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영 박사.

내 사랑하는 자의 목소리로구나 보라 그가 산에서 달리고 작은 산을 빨리 넘어오는구나

내 사랑하는 자는 노루와도 같고 어린 사슴과도 같아서 우리 벽 뒤에 서서 창으로 들여다보며 창살 틈으로 엿보는구나
나의 사랑하는 자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비둘기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을 피워 향기를 토하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바위 틈 낭떠러지 은밀한 곳에 있는 나의 비둘기야 내가 네 얼굴을 보게 하라 네 소리를 듣게 하라 네 소리는 부드럽고 네 얼굴은 아름답구나

사랑은 서로 주고받으면서 자기를 낮추고 사랑하는 이를 높이며, 하면 할수록 뜨거워진다(2:1-7). 도대체 사랑은 무엇이기에 이런 특별한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이 신비로운 만남 속으로 들어가 보자.

1) 사랑, 그 만남의 신비 1. 그리움-사랑은 그리움이 담긴 만남이다(8-9절)

여러분은 그리운 얼굴, 그리운 목소리가 있는가? 그리움은 외모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잘나도 만나기 싫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못나도 그리운 사람이 있다. 사랑하는 고향은 잘나든 못나든 늘 그립다. 부모에게 자녀는 잘나든 못나든 늘 그립다. 멀리 유학 가 있는 딸의 얼굴과 목소리와 몸짓이 무척 그립다. 사랑은 이렇게 그리움이다. 하나님께서도 자녀를 그리워하신다. 신앙은 하나님의 음성을 그리워한다(요 3:29; 5:28; 19:4, 27).

사랑은 단순한 만남이 아닌, 빨리 만나고 싶은 그리움이다. 사랑하면 노루(삼하 2:18)와 사슴처럼(대상 12:8) 빠르게 만나고 싶다. 필자는 어릴 적, 명절만 다가오면 귀성 만원버스를 타고 서울서 내려오는 누님을 마냥 빨리 만나고 싶어 집 근처 정류장 곁에 앉아 모든 버스들을 한없이 바라보며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지금도 심심하면 용건도 별로 없으면서 누님께 곧잘 전화한다. 그리움이다. 부활하신 주님도 그리움으로 빠르게 다시 오실 것이다(계 22:7,12; 롬 13:11-12). 그리우면 빨리 문을 열어야 한다(계 3:20). 주님은 마음의 문을 열라고 사람들을 초청하신다(계 19:9). 이게 사랑이다.

2) 사랑, 그 만남의 신비 2. 갈망-사랑은 갈망이 담긴 만남이다(10-13절)

겨울이 지나고 비가 그치면(11절) 누군가 만나고 싶다. 겨울은 가나안의 장마철이다. 지루한 비가 그침은 기쁨을 상징한다. 비가 그침으로 인해 이제 기쁨으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갈망한다.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며 반구 소리가 들리니(12절) 더욱 만나고 싶다. 비둘기의 일종인 반구(斑鳩)는 성령을 상징한다(마 3:16). 어둠과 외로움은 사라지고 주님의 음성이 들리니, 주님과 만나 동행하는 기쁨의 충만함을 나타낸다(사 35:1; 계 14:3).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이 피어 향기를 토하니, 사랑하는 자와 어디론가 함께 가고 싶다(13절). 사랑하면 역동적인 소망이 넘쳐난다. 그리고 사랑의 향기와 열매가 솟구친다. 그 소망의 갈망으로, 술람미 여인이 솔로몬을 만나고 싶듯 주님을 뜨겁게 만나면 신앙생활에 따른 향기가 넘쳐난다. 그리고 그 향기는 첫 열매의 은총을 거두는 과정이 된다(요 15:7).

3) 사랑, 그 만남의 신비 3. 은밀함-사랑의 만남에는 은밀함이 있다(14절)

연인은 마치 바위틈 낭떠러지 은밀한 곳 비둘기처럼 자기들만의 공간을 찾는다. 비둘기는 온순하고 겁 많은 술람미 여인의 모습이다. 겁 많은 비둘기는 은밀한 절벽에 거한다(렘 48:28). 세상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세상에는 여전히 어두운 곳이 많으며, 여기저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 같은 험준한 세상 가운데서 하나님은 우리의 반석이요 은밀한 피난처이다(시 46:1; 고전 10:4).

사랑은 은밀하다. 특별히 육체적 사랑은 더욱 은밀하다. 주님과의 만남도 유사하다. 하나님은 우리를 아주 은밀하게 만나주시고 보호하신다. 대개 사람들은 주님과 은밀히 만난다. 사람들은 조용히 길을 걷다가 하나님을 극적으로 만나기도 하고, 산 기도를 하다가 기도의 골방에서 은밀히 만나기도 한다. 때로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찬양 중에 주님을 만나며, 말 못할 고통 중에, 고요하게 말씀을 묵상하던 중에도 홀연히 주님을 은밀하게 만난다. 그리스도인들은 남들이 모르는 주님과의 은밀한 체험들이 있다. 필자는 시골 강변 찬양 중에 십자가 주님을 만났다. 심야기도 중에는 선교단체로 인도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었다. 금식하며 캄캄한 새벽 기도원의 산 정상을 묵묵히 오를 때, 주님께서는 목회가 무엇인가를 보여주셨다. 그 은밀한 새벽 산길에서, 교회 개척에 대한 주님의 선하신 뜻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았다. 당신은 주님을 향한 참된 그리움과 주님과 함께하려는 목마름과 주님과의 은밀한 만남이 있는가. 예배, 기도, 찬양, 말씀을 가까이 하는 성도의 삶 가운데는 모두 주님 만나기를 갈망하는 은밀한 마음이 담겨 있다. 그렇게 주님을 갈망하며 그리워하는 이들을 주님은 모세를 만나주시듯 은밀히 만나 주신다.

사랑 풍경6- 아버지

아버지는 초혼(招魂)처럼 누우셨다
서울 명동 노련한 신경외과 의사는 생각 없이 아버지를 포기하였다
내가 만일 의사라도 탁월한 판단이었으리라
돌아서는 고향 길 비포장도로는 상여길처럼 멀기만 했다
아버지는 가볍게 하늘 가까이 눈만 멀뚱거렸다
내 평생 눈물의 절반이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흘러내렸다
포기는 의사가 하고 절망은 자녀들이 가져왔다
식물인간 아버지의 팔다리는 썩은 나무토막처럼 벗겨졌다
그래도 늘 고마워 그저 부둥켜안고 울음을 울었다
비스듬히 기대어 싱겁게 졸면서 나는
감정 없는 아버지 발을 가끔 게으른 눈물로 씻겼을 뿐이다
그 아버지가 바둑알 움직이듯 살아났다
명의(名醫)가 포기한 아버지를 하느님이 약간 불쌍히 여기셨다
다만 吳청원 9단과 사카다 본인방(本因坊)과 趙남철 국수를 통달하던
아버지의 실력 바둑을 내가
꺾을 수 있는 아주 쉬운 기회가 고맙게 찾아왔다
내 나이 든든한 10살 때였다

조덕영 박사는

환경화학 공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한 공학도이자 신학자다. 한국창조과학회 대표간사 겸 창조지 편집인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여러 신학교에서 창조론을 강의하고 있는 창조론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창조신학연구소’(www.kictnet.net)는 창조론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들로 구성돼 목회자 및 학자들에게 지식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다. ‘기독교와 과학’ 등 20여 권의 역저서가 있으며, 다방면의 창조론 이슈들을 다루는 ‘창조론 오픈포럼’을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