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어떤 부부가 늘 자랑하곤 했다. ‘우리는 환상적인 잉꼬부부야. 천생연분이라니까.’ 부인은 허리가 좀 굵은 편이다. 어느 날부턴가 등산을 하기 시작했다. 부지런히 등산을 하더니 결국 10kg이나 뺐다. 남편은 날씬해진 아내를 보며 좋아했다. 그런데 두 달 뒤에 아내가 바람이 나서 가출했다.

인생은 자랑할 게 없다. 건강했던 사람이 한순간에 죽음의 골짜기를 걷는다. 어떤 분은 건강검진을 하다가 “큰 병원으로 가서 정밀검진을 해 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대학병원으로 갔다. 그런데 말기암이란다.

지난 주간 안수집사님 한 분이 위암 3기여서 위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했다. 몇 년 전 이미 대장암 수술을 했다. 다행히 잘 극복해 주었다. 그런데 또 위암이라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위를 전부 절제하다 보니 불편한 게 이만저만 아니다. 너무 초췌해진 얼굴을 뵈니 가슴이 아팠다. 위암은 다른 암보다 고통이 심하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 정도 되기까지 증상이 나타났을 텐데, 너무 참았던 모양이다. 참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빨리 대처했더라면 이런 지경까지 가지 않아도 됐을 텐데. 너무 아쉽다.

집사님을 보면서 13-14년 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부목사 시절이었다. 어느 날부터 속이 불편하기 시작했다. 커피를 꽤 좋아하는 편인데 커피를 마실 수 없었다. 속이 따가워서.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데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속이 부대껴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더구나 기름기가 있는 음식을 먹으면 설사를 하곤 했다. 더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게 있었다. 새벽 3시를 전후해서 잠에서 깨곤 했다. 속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병원을 가서 진단을 받았다. 위궤양이란다. 그때부터 맵고 짠 음식을 먹지 않았다. 좋아하던 커피, 밀가루 음식도 멀리했다. 무엇보다 과식을 금했다. 근 3-4개월간 약을 먹으면서 음식 조절을 했다. 다행히 하나님의 은혜로 위궤양은 회복되었다.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던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다.

그 누가 건강하다고 자랑하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는 게 건강이다. 아니, 건강을 자부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병원을 한번 가더니 걸어서 나오지 못하는 일이 얼마나 많던가. 그래서 다윗은 고백한다. “주께서 나의 날을 한 뼘 길이만큼 되게 하시매 나의 일생이 주 앞에는 없는 것 같사오니 사람은 그가 든든히 서 있는 때에도 진실로 모두가 허사 뿐이니이다(시 39:5).” 든든히 서 있다고 자부하지 말아야 한다. 교만해서는 안 된다. 자랑해서도 안 된다. 한순간에 빼앗길 수 있는 것이니까. 알고 보면 내 것이 아니니까.

프린스턴대학으로 유학을 가서 물리학을 전공한 분이 있다. 프린스턴대학은 미국 대학 평가에서 8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명문대학이다. 2위가 하버드대학, 3위가 예일대학. 그는 스티븐 호킹 박사의 블랙홀 이론을 반박하는 논문을 써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에 그는 카이스트 교수로 왔다. 그야말로 잘나가는 인생이다. 사람들은 부러워했다. 집안에서 얼마나 자랑스러웠겠는가. 그런데 안타깝게도 32살의 나이에 교통사고를 당해 운명을 달리했다.

자랑할 게 없다. 젊은이들에게 인기 정상을 누리고 있는 걸그룹. 추석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새벽 1시 20분경. 대구에서 열린 KBS ‘열린음악회’ 녹화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이들은 영동고속도로 신갈분기점 부근에서 갓길 방호벽을 들이받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멤버 고은비는 사망했다. 권리세는 머리와 복부에 큰 손상을 입고 중환자실로 옮겨 세 차례 수술을 했지만, 며칠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지내다 결국 하나님 품에 안겼다. 이소정도 해당 부위에 수술을 앞두고 있다.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을 한껏 누려보았던 솔로몬. 그는 사람들이 좇는 쾌락도 다 누려보았다. 그런데 그가 고백하는 말을 들어보라.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네가 알 수 없음이니라(잠 27:1).” 자신이 가진 능력을 자랑하는 이가 있다. 가진 소유로 인해 흐뭇하게 웃는 이들이 있다. 좀 더 배운 것 때문에 남을 무시하는 사람이 있다. 가진 힘을 갖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이들이 있다. 정말 어리석은 인생이다.

어느 날 별 4개가 졸지에 뚝 떨어졌다. 군대에서 별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 아닌가? 그런데 한 순간에 4성 장군이 옷을 벗는 신세가 되었다. 왜? 과도한 음주로 품행을 손상시켰다는 이유 때문에. 이 과도한 음주로 품행을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전역 조치됐다.

1군사령관인 신현돈 육군대장이 지난 6월 19일 모교인 충북 청주고를 방문해 안보강연을 했다. 강연을 마치고 교사, 동문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카자흐스탄 방문 중이었다. 당연히 지휘관으로서 대비태세가 요구됐다. 하지만 위치를 이탈해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에 의하면, 신 사령관이 복귀하는 길에 오창휴게소에 들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이때 복장이 흐트러진 상관이 목격되는 것을 우려한 수행원이 민간인의 화장실 출입을 막는 바람에 실랑이가 있었다. 신 사령관 일행과 다툼을 벌인 민간인 2명이 청와대, 경찰청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 현역 대장이 음주로 인한 품위 손상으로 사실상 강제 전역조치된 것은 처음이다.

오늘 내가 누리는 게 내일도 내 곁에 있을 거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복은 자랑거리가 아니라 감사거리일 뿐이다. 자랑거리의 근원은 자신에게 있다. 그러나 감사거리는 은혜에 근거한다.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다. 나는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을 은혜로 누리는 것밖에 없다. 그러니 감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자랑은 사람을 거만하게 만든다. 그러나 감사는 겸손하게 만든다.