특별하다: 그것들은 상황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서 어떤 반응들을 자극할 수 있다.

자동적 생각이란 일단 환자가 그것을 인식하는 것이 일차적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것은 환자가 인식할 수 있어야만 그 다음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자신의 자동적인 생각을 인식하지 못하고 행동하는 경우에는 행동을 수정하기에 어려운 것은 물론 시간적으로도 상당한 허비를 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3) 자동적 생각의 기록

경우에 따라 자동적인 생각은 해를 끼치지 않으며, 심지어는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공포증을 포함한 다른 심리장애에서 이런 자동적인 생각은 환자에게 해를 끼치는 편이다. 예를 들면, 어떤 환자가 아주 매력적인 이성과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들이 떠오를지 모른다. “이 사람은 별로 날 좋아하지 않아.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난 바보야. 난 실패자야.” 어떤 상황과 관련된 이런 생각의 흐름은 이후 비슷한 상황을 만나게 되면 다시 힘들게 만든다. 사회공포증환자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게 되며 스스로 바보나 실패자처럼 행동하여 자신이 예상했던 대로 되어버리고 만다.

자동적 생각은 생활의 일지를 기록할 때 발견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새로운 생각, 신념, 기대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변화시키기 전에 치료자는 우선 환자의 생각, 신념, 기대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기에 환자의 부적응적인 생각을 알아내기 위해서 환자는 마음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기록해야 한다. 이런 작업은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다. 다른 기법을 배울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여기에도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열심히 연습하면 환자의 머릿속에서 흘러가고 있는 생각을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는 물론 자신의 생각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사회공포증을 극복하는 좋은 수단을 갖게 될 것이다.

자동적 생각을 기록하는 데는 일지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환자는 부적응적인 생각을 할 때 그 내용을 기록하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혹은 몇 주일 전에 불안이 유발된 상황을 기억해서 생각해 내려고 하는 것은 무척 비생산적인 일이기에 그날그날 기록해야 보다 더 많은 내용을 수집할 수 있다. 부적응적인 자동적인 생각을 잘 파악할 수 있는 기회는 대인관계 상황에서 불안을 느낄 때이다.

따라서 생각일지의 첫 칸에는 스스로 평가한 0에서 10까지의 불안지수를 기록해야 한다. 두 번째 칸에는 그 상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세 번째 칸에는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을 그대로 기록해야 한다. 어렵지만 가급적이면 생각하게 되는 순간에 적는 것이 좋다. 이것이 머릿속을 흘러가는 생각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4. 인지의 오류

인지의 오류는 환자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인지란 흔히 감각으로 뇌에 들어오는 지각을 과정을 거쳐서 자신의 생각이 가미되어 처리되는 뇌의 정보처리의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인지적 오류는 이런 인지의 과정이 바르게 되지 못하는 현상이며, 자동적인 생각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체계적인 잘못이다.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다음의 몇 가지들에 인지의 오류를 보인다.

1) 과잉추론의 문제

과잉추론은 일정한 근거를 갖지 않고 지나치게 생각을 작용하는 행위이다. 이런 경우에는 대개 자기방식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자기의 마음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에 지나치게 주관적인 특성이 작용한다. 이때 과잉추론의 오류는 환자가 주관적인 판단이나 인상에 따라 결론을 내리고, 그것이 마치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실인양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오류는 ‘남들이 나를 바보 같다고 생각할 거야’, ‘내가 떠는 모습을 보면 발표를 정상적으로 못한다고 생각할 거야’, ‘음식 주문 하나도 정상적으로 못하고 버벅거린다고 생각할 거야’ 등이 있다.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 물론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확실하게 알아보는 방법은 상대방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이런 일은 너무나 불안하고 위협적이기에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으로 상대방의 생각이나 느낌을 추론한다. 그리고는 이런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이 객관적인 사실처럼 믿어버린다. 이들에게 “그렇게 생각할 만한 근거가 있느냐?”고 물으면, 흔히 “그건 척 보면 알 수 있어요. 확실해요.”라는 식으로 대답한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할 만한 어떤 객관적인 근거도 없지만, 그 생각에 대해서 매우 확신하는 것이다.

2) 관계사고적 경향

인지 오류에서 특이한 것은 관계사고적 경향이다. 관계사고적 경향은 모든 것을 자기와 관련시켜 생각하는 것이다. 이때 환자는 모든 잘못을 자기의 탓으로 돌리는 이른바, 내 탓하기의 오류이다. 자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에 대하여 ‘내 탓이야’, ‘나 때문에 생긴 일이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오류에 빠지면 다른 사람들이 아무런 의도 없이 취하는 행동을 자기와 관련지어 생각하기에 불필요한 책임감이나 죄책감과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얘기중인 상대방이 우연히 또는 속이 불편해서 잠시 얼굴을 찡그릴 수 있다. 이때 사회공포증 환자는 ‘내가 불편하게 해서’ 또는 ‘나하고 얘기하는 것이 재미가 없어서’ 상대방이 얼굴을 찡그렸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의 환자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불안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와의 관계에서도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경우에 환자는 전철을 타거나 버스에서 같이 앉거나 길에서 우연히 스쳐지나갈 때, 누군가가 우연히 얼굴을 찡그리거나 자리를 옮기기라도 하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대기업 사원은 학교를 다닐 때부터 다른 사람들 앞에서 무엇을 하려고 하면, 불안해지고 긴장이 되어서 되도록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가 신입사원일 때, 점심 후에 자기 사무실로 돌아오고 있었는데, 여러 명의 여사원들이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는 매우 쑥스러웠지만 다른 길도 없고 해서 그 앞을 지나쳤는데, 마침 여사원들이 자기들끼리 깔깔 웃었다. 그는 너무 긴장하면서 지나가는 자신의 모습이 우습게 보여서 그녀들이 웃었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 그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앞을 지나가기가 매우 어려웠다. 사람들은 우연히 자기들끼리 우스운 얘기를 할 수도 있고 별 이유 없이 찡그리기도 한다. 그러나 인지적 오류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모든 것들이 자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 되어버린다. 심지어는 세상의 많은 나쁜 일들이 모두 자기 탓이다. 이렇게 되면 그들은 늘 죄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3) 강박적 의무감

인지 오류에서 강박적인 의무감이 작용된다. 강박적 의무감이란 자신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다. ‘모임에서 말을 잘 해야 돼’, ‘남들 앞에서 실수하면 안 돼’, ‘모임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야 돼’, ‘그들 모두 나를 인정해야 돼’와 같이 ‘해야 돼’ 또는 ‘해서는 안 돼’ 등의 완벽주의적인 기준에 매달리는 것이다. 강박적인 의무감이 바로 이런 완벽주의적인 기준을 유발하는 것이다.

완벽주의는 사회공포증을 지닌 사람들이 지닌 흔한 문제이다. 이들이 비현실적이고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세우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으려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을 매끄럽게 잘해야 되고, 조금의 실수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불안하게 보여서는 안 되며 늘 완벽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분명히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완벽주의적인 생각을 변화시키기 전까지는 결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고 거부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런 완벽주의적인 기준에 많이 집착하는 것이다.

4) 극단적인 생각

인지 오류에서는 극단적인 생각도 작용한다. 극단적 생각이란 어떤 사건의 결과를 실제보다 더 나쁘게 확대해서 생각하는 오류이다.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흔히 자신에게 부정적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하고,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결과가 끔찍할 것이라고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부탁을 했을 때 거절당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하고, 거절당하면 매우 비참해질 것이라고 단정지어버린다. 이로 인해 그들은 실제 대인관계에서 쉽게 위축되고 주눅이 들며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접근하기 어려워진다.

한 여대생은 소심하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하거나 부탁할 때 매우 떨고 긴장한다. 그녀는 점심시간이 제일 어려운 시간 중 하나이다. 혼자 식사하러 가자니 남들이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혼자 간다고 생각할 것 같아 혼자 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점심식사를 하러 가자고 먼저 얘기하자니, 같이 하자고 제의했다가 거절당하면 너무 무안하고 비참할 것 같아 차마 제의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녀는 점심을 거르는 때도 많은 편이다. 또한 그녀에게 제일 어려운 시간 중 하나는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것인데, 발표하려고 하면 ‘내가 발표하다 너무 긴장해서 중도에 그만둘지 몰라. 그렇게 되면 친구들이 나를 무시할 것이고, 난 너무 창피해서 학교를 그만두어야 할 거야’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발표시간에 결석하거나 수강과목을 변경하기도 한다.

5) 흑백논리의 문제

인지적 오류에서 흑백논리는 자주 작용되는 편이다. 흑백논리의 오류는 ‘성공 아니면 실패’라는 식으로 극단적으로 이분화하여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자신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평가할 때 ‘완벽하게 잘 해낸 것’이 아니면 실패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100%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100% 모두 실패한 경우도 없다. 특히 사회공포증 환자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있음직한 중간지대가 없다. 그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한, 그들에게는 성공이란 없고 늘 실패만이 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대리의 직위를 가진 은행원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는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거나 무엇을 하려고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는 이때 얼굴이 사과만큼 붉어진다고 생각하고, 이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특히 그는 이성과의 만남이 어렵다. 이런 경우라면 그가 선을 보는 경우에 상대방이 매우 매력적인 여성이라면, 매우 당황해서 가슴이 뛰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말이 보통 때보다 더 안 나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얼굴이 이렇게 붉어지고 말도 더듬거렸으니 완전히 틀린거야’라고 생각하고는 약속을 핑계대고 서둘러 나와 버릴지도 모른다.

그의 자동적인 생각은 흑백논리 오류의 예이다. 그는 얼굴이 붉어지고 말을 더듬은 것 때문에 선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그에게는 말을 매끄럽고 유창하게 하고 실수를 조금도 하지 않아야 성공한 것이고 그 외에는 실패인 셈이다.

이외에도 사회공포증 환자들에게는 하나의 자동적인 생각에 하나의 인지적 오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나는 발표하다 너무 긴장해서 중도에 그만둘지 몰라. 그렇게 되면 친구들이 나를 무시할 것이고, 난 너무 창피해서 학교를 그만두어야 할 거야!”라는 자동적인 생각에는 지레짐작하기 오류와 극단적 생각의 오류가 공존한다. 또한 “저 애들이 저렇게 웃는 것은 내 모습이 바보같이 보이기 때문이야!”라는 자동적인 생각에는 내 탓하기와 과잉추론의 오류가 같이 들어 있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앞에 제시된 인지훈련 기록지에 불안했거나 불안해지는 상황을 기록하고, 그때 떠오른 자동적인 생각을 찾아서 기록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다섯 개의 인지적 오류 중 어디에 해당되는지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5. 자동적 생각 바꾸기

여기까지 오면서 우리는 이제 사회적 상황에서 경험하는 부적응적인 생각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되고 찾을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그 다음 단계는, 자신이 두려워하는 사회적 상황에 대해 보다 타당하고 현실적인 방식으로 생각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부적응적인 자동적인 생각을 적응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으로 바꾸어야 한다.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1) 타인에 대한 정보의 부정확성

사람은 누구나 일상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정보가 애매하다. 그래서 정상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자신이 있거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이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할까봐 두려워하기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을 보는지를 알아보려는 동기가 강하다. 이로 인해 이들은 사회적인 상황에서 외부 정보가 애매할 때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에 매달리게 된다.

2) 객관성 결여

일반적으로 상대방의 의도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직접 물어보아야 한다. 자신에 대하여 평가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상대와 눈을 마주치거나 직접 물어보아야 한다. 그러나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그렇게 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렇게 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더 나쁘게 볼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런 일들을 매우 위협적으로 느낀다.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실제적인 외부의 정보보다는 더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는 그들이 주관성에 치우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외부의 상황을 감안하여 대응하려는 태도를 취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중심으로 행동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사회는 주관성보다는 객관성이 중요시된다. 객관적이어야 다른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여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객관성은 물론 일정한 근거를 가지고 상대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사회생활은 자신이 가진 주관적인 생각이나 의견을 객관적으로 만들어 표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사회공포증 환자는 불안을 유발하는 사회적 상황에 처하게 되면 주의를 내부로 향하여 자신을 검색하고 관찰하게 된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따른 실제적인 외적 정보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되고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따라서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이라고 자기 마음대로 추측해버리고 만다. 

3) 자동적 생각을 바꾸기 위한 노력

사회공포증 환자는 자동적인 생각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이런 과정은 먼저 환자가 자동적인 생각을 분명하게 인지해야 하고, 그런 다음에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자동적인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도움이 된다.

-그렇게 생각할 만한 객관적 근거가 있는가?
-내가 내 느낌에만 너무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달리 생각할 수는 없는가?

어느 남자 대학생이다. 그는 처음 신입생 환영회에서 자기를 소개할 때 너무 긴장해서 목소리가 떨리고 말을 더듬는 등 정상적으로 말을 못했다. 그는 과 친구들이 ‘자기소개도 못하는 못난 녀석이야’라고 비웃을 것 같아 괴로워하였다. 이런 자동적인 생각을 따져보기 위해 ‘정말 친구들이 나를 못난 녀석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친구들이 나를 못난 녀석이라고 생각한다는 객관적이고도 정확한 근거가 있는가?’, ‘친구들이 다르게 생각할 가능성은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전술한 질문과 관련하여 친구들이 그를 못난 녀석이라고 무시한다는 실제적인 근거는 매우 부족하다. 또한 그가 무시당할 만한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여러분은 상대가 말을 더듬거리고 떤다고 해서 그 사람을 무시하고 싫어하는가? 또한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는 것만큼 떠는 것을 못 느낀다. 비록 그가 떠는 것을 친구들이 본다고 할지라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약간 긴장한 정도로 생각한다.

사람들이 무시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이용한다든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들이다. 너무 잘난 척하고 사람을 무시하는 안하무인(眼下無人)인 사람보다는 오히려 수줍고 겸손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말을 좀 못한다고 해서 정말 그 친구를 무시하고 깔본다면, 그런 친구를 사귀어서 무엇하나? 그런 사람들은 언제나 남을 얕보고 남의 흉을 잘 보는 사람이기에 이런 사람과 친구가 되지 않는다고 억울해 할 필요는 없다. 사람 사이에 중요한 것은 믿음과 성실이중요하기 때문이다.

6. 정리: 치료자는 환자의 문제행동과 사고 패턴 알아내야

지금까지 우리는 사회공포증의 인지치료에 대하여 기술했다. 인지치료는 약물치료와는 대립되는 방법이라고 했다. 인지치료는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인지심리학을 사용하여 치료하는 기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사회공포증의 인지치료에서는 치료자가 능동적으로 역할하고, 어떤 상황이 문제되는지와 그런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을 질문을 중심으로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이것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치료자는 환자의 문제행동과 사고의 패턴을 알아내어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개발하도록 도와주는 방식을 활용하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인지치료와 관련하여 몇 가지 방법에 대해서 기술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